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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지고 어린 처녀 시인... 그가 나고 자란 곳은 도문시

  • 김형효
  • 조회 3798
  • 2005.09.05 20:49
연변의 민족 시인들(4) - 남외청 시인

 
 
 
다부지고 어린 처녀 시인, 남외청 시인의 시에서는 깊은 사연, 깊이 스며든 한의 사연들을 읽어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그의 시편들을 들여다보면 깊은 사색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도문시이다. 도문시는 두만강 접경지역으로 우리의 반쪽인 북녘이 바라다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북녘의 병풍처럼 둘러쌓인 높은 산이 절벽처럼 바라다보이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깊은 곳에서 절망도 하고 고독도 느끼며 시의 연을 이어가는 젊은 처녀 시인의 시에도 우리의 서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아니 그의 서정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우리 조상들의 서정이다.

그의 시에 제목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치>, <초행길>, <차>라는 시에서 느낄 수 있는 풍경은 참으로 고즈넉하다. 아직은 옛띤 모습을 한 우리의 젊은 교포 여성 시인의 이 음성에 아니, 이 음조에 우리의 가락을 맡겨두고 살며시 눈을 감아보고 싶어지는 것은, <반갑습니다>, 혹은 <휘파람>을 노래 부르는 처녀의 볼에 연지곤지가 박혀 있는 채 보여주는 어여쁜 모습이 금세 떠오를 법하기 때문이다.



김치

빨갛게 절어든 사연속에
피 맺히게 아프고 시린 상처

속속들이 엿보이는
하얀 줄기의 래력과
노란 잎의 풍상 ...

우리가 가볍게 씹는 것은
천년을 익은
백의 한


초행길

꿈이 빠진 자리에
한점 미련없이
람루를 걸치고 헤치는 길

거울의 자국같이 얼룩졌던 동년은
나와 동행하지 않았다

늦가을 마지막 잎새처럼
바람에 몸 꺾지 말아야지

가물거리는 한자락 빛을 잡고
끝내 돌아오지 않는 계절의 끝에 서서
수줍은 몸과 마음은
봄비에 함초롬한 꽃잎을 꿈꾸며
한설 덮인 언덕을 넘어선다




등잔불의 손짓에
이슬이 가슴 파고드는 밤

모락모락
별 적시는
차 한잔 들고

도란도란
새소리 물소리에
살은 얘기 엮어보면

거르고 거르고
우리고 우려진
한잔 차속에는

엄마
얼굴이
담긴다

 
 
 
 

남외청

1980년 5월 26일 중국 길림성 도문시 출생.
2000년 7월 연변제1사범학교 졸업.
연변대학 통신학부 조문전업 졸업.
연변제1사범학교 재교시 사도문학사 사장.
현재 연변조선문독서사 근무.
"길림신문" "청년생활" "중학생보" 등에 시와 수필 다수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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