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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 김형효
  • 조회 4470
  • 2007.05.3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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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밝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쓸쓸히 뒷 골목에 앉았다.

우리 사회가 희망적이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뒷 길을 배회하며 쓸쓸하다.

 

거리에 아장걸음의 아이만도 못한 사람들이 태산이다.

물론 애시당초 아이만한 어른은 존재 불가다.

어린이는 <얼이다>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온 몸이 다 <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어른은 <얼>이 <든> 존재다.

그러니 어린이는 온 몸이 <얼>인 것이다.

우리 말 <얼>을 한자로 해석하자면 <정신>이다.

그래서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을 우리는 얼 빠진 인간이라고 한다.

얼이 가득한 사회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길을 가다가도 때로 쓸쓸해진다.

밥을 먹다가도 운전대를 잡고 도시의 승냥이처럼 검은 강을 휘젓고 다니다가도

그렇게 그렇게 나는 쓸슬한 짐승이 된다.

 

나는 오늘 길을 잃고 헤매는 수많은 우리를 보면서 안쓰럽다.

아! 누군가는 니나 잘 하세요. 하고 천박한 조소를 날리겠지만 말야!

비웃음에도 격이 있는데 천박한 비웃음도 있단 말야!

사람들아! 격이 있어야 해.

소리쳐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소리라도 외치고 싶다.

내리막길을 운전해 가는 날 보고 아이가 손을 든다.

물론 아이의 어머니와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함께 섰다.

차를 대고 차에 오르기를 기다린다.

골목길에서 나온 듯한 개인택시가 내 차의 후미를 들이받는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외면하고 손님으로 차에 오른 두 분(?)의 얼과 두 명(?)의 어른을 모신다.

나를 들이 받은 한 놈(?)을 외면하고 간다.

가다가 말한다.

왜 저렇게 살까요?

그러게요.

아이들은 그저 즐겁다.

나는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

어찌 되었던 어른의 얼 빠진 모습을 보았을 것이기에.....,

 

나는 믿는다.

순도 백퍼센트의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을 지우지 않고 살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 있는 한

그리고 그렇게 실천하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저 아침 해가 떠 오르리라는 사실을......,

 

나는 사람 살이에 맹목을 보면서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어......,

그 한놈의 기억을 해소 시키기 위해

안타깝게 한 시간을 배회하였다.

차를 세워두고......,

시비도 하기 싫어 난 그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외면했다.

지금 그의 꿈 속이 평화로울지......,

 

길게 줄지어 선 택시들이 가는 곳마다 즐비하다.

충남대학교 앞, 을지대학병원,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의 나이트 클럽 앞,

실전 네거리, 중앙로, 성모병원, 충남대학병원, 기타 등등

어느 순간 줄지어 늘어섰다가 순번 2번을 받고 기다리고 있다.

앞 차에 미모의 여성이 탔다.

20미터도 못 가서 그가 내렸다.

앞 차는 차를 돌려 반대편에 줄지어 선다.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볼 일이 있다고 내렸다고 한다.

30분은 족히 기다려 태운 손님인데......, 그 손님은 그냥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새벽 3시 꽃 눈뜨고 삶을 지탱하는 그 아저씨의 어깨에 천근만근 고단한 짐이 지워진다.

내가 미안하다.

양보할 수 없는 후미가 있으니......,

 

그 다음 택시들이 순번 1번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 내 앞을 점거하기 시작한다.

삼보 앞으로 오보 앞으로 식이다.

면전에서 보기 힘든 안하무인.......,

그래 손님이 없으니 살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난 그 얌체족이 아니다.

그래 얼마나 힘든 부모요. 아들이요. 자식들인가?

그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체면몰수 아닌가?

안타까운 인간들이여!

 

이제 오늘 내일 오늘 내일 하며 대전에 택시 드라이버 일을 접으려 준비한다.

 

이제 홍도나 한 번 다녀올까?

아니면 강원도 백도 해수욕장 인근의 토굴에 가서 칩거나 할까?

아무도 없는 산에서 천년의 기운을 먹으며 지내다가 팔월의 뜨거움을 안고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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