디오티마

  • 시인의 시
  • 조회 5507
  • 2006.05.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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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티마



그대 예전처럼 비쳐 내려오는가.
황금빛 하루여! 내 노래의 꽃들
생명을 들여마시며 다시금
그대를 향해 싹터 오르는가?
어쩌면 이토록 달라질 수 있는가!
슬퍼하며 피해왔던 많은 것들이
이제 내 기쁨의 노래 속으로 들어와
다정한 화음을 울려내는구나.
나 그대를, 한 여인을 알게 된 후
시간의 종소리 울릴 때마다
유년의 고요한 나날드를
기적처럼 가슴에 떠올리노라.

디오티마여! 고귀한 생명이여!
나의 근친 近親과 다름없는 거룩한 자매여!
그대에게 손을 건네기도 전에
멀리서도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를 알았었노라.
그 때 나는 꿈결 속에서
청명한 한낮의 빛에 매혹되어
내 정원의 나무들 아래
가슴 뿌듯한 소년으로 누워 있었노라
은은한 기쁨과 아름다움을 누리며
내 영혼의 오월이 시작되었을 때
신 神과 같은 여인이여! 그대의 정신은 서풍 西風의 소리처럼
나에게 노래를 속삭여주었노라.

아! 기뻐하던 신 神들도 저마다
전설처럼 나를 떠나 사라져가고
천상의 눈부신 일상 日常 앞에서
나 시름시름 죽어가며 소경처럼 서 있었노라.
시간의 짐덩이가 나의 무릎을 꿇게 하여
창백하게 식어버린 나의 삶은
벌써부터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죽은 자들의 말없는 나라로 추락해갔었노라.
그 때 눈 먼 방랑자였던 나는
저승에서도 현세에서도
가슴에 새겨진 이 한 사람의 형상을
찾아내고자 수없이 염원했었노라.

이제, 나 그대를 찾아냈노라!
축제의 시간에 예감하며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자보다 더욱 아름다운 이여.
사랑스런 뮤우즈여! 그대 여기 있노라.
환희도 도주하여 올라가는 곳,
모든 세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청명한 아름다움이 꽃피어나는 곳,
저 위의 천상으로부터
그대가 내게 강림한 것 같노라.
신 神들이 보낸 사자 使者여! 이제 그대는
너그러운 만족을 누리며
언제까지나 가인 歌人의 곁에 머물지어다.

이곳 고요한 신 神들의 형상 앞에서
여름의 열기는 봄의 따스함으로
다툼은 평화로
내 가슴 속에서 기적처럼 얼굴을 바꾸노라.
나의 크나큰 용기로도 붙잡기 어려운
그대를 붙잡고자 애쓰는 동안
수치에 겨워 마음 무너지며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했었지만, 결국 사랑은 나의 것이 되었노라.
사랑을 얻은 후에도 바라는 것이 많아
自足을 잃고 눈물 흘리던 때가 있었노라.
나의 五官에 새겨진 그녀의 모습
너무도 찬란하고 강렬하였기에.

아! 축복이 넘치는 사랑스런 얼굴이여!
진심어린 영혼이여! 그대의 평온한 아름다움과
그대 천상의 소리에
내 마음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대의 노랫가락이
나의 감각을 점점 맑게 씻어 주어
내 음울한 꿈들은 달아나고
나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되었노라.
정녕 나는 이렇게 선택된 사람인가?
이 몸은 그대의 고귀한 평온,
그대의 빛과 열락을 우러러 보기 위해 태어났는가?
신 神처럼 축복스런 여인이여! 나도 그대처럼 태어났는가?

그대의 아버지이자 나의 아버지께서
눈부신 장엄의 빛을 두르고
그분의 떡갈나무 동산 너머
저기 찬란한 하늘의 집으로 가고 계시듯,
하늘의 둥그런 지붕에서 솟아올라
서늘한 심연 파아랗게 굽이치는
바다의 파도 속을
그분께서 맑은 눈으로 고요히 굽어보고 계시듯,
더욱 아름다운 행복 속에서 거룩해진 이 몸은
신 神들의 드높은 집에서 걸어 나와
기쁘게 노래 부르며 바라보고자, 지금
무상한 인간들의 집으로 돌아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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