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미친
김상미
시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시를 위해 봉사하던 마음을 잊어버렸어요
선명함이 미묘함에 뒤섞여 끊임없이 말장난 치고 있어요
어떤 길을 달려도 길 끝에 있는 건 거대한 쇼핑센터
복제되고 복제된 詩法들이 횡행하고 있어요
한 송이 시를 사들고 왔지만 어느새 꽃받침이 떨어져나가고 없었어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처럼 시에다 포도주를 엎고,
그 위에다 내 속의 독이란 독 다 쏟아내고 싶었지만
시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그 동안 너무 많이 울었나 봐요
새빨간 버찌를 너무 많이 가슴으로 삼켰나 봐요
언어 없이 어떻게 한세상을 살라고
푸른 잔디밭에 펴놓았던 하얀 토끼풀들을 남김없이 다 뜯어버렸나요
제발, 영감을 줘요
그것이 존재한다면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하루 내내 시를 위해 봉사하겠어요
내 시에 씌워진 가면을 제발 벗겨줘요
가끔, 아주 가끔씩은 동물원의 주인공처럼
온 몸에 달콤한 인공향료를 바르고
당신들의 거대한 쇼핑센터 진열대에 오르는 꿈에 가위눌려 깨어났어요
제발, 모욕을 줘요
시들이 자꾸만 옆길로 빗나가고 있어요
아귀처럼 통째로 나를 집어삼켜 서서히 파먹는 희열,
그 메스꺼운 도취를 제발 내게 줘요
내 속의 이 엄청난 식욕은 시가 만들어낸 발작
내게서 그 질병의 광휘를 앗아가지 말아줘요
제발,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돌려줘요
여태껏 지구를 강타한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날개로
시의 층계를 한 발 두 발 올라가고 싶어요
제발, 쉬쉬하며 부는 저 들판의 무심한 바람들을 무자비한 폭풍으로,
시에 미친 천둥번개로!
김상미
시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시를 위해 봉사하던 마음을 잊어버렸어요
선명함이 미묘함에 뒤섞여 끊임없이 말장난 치고 있어요
어떤 길을 달려도 길 끝에 있는 건 거대한 쇼핑센터
복제되고 복제된 詩法들이 횡행하고 있어요
한 송이 시를 사들고 왔지만 어느새 꽃받침이 떨어져나가고 없었어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처럼 시에다 포도주를 엎고,
그 위에다 내 속의 독이란 독 다 쏟아내고 싶었지만
시 쓰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그 동안 너무 많이 울었나 봐요
새빨간 버찌를 너무 많이 가슴으로 삼켰나 봐요
언어 없이 어떻게 한세상을 살라고
푸른 잔디밭에 펴놓았던 하얀 토끼풀들을 남김없이 다 뜯어버렸나요
제발, 영감을 줘요
그것이 존재한다면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하루 내내 시를 위해 봉사하겠어요
내 시에 씌워진 가면을 제발 벗겨줘요
가끔, 아주 가끔씩은 동물원의 주인공처럼
온 몸에 달콤한 인공향료를 바르고
당신들의 거대한 쇼핑센터 진열대에 오르는 꿈에 가위눌려 깨어났어요
제발, 모욕을 줘요
시들이 자꾸만 옆길로 빗나가고 있어요
아귀처럼 통째로 나를 집어삼켜 서서히 파먹는 희열,
그 메스꺼운 도취를 제발 내게 줘요
내 속의 이 엄청난 식욕은 시가 만들어낸 발작
내게서 그 질병의 광휘를 앗아가지 말아줘요
제발,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돌려줘요
여태껏 지구를 강타한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날개로
시의 층계를 한 발 두 발 올라가고 싶어요
제발, 쉬쉬하며 부는 저 들판의 무심한 바람들을 무자비한 폭풍으로,
시에 미친 천둥번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