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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백성에게 봄은 조국이었다.

  • 김형효
  • 조회 3133
  • 2005.09.05 20:18
-심연수 시인의 봄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식민 치하의 봄은 대개의 시인들의 시에서 조국광복의 기대에 찬 상징적 은유로 일반화 되고 있다. 또한 식민 치하가 아니라도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억압과 굴종 속에서, 혹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두루 쓰는 상징으로 봄을 가져온다.

제 1 편

소년아 봄은 오려니


봄은 가까이에 왔다
말랐던 풀에 새움이 돋으리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전지(田地)는 남의 것이 되었으나
씨앗은 너의 집에 있을 게다
가산(家山)은 팔렸으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더라
재밑의 대장간집 멀리 떠나갔지만
끌 풍구는 그대로 놓여있더구나
화덕에 숯 놓고 불씨 붙여
옛소리를 다시 내여봐라
너의 집이 가난해도
그만한 불은 있을 게다
서투른 대장쟁이의 땀방울이
무딘 연장을 들게 한다더라
너는 농부의 아들
대장의 아들은 아니래도...
겨울은 가고야만다
계절은 순차(順次)를 명심하자
봄이 오면 해마다 생명의 환희가
생기로운 신비의 씨앗을 받더라.


지금 우리에게도 봄은 오는가? 눈물겨운 한탄에 강력한 응집력을 보이면서 봄을 끌어다라도 맞이하겠다라는 상징적 표현들이 이미 우리가 보아온 많은 시편들에 있다.

심연수 시인의 시편들에도 예외가 아닌데, 그 절절함이 목소리 높이 처절한 절규에 가까울 것 같기도 하건마는, 왠지 심연수 시인은 너무도 담담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보았다.
"이육사 시인 같기도 하고 이상화 시인같기도 하고 윤동주 적이기도 하다."

때로는 지사적 풍모를 볼 수 있을 만큼 단호한 시어가 드러나는가 하면 할머니의 숨결 같고 어머니의 숨결같은 그런 자근자근한 목청으로 시를 써내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심연수 시인은 <소년아, 봄은 오려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담담하게 소근거린다. <소년아, 봄은 오려니>하고 읊조린다. 그래 분명 안 올 수 없다. 그런 당당한 기백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나즈막하지만, 단호하고 단호한 것 같지만, 너무나도 유유자적하게 걱정 말란 듯이, 봄이 올테니 걱정 마라! 소년아! 쯤으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제목에 그리 신경을 쓰는 것인가? 심연수 시인의 시에서는 대부분 상징이 강한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편편히 경망스런 표현보다는 차분하고 가녀린 듯하면서도 단호한 느낌을 준다.

그럼 또 다른 시 두편을 감상해보자.

제2편

솔밭을 걸으며


솔밭엔 길 없어도 걷기만 좋더라
묵은 솔방울이 땅에 떨어져 굴고 있는데
뜻모를 골바람만이 이곳을 쓰다듬는다

새조차 안우는데 골바람마저 멀어
모를 곳 그 어디에서 바디소리 들려온다
망향에 쩔은 몸이니 갈줄을 몰라라.


제3 편

방랑(放浪)


나는 가련다 정처없이 또
이 발길 가는 곳 어데냐
맞아줄이 없는 낯선 땅
머물 곳 정함없는 타향에서
호올로 헤매고저 또 떠나노라

떠나는 나그네길 서글퍼도
안갈수 없는 방랑의 신세
어제 머물던 오막살이엔
박꽃이 수없이 피였건마는
서리전에 굳을 열매
과연 몇이나 될고.


구구절절하게 평을 써보기도 하겠지만, 이 시편들을 굳이 시평이라고 쓴다는 것이 왠지 서먹하다. 식민의 경험이 있는 조국에 사는 우리가 굳이 설명을 아니 평을 보아가면서 시를 감상한다는 것은 시인에 대한 모독이든 식민 조국에 살아온 조상들에 대한 모독이든 아무튼 그냥도 읽어 내려가 그 의미가 새록새록 우리의 뇌파에 전이될 만한 완벽한 시라는 생각에서 더 이상에 평은 쓰지 않기로 하겠다.

위의 몇자 정리한 것도 평이라기 보다는 심연수 시인의 작품들을 앞으로 소개해 나가려는데 일부 필요한 서설이 이라 생각해 주시길 바라면서 작품을 감상해 주시길 바라고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다시한번 되새김질해 보시길 권한다. 앞으로 틈틈이 시의 짧은 평과 시를 소개하기로 약속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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