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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이 되었을 때

  • 김형효
  • 조회 3320
  • 2005.09.05 20:46
- 도시가 우리를 괴롭힌다. 사람을 찾자

지난 이야기

오늘 나는 아스팔트 위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지난 날 흙발로 살을 씻던 들판을 헤매었다. 아무도 없었다. 나만 우두커니 울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 홀로 기대고 있는 어제 나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하하 즐겁게 웃었다.

오늘 나는 허허로운 사막과도 같은 아스팔트 위의 사람들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날선 바람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늦은 밤잠에 악몽을 꾸다가 일어난 것처럼 무기력하게 스러지고 싶은 하루, 어제는 또 오늘보다 낫구나! 오늘은 내일보다 낫겠지. 어쩌면 우리는 계속 오늘보다 못한 내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는지 사람들아! 조금 아주 조금만 느려지자. 그러면 행복할 걸 아마도 조금만 느려지려 하면 배로 행복해질거야. 사람들아 조금만 느려지기로 하자. 아주 조금 천천히 그렇게 느려지기만 해도 될 걸.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사람을 사람끼리 사랑하지 못하게 철조망을 쳐두었다. 아름답게 쳐둔 철조망 그 안에 갇혀버린 사람들은 우왕좌왕 사랑해야할 사람이 어디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게 만들어 버렸다.

아 저주스런 신이여! 그대의 볼기에 낯짝 두꺼운 철망을 치리라. 차라리 그대의 가슴을 다 불태워 버리고 홀로 산등성이 외롭게 핀 꽃을 보며 얼굴 살살 가리고 홀로 살리라! 차라리 그것이 사람의 삶 차리리 그 길만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걸, 사람들은 이제 하나 둘 눈치 채고 있다.

사람은 집에 개를 들여놓은 순간 인권을 잃어버렸고 사람은 집에 개를 들여놓은 순간 사람의 사랑일랑 모두 잊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을 사랑하기로 하자.

이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이 되었으니 이제라도 이제라도 사랑하기로 하자. 사랑하기로 하자. 사랑하기로, 눈물이 흐르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따라 눈물이 되어 버린다. 이제 눈물의 흔적을 따라 가기로 한다. 차라리 눈물이 되기로 한다. 사람을,


***모두들 바쁘시다. 그런데, 난 천천히 갈 것을 조금 느리게 갈 것을 제안한다. 마치 밀란 쿤데라의 신자라도 될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이 집안에 개를 들이고 개를 사랑하는 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랑하듯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울고 싶다. 많이 울고 있다. 서로가 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눈을 감는다. 모른 척 눈치 채지 못한 척한다. 그래도 날이면 날마다 느리게 가자고, 그래서 싸움질이나 하자고, 저 허허벌판에 말채찍을 들고 우리를 바쁘게 내모는 그런 대상들과 싸움질을 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왜, 우리의 형제들과 괴리감을 갖고 반목해야하고 고통을 받아야 하나. 저들의 논리에 우리도 바빠져서, 이제 우리가 거부하는 방법 밖에는 서로 잘 살 수 있는 묘안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가 맞부딪혀 싸워서 천민자본주의의 사슬에서 스스로 체념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절대로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없기에, 그들의 채찍을 맞으며 그들을 배우려 할 때, 그것은 무망한 싸움이기에 우리가 포기하고 체념하며 그들과 목숨걸고 싸울 때만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할 말이라도 하면서 서로를 응시하면서 살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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