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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풍요

  • 김형효
  • 조회 3450
  • 2005.09.20 08:50
나는 어젯밤 외국인 노동자들과 잤다.
네팔인 친구 밀런과 만이다.
아침, 그들은 아침식사도 거르고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 마스크를 한, 만이 문을 열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린 모습으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온 것이다.
작업장에서 오는 길이니 휴식시간이냐고 말을 건넸다.

아니다.
그는 내게 아침 커피 한 잔을 권하기 위해
작업장에서 잠시 틈을 내어 온 것이다.
고마운 친구!
그 짧은 틈을 내었다지만 그 시간은 꿰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가 행동한 시간 보다
그가 내게 다가오기 위해 마음 먹은 시간이 생각난다.
고마운 커피 한 잔!

나의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께서
시린 손 부벼가며 밥짓던 겨울날의 풍요를 느끼게 하던
누룽지가 생각난다.
참 희한한 일이다.
커피를 마시며 누룽지를 생각하다니..,
생뚱맞다.

아무튼 고마운 아침을 마련해 준 만에게 고맙다.
그 틈, 틈틈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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