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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하고 꺽정이다운 패기에 찬 시인

  • 김형효
  • 조회 3641
  • 2005.09.05 20:55
- <연변의 민족 시인들 7> 임금산 시인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동명이인의 교포작가로 임금산이 있다. 심양에 임금산과 연변에 임금산이 그들이다. 오늘은 연변의 임금산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화끈하다. 그러면서도 뒤가 좀 무르다는 느낌도 주는 사나이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겪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본인은 임금산 시인을 만나자마자 뜨거운 환대의 정을 받았다. 그것은 심양의 임금산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심양의 임금산 형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자.

오늘 언급하려는 연변의 임금산 시인은 거나하게 마신 술에 급하다 싶을 정도로 본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터인 연변작가협회로 아니, 월간 연변문학 사무실로 초대를 해주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다 지나도록 아니 일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연락이 두절이다.

우리의 역사를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한민족의 애환의 역사가 저 만주벌이나 세계 만방에 한민족이 사는 곳 어느 곳에라도 어두운 그림자를 하고 따라 다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름이 아니라, 이념성을 전제로 하고 양갈래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의 적인냥 형성되는 이념적 기류에 휘말려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수 없이 그러한 현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인이 나중에 연변문학 한국지사장을 통해 안 사실이 참으로 우습고 기가 막히다. 사실인즉 연변에도 우리처럼 문단의 갈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요 갈등 요인의 하나인데 흔히 말하는 민족문학파라든가? 문협파라든가 하는 식의, 그런데 그것이 우리의 경우와 상통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국의 땅에 사는 민족간의 갈등 요인인 것을 분명하다.

누가, 아니 무엇이 우리 민족을 이렇듯 뼈저리 고통 속에 가두었던가? 중국의 사회적 변화, 문화적 변화 속에서 특정한 입장에 대하여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택한 사람을 본인이 가깝게 만나서 함께 만나게 된 것이 그 이유라니, 아무런 사정도 모르고 중국에 있는 반가운 교포 시인들을 만난 본인의 입장에서는 일면 억울하기도 한 일이지만, 본인에게는 모두가 한결같은 민족시인이었다.

나중에 임금산 시인을 만나거든 이런 저간에 이야기조차 다 털어놓고 술 한잔 진하게 마셔야겠다. 슬픔을 머금은 <사슴의 귀띔>을 하듯 한번 살짝이 말을 건네볼 일인 것이다.

사슴의 귀띔

임금산

아지치는 나무가
자꾸 하늘 속에
손을 뻗치잔다.

또 하나의
언덕이
불쑥 솟는다

잊으려 해도
못잊을
사람아

너는 언제가야
새들의 노래랑
내 물의 속삭임과
흙의 향기랑

먹을 줄
알 것인가

나는 지금
불타는
서산기슭에서

슬피 우는
사슴의 울음소리에
귀가 솔깃해진다

야, 내일은
우리 함께
청산에 또다시
꽃이나 심어볼까!


불새가 난다

빨랫줄에 하느작이는
꽃 적삼에
눈 뿌리가 빠진다

코마루선이 반짝거려
활랑이는 가슴
고운 목청은 잔디밭에 구운다

님아
그 퍼덕이는 날개 밑에서
싱싱한 바람 한줌
쥐여보고 싶구나

그 청청한 잎을 뜯어
이 한 몸에
푸른 피를 수혈하고프다

총알처럼
가슴 짜개고 빠져 나오는
불새

하늘 끝은
구름 한 점 없다


시작노트: 시는 내 마음의 등불이다. 걸어가는 내 인생비탈에 시는 지팡이며 친구다. 시의 영혼을 부르며 나는 살아있음을 깨친다. 야박한 《인간》들 무리 속에서 시만이 나를 호흡하게끔 틈서리를 준다.


임금산(林錦山)
1960년 중국 길림성 도문시 출생.
1984년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 졸업.
1982년부터 작품활동.
서정시, 동시, 수필, 실화 400여편 발표.
동시집 《사랑의 동그라미》펴냄.
현 중국 조선족 소년보사 주임편집. 연변작가협회 이사.
《두만강 여울소리상》,《한국월간아동문학상》등 10여 차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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