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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낯설음

  • 김형효
  • 조회 3270
  • 2005.09.20 08:49
낯설다.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도 절망을 하소하는 것도
날마다 날마다
그렇게 나에게 속삭였던 지난 날을 아우성치던 나를 본다.
내가 나를 보며 낯설은 이날
이날 나는 진정으로 나를 볼 여유를 조금 갖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들여다 본다는 것
참으로 조심스럽다.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것이 형벌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희망이라고도 절망이라고도 하지 않으리라.
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40이 되고 41세를 목전에 두고 낯설은 나를 용서한다.
낯설은 나를 용서하고 나는 나를 끌고 나의 뒤를 조용히 뒤 따르며 살고자 한다.
웃음을 찾았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들여다 보는 횟수가 늘었으니 즐거울 법도 하다.
그러나 웃음보다 그늘진 사색이 나를 거느리고 있다.
그늘진 사색속에서도 그 어느때보다 많이 웃고 있다.
쓸쓸한 거리의 낙엽처럼 흩날리는 웃음기를 보여주고 있다.

깊은 산중의 암중모색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처럼 고독한 평화, 고요로운 날개짓을 세차게 세차게
저 바다 깊이 헤엄치는 물고기떼,
그들의 자유와 그들의 끈기처럼 주도적이며 점진적으로 나를 찾아야 하리.

오늘이나 어제나 나의 나에게 나를 용서하라 말하고 싶다.
어제의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오늘이 그늘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천천히 천천히 속박 속의 나를 해체시키며 아니 절로 해체되기를
그렇게 자유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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