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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 이상윤

  • 김영춘
  • 조회 11446
  • 추천시
  • 2007.03.14 22:41
손 (외3수)  /李相潤



여기는 마음이 둥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예요 아무나
함부로 이사 올 수는 없어요 당신은 마음이 보름달처럼 둥글다고요?
그러면 당신도 이곳에 올 수가 있어요 그렇지만 그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지요?

보여 주세요 뭐라도 좋아요 수첩 거울 신용카드 일기장 등 당신의
마음을 보여줄 물증만 있다면 우리는 날마다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문을
열어 두고 방을 치워 놓고 길도 깨끗이 쓸어 놓을 게요 혹시
뜨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그러면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연락해서
기자들도 몇 명 데려다 놓을 게요

그렇지만 이것만은 꼭 알아주세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티끌만한 것이라도 당신이 손으로 가린 것이 있다면 이곳에
올 수 없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누구도 앞으론 당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 손처럼 작고 투명한 것이 또 어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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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李相潤


이른 아침 공원에는
이름도 모를 새들이 날아와
하루의 일과처럼 나란히
늙은이들을 기다린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들으려는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꼭
오랜 정겨운 친구만 같다
사람도 늙으면 저렇듯 키 작은
한 마리 새가 되는가
이른 아침 공원에는
귓속이 너른 늙은이들이 나와
새처럼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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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李相潤


그리운 것은 언제나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 은밀한 곳에 별처럼 박혀 있다

오늘 저 하늘의 북극성처럼
내 가슴 한복판에서
나를 비추는 이여

가을 강처럼 맨발로 소리 없이
흘러가면
작은 내 마음 그대에게 가 닿을까

그대가 사랑이 아니라도 나는
사랑보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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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李相潤


바다의 가슴 위로 어둠이 내린다
캄캄한 섬들이 가라앉는다

그리움이 길거나 삶이 외로운 밤이면
실비처럼 흘러서 바다로 가자

세상에 뿌리 내리고 사는 일이라면
파도치지 않는 바다가 어디 있으랴

오늘 우리의 사랑이 은구슬로 떠서
바람 부는 바다에 혼자 있다

섬처럼 상처가 지워지지 않아도
가늘은 뿌리가 흔들리도록 파도 치자

흘러가는 힘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니
저기 하늘에 꽃처럼 별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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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시인 프로필:  경북 포항에서 출생,  매일 신춘문예 동시 당선,
한맥문학신인상 시당선, 수주문학상 대상, 현대시문학상 시당선.
시집 <그대 아직도 그리운 사람> (외 3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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