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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어 들고 싶어도 다 되는 것은 아니다.

  • 김형효
  • 조회 3077
  • 2005.09.13 23:25
세상 일은 참으로 기가 막히다.
하고 싶고 절실하게 해야 한다고
뜻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 것이 사람살이가 아닌가?
비가 오는 날이다.
비에 젖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편히 젖어들지 못하는 것이
나의 뜻이 아닌 세상의 뜻이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세상 사람들과의 조화라는
규범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자기, 홀로 특화된 정체성을 갖는 일들에 대해서
대개의 경우 특정한 규범으로 묶어놓는 것이 사람살이가 아니던가?
문장 하나를 자신의 뜻하는 바대로 쓰지 못하거나 써내지 못한다.
좋은 작품을 의미있는 작품을 써내고 싶은 것이
모든 작가들의 욕망 아니겠는가?
그러나 누구나 그런 욕심을 갖고는 있지만
자신의 능력만큼 그 이상을 써내지 못하게 되기 마련 아닌가?
오늘도 창작 욕구에 휘둘리는 나의 관성의 다리를 부여잡고서
목놓아 외쳐보는 그리운 사람들의 노래,
나의 시를 쓰지 못하지 않은가?
자족할 만큼의 글도 쓰지 못하는 내가 무엇을 한다 하겠는가?
침잠<!>만이 희망은 아닐까?
깊이 잠들고 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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