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처럼 솟을 텐가, 그대 연변 조선인의 희망이어라 > 해외동포 시 읽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해외동포 시 읽기
해외동포 시 읽기 < 현재 < HOME

용암처럼 솟을 텐가, 그대 연변 조선인의 희망이어라

  • 김형효
  • 조회 3483
  • 2005.09.05 21:01
- 연변의 민족 시인들(8) 홍용암 시인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가 바쁜 탓이다. 그저 이메일을 통해 받은 시편 정도로 그를 안다.

연변의 작가들을 통해 들은 풍월은 있다. 그는 아래 이력에서 보듯 70년 생이다. 그런 그가 5개 회사를 갖고 있는 연변 조선족의 거부가 될 때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그런 우여곡절이 결국 그를 문화에 기여하게 하고 연변 문화인들의 풍요한 삶의 일부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는 연변에서 행해지는 여러 문화 행사에 대해서 많은 기부를 하면서 그 또한 문화인으로서의 본색을 유감없이 보여주듯 틈틈이 시편을 정리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연변 최초의 외국어 학교를 세우면서 많은 사람들의 시기 속에서 무난하게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족이 지배하고 있는 중국이란 나라에서 자치주라고 해서 완전한 자치체제도 아닌 이민족이 그만한 사업을 이루었다는 것은 참으로 장한 일이다. 그러한 일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엄청난 경계의 대상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는 더욱 그들의 경계가 노골화 되어가고 있고, 주요 부처의 장은 중국 내 거주 교포들이 맡아 하지만, 최소한 서열 2위의 직 정도는 맡아 보는 것이 일상화하는 추세라고 하니, 본국이라 할 남북한에서의 연변에 대한 대응 태도는 어떤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홍용암, 필명 백운, 그야말로 조선적인 닉네임들이 아닌가? 이제 그가 이룬 대업이 중국 내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적 토양을 굳건하게 하는 토대가 되도록 우리가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연변조선족 자치주 인민대표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중국연변인민출판사 문예편집부장의 말에 따르면 그와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공동으로 문예창작학과를 두고, 문학상 등을 제정하는 등에 대한 논의를 수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중국 내 공안 당국의 방해로 그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게 저항의 뿌리는 지속성을 갖고 뻗쳐 내려오는 데 우리는 너무도 작아져 버린 것은 아닌가?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의 등을 돌린 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그런 마당에 남쪽 내부에서의 토착화된 지역 감정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적 구심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의 시선을 저 멀리 만주나 시베리아로 돌려 바라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기업을 일으켜 민족 문화의 내적 자산을 키워가고 있는 젊은 미래의 희망은 우리 민족의 젊은 기상으로 꽃 피어날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

그의 시가 수작은 아닐지언정, 그의 시의 내면에 담긴 동화적 상상력은 인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의 진실한 고백이 담겨져 있는 것 또한 그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창작으로 인정하고 싶다.


하루살이가 되고 싶었던 그 날

홍용암

나는 그 어느 가장 청명한
여름날의 하루살이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순간적인 그 하루만
사슴처럼 새처럼 사랑했다
이튿날 헤여져야 했으니깐
그 아름답게 사랑했던 하루
그날 새벽 0시에 태어나
자정 24시에 죽었다면
나의 기억속에는
다음날의 비애가 없을 것이다
영원히 그 행복했던 하루만
내 한생에 전부로 길이 남아
그러면 나는 단 하루를 살아도
행운스럽게 길한 날 태여나서
유감 한점 없는 삶을 마칠 것이다....


꽃무덤

무수한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초가을 공원 길거리에
깨끗하게 늙은 어멈 한 분이
떨어진 꽃잎을 쓸어모아 무져서는
한무더기 꽃무덤을 만든다
아무래도 무심히 지나칠수 없다
어쩐지 그 한잎한잎의 꽃무덤이
그 어멈이 스쳐지난 자취같이 보인다
얼마나 아름다운 나날들을
그윽한 향기속에 흩날렸을가...


녀자

가장 가냘픈건
고독한 녀자다
고독한 녀자보다 측은한건
버림받은 녀자다

버림받은 녀자보다 불쌍한건
죽은 녀자다

죽은 녀자보다 불행한건
잊혀진 녀자일게다 까맣게...


물고기

륙지의 자그마한 개울물에 살던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다가 번화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꾀죄죄한 개울을 떠나
한번 그곳에 가서 보람있게
버젓이 살아보리라 마음먹었다

항구도시에 이르러
사품치는 바다격류에 휘말려들자마자
물고기는 그만 지각을 잃고말았다...




인간들이
서로 욕지거리 한다
--개같은 것이!

개들도
물고 뜯을 땐
개나라에서
가장 험한 쌍욕을 할 것이다
--인간같으니라구야
에잇 퉷퉷...


홍용암: 필명 백운(白云)

1970년 6월 26일 중국 흑룡강성 동녕현 삼차구향 동방룡촌에서 출생
16세에 첫동시집 「꽃무지개」를 출판
서정시집 「흰구름이 된 이야기」, 「려행자」,
동시집 「나는 시골아이」, 「사슴뿔 나무」등 출판
전국, 성, 주 및 해외문학상 수차 수상
현재 「청춘극장」신문사 사장, 「별나라」특약편집, 연길시외국어학교 등
5개 회사의 리사장, 흑룡강작가협회회원, 연변작가협회회원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338
  • 어제 : 359
  • 최대 : 18,497
  • 전체 : 1,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