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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초등학교 동창회 후기

  • 김형효
  • 조회 5260
  • 2007.12.04 01:05
철부지 어린 시절 13세 소년들의 만남
난 그들과의 기억을 알고 있다.
그들은 나의 파편이다.
그 파편들이 바닷물의 밀물 썰물처럼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유년(幼年), 그 동산의 기억을 갖고
머나먼 세월의 뒤안길을 가득 채워온 장한 친구들
그들의 삶의 근저에는 수만은 눈물과 고통과 즐거움과 안락도 있었다.
그리고 말 못할 것들이 또 있었다.
주름이 깊어지면서 살아온 수심(修心)들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낸 세월
그 동안 그들은 적당하게 절반은 도인(道人)이 되었고
절반은 기인(奇人)이 되었다.
그것은 그들을 살게 했고 그들이 이겨내온 세월의 흔적이었다.
장하다. 친구들아!

어떤 친구는 낯설어 기억에 없는 친구도 있었던
내가 기억 할 수 있는 지점의 나는 개구쟁이였다.
그러나 날 기억해내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고,
날 기억하는 친구들도 날 개구쟁이로 기억하지 않았다는 것은 천만다행(?)스런 아픔이다.
내가 날 모르는 것을,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찾아내기도 한다.
삼십년 동안 책갈피에 접혀있었을 나의 별명을 서슴없이 불러주는 친구들,
별명을 하도 많이 가졌던 나로서는 그 중에서도 제일 실은 별명만을 기억해내는
그 친구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날 기억해주고 있었다는 데 대해 고맙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북녘의 동포들의 뿔도 사라진 세월이다.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
그때는 <“때려잡자! 김일성!>이라는
서슬퍼런 포스터가 거리를 혹은 마을 회관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금강산 관광에 백두산 관광은 물론 정상들이 오가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였던 내가 어른이 되면서 흰 머리가 드물게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들 주변 상황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세월이다.

불놀이를 하며 장난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 시절 그런 놀이를 엄두도 못냈었지만,
바로 엊그제인 지난 30년이 바로 내 앞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때의 동자들이 보인다.
개구지고 게걸스럽고 천진하고 초롱초롱하면서도
절제하지 못하고 넘치는 즐거움에 웃고
그렇게 자지러지는 웃음을 하늘의 별빛처럼 얼척 없이 쏟아놓는 친구들!
그들이 얼척 없이 사랑스럽다.
나는 드물게 돋은 흰 머리의 친구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나는 그런 마음을 축시(祝詩)에도 썼다.
그런데 그 시를 낭송하기도 전에 친구들은 이심전심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고 있었다.
그리움의 세월이었구나.
너와 내가 따로 또 먼 어느 곳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만남 없이 살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를 그렇게 살아오고 살아가는 것이구나.
고맙다. 반갑다. 사랑한다.
너는 네가 아니고 나였고,
나는 내 안에 너를 귀중품을 안고 살 듯 그렇게 너를 안고 살아왔구나!
그래, 친구야! 너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소중한 보석처럼
하늘에 별처럼 그렇게 내 가슴에 똑똑하게 박혀있었던 거야!

어떤 친구가 말하였다.
친구야! 우리는 어쩌면 오늘 처음 만나는 거야!
다른 말이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고 너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이 어쩌면 처음이야!
그러나 나는 그 친구에게 이 말에 토(討)를 달지 않았다.
그 말뜻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내게는 그 인식 못한 그 그리움이야말로
진정 오래도록 기억할 그리움의 지문(誌文)으로 가득한 그 무엇이
아직도 내 가슴을 뭉클뭉클 울려주고 있으니까?

뚜렷한 기억보다는 어스름 노을빛처럼 날 감싸주는 아련한 것들,
저물녘 노을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카페 창가에서 풍기는 커피 향 같은
그런 무언가가 내게는 버젓이 자리잡고 있으니
친구야! 그냥 네 기억도 나의 이 기억도 그저 가져가보자.
또 세월이 흐른 후에 너와 내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바라보지 못한 30년을 똑똑하게 보고 있었던 것보다
더 분명히 기억해낼 흔적들을 찾아냈듯이
먼 훗날 우리는 다시 저 장작불더미처럼 붉게 타오르는 무언가를
간직할 수 있을 테니까?

친구야! 너는 나의 그리움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희망이었다.
너는 나의 사랑이었다.
그러게 너와 나는 길을 가며 길에서 만나고 있었다.
반가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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