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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을 생각하며 부시를 공박한다. 우리의 허구적 휴머니티까지

  • 김형효
  • 조회 3260
  • 2005.09.05 21:35
- 부시시한 부시의 빈 라덴 공략이 빗나가기를 기원하며
 
 
 
나는 맨 처음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타가 무너진 사실을 접하면서 직감적으로 이 사건은 아마도 MD체제에 대한 반대세력이 시도한 테러일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부시 정권의 뛰어난 소설적 각색 능력을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저토록 허무한 공상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관찰하였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소설가 부시의 뛰어난 상상력을 거저 보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특히 테러분자들이 비행수첩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확실한 물증도 없이 인간학살에 나서 내부의 적들에 대한 입막음에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목된 빈 라덴 배후설은 여전히 그 설 이상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와 특정 언론의 미국편들기와 대부분의 국민들이 보여주는 인간적 휴머니티는 절정에 달해 눈물겨운 인류애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우리 정부가 어느날 오전 10시를 기해 묵념을 올리는 상황을 보면서 어이없음을 실감하였다. 그것은 우리의 국력의 미미함을 다시 보는 씁쓸함이기도 하다.

세계 제일의 깡패국가 미국, 그리고 세계 제일의 깡패 두목 부시의 부시시한 행보에 잘못 걸려들면 어쩔 수 없이 낭패를 보게 되어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대응은 깡패 두목에 대한 성의를 보여주어야 하는 강박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이해하게 된다. 이 어쩔 수 없는 진실의 이면에서 나는 빈 라덴을 보며 엉뚱하게도 김구 선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마도 일제시대에 일본 제국주의 침략 세력은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열사의 도시락 폭탄 테러(?)에 대해 또한 이봉창 열사와 안중근 의사 등등의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테러분자로 몰아세웠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날마다 등을 맞대며 함께 전략 방위를 실시하고 있다는 용산 미군기지에 한국인 군무원들이 출입금지 되었을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나는 다행스럽게도 몇몇 택시기사와의 대화에서 겉으로 내놓고 즐겁다고는 못하지만, 미국놈들 한번 제대로 당했다고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일 때, 미국이란 존재에 대한 인식이 이제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아 간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어느날 10대 소년에게 질문하였다. 이번 미국의 테러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의 대답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소하다"고 짤막하게 거침없이 내뱉아졌다. 나는 그에게 곧 바로 주저함없이 오! 우리에 빈 라덴, 오! 우리의 김구 선생이라고 짧은 격려(?)를 하였다.

위의 글을 써가면서 나는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켠에서 지워내지 못한다. 6000여명의 무고한 인명이 살상당한 테러에 대해 이 해괴망측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하고 자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은 우리가 언제 인간의 희생에 대해서 그토록 경의로웠으며 언제 권력에 의한 인간의 무참한 사망을 그토록 충격적으로 받아 들였던가 하는 사실이다.

미국민에 대한 생명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우리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은 왜 모르는가? 그들이 자행하고 있는 만행은 어떤가? 우리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우방국 미국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미국에 의한 테러가 여전히 우리의 국토를 유린하며 자행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쑥부쟁이 하나 캐낼 수 없이 되어 버린 동두천의 미군기지 주변의 개울둑을 배회하며 울어야 하고, 그 개울에 시커먼 폐유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보고 한숨만 쉬어야 한다.

우리 수도 서울의 생명줄인 한강에 그들은 독극물을 방류하고 있는 천인공노할 인간의 나라 미국이라는 것을 과연 알고들 있는가? 왜들 그러는가? 내 발등의 불도 못보면서 남의 땅,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심이 지대한가? 아니 이제 모른다고는 못할 일, 왜 그토록 우리의 일들에 대해 무관심하다가도 남의 땅, 남의 나라에 일에 대해서는 눈물겨운 휴머니티를 보여주는가?

우리의 누이, 윤금이가 동두천 골방에서 미군에 의해 난자당하고 죽임을 당했을 때, 그토록 눈물겨운 휴머니티를 보여 주었던가?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하였던 미국에 대해 미국에서 행해진 테러에 대해 분노하였던 것처럼 분노하였던가?

아랍인에 입장에서 나는 빈 라덴을 김구 선생과 동일시해서 볼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언젠가 한겨레 신문의 만평에는 뉴욕센타가 무너졌다고 난리굿을 하는 부시와 미국에 대해 만평 속에 주인공인 아랍 민중은 우리의 시체만 해도 그 빌딩 높이는 될 것이란 하소를 외면하지 못한다. 인류애는 그들도 미국민도 세계 모든 인류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인간의 기본적 가치란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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