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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배회하다.

  • 김형효
  • 조회 3607
  • 2005.09.20 08:39
깊이 많은 잠을 자고 싶었다.
먼 길을 가는 사람이
길가는 피로감을 덜기 위해서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아침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
더 이상 잠이 오질 않았다.
낯선 곳을 찾는다는 마음에
그것도 오랫동안 머물며
그곳에 정착하려는 마음을 갖고 부터
긴장이 되어서 그러는 것일 터이다.
전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하차하여
남대문 시장을 둘러 보았다.
안경점이나 가방점이 바쁘게 문을 열었다.
옷가게와 반찬가게도 바빴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민주화의 성지였던 명동 성당과 향린교회를 찾았다.
과거와 현재를 두리번 거리는 생각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시 종로와 충무로 일대를 배회하였다.
일상이 외로운 것들,
누군가 무엇을 마시고 버려놓은 종이컵,
아이스크림 덩어리, 거리에 버려진 패잔병들,
자본주의 물신의 서울거리에 뒷골목,
길거리에서 누워자고 있는 노숙자들...,
물론 많지 않았다.
일상의 거리에 노숙할 것 같지 않은 청년이
어젯밤에 마신 술의 무게에 눌려 거리에 쓰러져 깊은 잠을 자고 있었던
그의 얼굴은 편안한 성자의 모습이었다.
몇묶음의 교회주보를 챙겨 읽어보려다
외국에 가서 읽기로 하고 챙겨두기만 했다.
그냥 그렇게 거리를 배회하며 심선생님을 만날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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