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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 입은 사람아 /김성휘

  • 김영춘
  • 조회 11294
  • 추천시
  • 2006.12.09 13:54
흰옷 입은 사람아(외 2수)

                * 김성휘


나는 어머님이 지어주신
흰옷을 입고 창가에 앉았다
밖은 해빛 따사롭고
마음 구석은 차갑다

흰옷을 입은 사람 몇이냐
세여보면 너 그리고 나
모두 합쳐 다섯손가락안팎
하건만 우리는 한집에 못산다

바람 부는 날 파도 높은 밤
우리는 모두 가슴을 떨며
날 밝기를 기다려 동정 세우고
문패우에 제 이름을 적었다

떠나간 사람 남은 사람
그 마음에 서린 피맺힌 사연
어제도 오늘도 곪아가건만
세월은 어찌해 아물구지 못하나

흰옷 입은 사람아 우습다
해도 물도 우리를 속였던가
누구보다 깨끗하라 지어주신
흰옷은 왜 검어졌느냐

차라리 우리 어머님도 나에게
검은 옷 지어주셨더면
나도 그늘밑에 시름없이 딩굴며
도야지 개 신세로 살아가련만

아니 못한다
나는 죽어도 골백번 죽어도
어머님 베틀에 짜주신
흰옷을 버리지 못해

흰옷을 입고 창가에 앉아
깊은 산 하늘아래
형제를 그리며 슬피 묻노라
흰옷의 검은 때 언제면 씻으려냐?

---------------

시내물


시내물의
흐름을
찬히
보아라

천리만리
먼먼 길도
자신만만타

흐르고
흐르고
내처
흐르며

한생을
말쑥하게
가는
나그네

------------


진달래


이른봄 잔설우에 타오르는 남향
진달래는 봄이외다

수수한 옷차림에 들로 온 누나
진달래는 웃음이외다

산에 나서 산에 누운 아버지
진달래는 넋이외다

리별에 울고 상봉에 목이 멘
진달래는 인연이외다

가난에 떨고 강포에 머리 든
진달래는 력사이외다

세월을 이어 하늘 땅에 피 뿌린
아, 진달래는 노을이외다




*김성휘 략력:
1933년 10월 12일 길림성 룡정시 백금향 방천동 출생.
1954년 심양외국어학원 졸업하고 30년간 편집사업에 종사.
1984년부터 연변작가협회 상무부주석으로 사업하다가 1990년 3월 25일 병으로 별세.
주요작품으로는 서정서사시집 <<나리꽃 피였네>>, <<들국화>>, <<금잔디>>, <<사랑이여 너는 무엇이길래>> 등이 있음. 생전에 중국작가협회 회원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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