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앞의 촛불과 만난 후

  • 김형효
  • 조회 4212
  • 2008.08.0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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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7월 5일 서울 시청 광장


- 수원역 촛불집회 첫 걸음, 아이를 만났다.


대한민국은 나의 조국이다.
그러니까,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라
그러니까, 어머니, 아버지의 나라

그것은 분명히 나를 인정하는 근본이다.
그러니까, 국적이 대한민국이고
그러니까, 대한민국 군대도 갔다왔다.

어느 막되어 먹은 혹은 막가진 자들
혹은 그의 자제놈들처럼 근본을 떠나 본적 없는 성실 국민이었던
나는 대한민국의 남자요.
본적이 대한민국의 어느 특정 지역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불쌍한 조국의 아들로 사는 나를,
나는 그렇게 놈들처럼 못 배우고 못 가져서 정처를 정하지 못했다.
그런 나는 그들이 부럽지 않고 안 배운 것이 대견할 때가 많다.


떠도는 나그네같은 삶이다보니,
서울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어도 스스로 정붙이고 시민행세 못해봤고
그렇다고 이놈은 아쉬운 마음도 없어서
고향으로 잠깐 돌아가보기도 했고
낯선 지역으로 이리 저리 돌아다녀 보았다.

가는 곳마다 정처를 정해보려고 날선 순정을 바쳐보려고도 했다.
그러는 내 마음을 수원 사람이 알았는지
이 동네 살아보란다.

촌놈은 촌놈스런 마음에 금방 넘어간다.
심장의 급소를 찔린 마음이 되어 금방 그 마음을 따라갔다.
그래서 그냥 눌러 살기로 했고
아직도 모를 정처를 지금은 정한 채 살고는 있는 것이다.

아직도 떠날 마음, 떠날 준비로 마음이 부산스런 나그네로 사는 나는
내년에는 또, 아니 다음달에는 또, 내일은 또 하며
어느 곳에 나의 발길이 닿을까를 생각한다.

아무런 부담도 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그런 내가 오늘은 수원 시민의 일원이 되어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그렇게 나는 그냥 가는 곳마다
시민이 아닌 국민의 마음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살아갈 것이고 그렇게 죽어갈 것이다.
하루 하루 죽어가면서 천년만년 저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명박산성을 쌓는 흉물스런 마음으로 악귀의 탑을 쌓는
산귀신 이명박을 하느님이 거둘때까지......,
어쩌면 우리의 촛불은 그렇게 지속되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꾸만 밀려오는 날들이다.

- <독백>
촛불든 수원역앞에서 아장걸음의 어린아이를 만났다.
그의 솜같은 그의 꽃같은 그의 샘물같은 그의 삼단같은
그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에 미안했다.

한없이 미안했다.
입신의 나이에 이 못난 어른들이 너를 투쟁의 현장에 서게 했구나.
아이야 네가 입신의 나이가 되어서는 바로 이 자리가
너의 아장걸음을 기억하며 솜같은 꽃같은 샘물같은 삼단같은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활짝 피어나는 자리였으면 좋겠구나.-

 
거리에 촛불이 밝혀지면 그냥 아름답다.
아름다운 음악과 무드가 넘쳐나는 공간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서
어떤 마음의 눈을 뜨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이 흉물스런 것이 되기도 하겠지.

지금 저 청와대의 화려함은
내게는 흉물스러움이고
사람을 구한 경찰관의 손길이 아름다움이나
촛불을 억압하는 경찰관의 손길도 눈길도 웃음조차도 악마의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한 악마는 그 경찰관과 우리의 거리를 멀게하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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