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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시인의 작품에도 한민족의 그림은 있다

  • 김형효
  • 조회 3277
  • 2005.09.05 20:17
-민족이라는 뿌리는 사적 감정으로 뿌리 뽑힐 일이 아니다
   
 
 
한국인, 조선족, 고려인은 한민족이란 기사에 대한 댓글이 너무나 악의적인 느낌이다. 혹자가 사적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한다. 그가 누구일지는 모르나, 정상적인 사고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그러한 사적 이해의 태도가 대다수의 불특정한 중국교포 모두에게 덧씌워져서도 안될 일이다.

시인의 시적 대상으로서 역사란 왜곡해서도 안되고 왜곡할 수도 없는 서정의 발로라는 측면에서 석화시인이 갖는 서정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시 세 편을 소개한다.

먼저 "발해를 만나다1"과 "발해를 만나다2"를 보라! 누가 중국인이라 할까? 혹여 발해의 역사와 민족의 역사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바가 아니라면 한 시인의 사적 성장과정에 민족이 각인된 거짓없는 진실한 체험과 그에 대한 정의에 대해 몰찬 지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지금 우리의 문단에 역사가 사라지고 시적 토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분명한 역사성을 보여주는 민족적 서정을 확보한 아래의 시에 대해 본인은 큰 공감과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이 시적으로 승화되고 있음을 깊이 목도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발해를 만나다 . 1

-東京城역에서-



기적소리 한줄기
베개머리를 스쳐간다
열차의 칸마다에 실려서
반짝반짝 눈을 뜬 꿈들이
여래보살 옥구슬로
목덜미 따라 줄지어 가고
큰소리치는 기차가
어둠 속에 지워진다

발해를 만나려
동경성역에 내리면
나를 싣고 온 밤 기차
해가 뜰 때까지
굽이굽이 몸 속을 굴러가며
울먹이는 기적소리를 듣게 한다


2000.5.2


*동경성: 발해국 동경부가 있었던 고을이름


발해를 만나다 . 2

-씨앗-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밭고랑사이에 묻어둔 것 일뿐
우리들의 눈에 잠시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서리는 기운 껴안고
씨앗들은 가만히 눈을 감고 누었다
구름이 비로 내리고
꽃은 열매로 모양을 바꾼다
천년이 간들 어떠리
오동성 담벼락에 부서지는 햇살이
늘 저러하지 않았다고 누가 말하리

*오동성: 발해국의 첫 서울

다음의 시 "꼬리에 대하여"는 소시민들이 꽉찬 서울의 혹은 도심의 변두리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깊이 들이마시며 사회주의 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던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연변문학과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이 중요시 되는 우리의 민족 상황에서 단점을 극구 가릴 일이야 없다하더라도 희생과 고난으로 점철된 이민족의 삶을 견디고 살아낸 민족을 모독하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설령, 사적으로 판단될 일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일반화 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꼬리에 대하여

1.
TV속 동물세계를 들여다보다가 저도 모르게 엉덩이께로
손이 갔다. 밋밋한 미추 골이 만져질 뿐 아무 것도 없었다.
우리는 꼬리가 잘리 왔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추방당하여 이
곳에 온 것 일가. 그네들 아름다운 세계에는 이미 꼬리가 삭
제된 우리들이 설자리가 없다. 모두가 아름답고 힘찬 그것을
달고있는 그들 속에 궁둥이가 밋밋한 우리들이 위치는 이젠
아무 데도 없다.

2.
꼬리곰탕 집을 나오며 피-시식 헛웃음이 나왔다. 누가 우리에게
그것이 없다고 하더냐. 이렇게 맛있는 꼬리곰탕을 먹으니 배가
뿌듯하고 혈색이 돌고 그것이 꿋꿋해지고 힘이 뻗히는데 누가
우리에게 그것이 없다고 하더냐. 그저 그 짓을 하려고 에덴동산
에 살금살금 기어 들어가기 위하여 사타구니에 깊숙이 감췄을
뿐인데 누가 우리에게 그것이 없다고 하더냐. 헛웃음을 피-시식
웃으며 꼬리곰탕 집을 나오던 것이 엊그제 일 이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3.
꼬리를 달아볼까. 줄무늬 곱게 간 다람쥐꼬리는 예쁘장한 아가
씨 엉덩이에 달아보고 굵직하고 꾿꾿한 물소꼬리는 이마 번듯한
어르신 궁둥이에 붙여 보고 그밖에 쥐꼬리, 소꼬리. 개꼬리, 토끼
꼬리, 여우꼬리, 말꼬리, 염소꼬리, 코끼리꼬리, 도야지 꼬리, 락타
꼬리, 당나귀꼬리, 범 꼬리, 사자꼬리, 양 꼬리 꼬리꼬리 꼬리마다
마춤한 궁둥짝들이 따로 다 있겠지만 어쩐지 아닌 것 같다.

4.
꼬리가 있으면 TV화면 속 저 해 빛 찬란한 언덕에 뛰어 가서 꼬
리 달린 그네들 흥겨운 춤판에라도 끼여들어 보겠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그 숱한 줄말들과 캥거루들과 하이에나들과 노루, 사
슴들이 "에-익 꼬리도 없는 자식" 하듯이 눈도 한번 흘겨보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무리를 지어 화면 밖으로 내달아 가버린다. 그래서
빈방에 혼자 남겨져 심심해진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이 자꾸만 궁둥
이를 만져 보지만 꼬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영 자신이 없다.

5.
그래서 늘 뒤가 허전하다.


위트와 재치, 그리고 해학이 넘치는 시적 구성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우리의 가락이 넘치는 반복적 열거가 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작법은 평범한 말잇기가 시적으로 승화되어 독자로 하여금 웃음이 넘쳐나게 하고 있다. 서울 생활, 아니 팔도를 누비며 생활하고 있는 석화 시인의 2년 조금 넘는 한반도의 남쪽에서의 생활에서 얻어낸 시적 성과로서 너무나 빛나는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오늘도 석화 시인과 중국 교포들의 뒷뚱이는 어깨 넘어로 서산에 해는 지고 있다. 석화 시인의 홈페이지 http://www.poet.or.kr/shi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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