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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서리가 내리는 날, 길곡리에서

  • 김형효
  • 조회 3246
  • 2005.09.17 11:22
흰서리가 내려 눈발처럼 시리게 내 가슴을 뒤덮는다.
길곡에 산하에 벗은 나목들은 없다.
온통 붉은 치장을 하고 있다.
온통 금빛 치장을 하고 있다.
온통 자신의 몸 치장에 바쁜
산나무들을 보며 나는 절정에 빠져든다.
저들에 치장은 얼마나 찰나적인가?
자연의 움직임은 느린 듯하지만
자연은 얼마나 찰나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키는가?
어느 때는 은둔한 몸을 한채 눈길을 받던 자연
어느 때는 찰나적으로 둔갑하는 자연
우리는 그 순간을 탄성만 지르다 보내버린다.
나는 그 안에서 꿈을 꾼다.
밤 잠에서 깨어나 보면 스르륵 스륵 낙엽이 밟힌다.
잎새는 그 순간에도 치장을 멈추지 않는다.
잎새는 흰 서리 안에서 안으로 붉은 피를 토한다.
잎새는 흰서리 안에서 연분홍 피를 토한다.
잎새는 은둔하면서도 치장을 멈추지 않고 우리를 둔갑시킨다.
절정과 환희에 몸통을 집어 넣도록 우리를 둔갑시킨다.
찌든 일상의 때를 잊고 금새 우리는 시인이 된다.
너도 나도 예술가도 정치가도 사무원도 심지어 채색하는 화가도
찌든 일상에 때를 벗고 잎새가 머금은 형형색색을 바라보고
그들과 진하게 입맞추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에 알몸을 내맡긴다.
천천히 천천히 차 바퀴안으로 잎새가 빨려든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사색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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