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교포 시인들(2) 허남기 시인
일본에도 문학적 항거 시기가 있었다. 문화적 충돌시기 혹은 문학적 진보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동경대학교 교수로 있는 시인 김응교 님에 의하면 <열도>라는 잡지는 일본 문학계에서 우리의 70년대 창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시인 허남기는 그 중심에서 <열도>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구심적 문학잡지였던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가 그런 잡지들을 소개하고 민족 대동의 구심으로 삼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된다.
시인 허남기는 재일한국인 1세이다. 대개의 실향민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고향인 한국과 일체감이 강하여, 망향(望鄕)에 대한 생각이 온몸에 넘실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향의 한 밤중을 생각해 보라. 많은 재일교포 시인이 망향을 소재로 시를 쓰듯 그도 그랬던 것이다.
두번째 시 `바람`은 화난 민중의 폭풍같은 에네르기를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디에도 있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지만, 부당히 억압당할 때 그 분노는 모여 거대한 힘을 발산하게 된다라는 저항하는 조선인의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해방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아마도 통일이 오고 우리가 완벽한 결합을 이룬 후에나 그러한 해방 투쟁의 고행은 끝날 것이란 생각이다.
시인은 <시인>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과 고뇌의 사슬을 끊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민감하게 시대의 슬픔에 울고, 시로 노래하는 존재인 자신을 대신 시에 비추고 바라보고 있는 자화상 같은 시는 아닐까. 평이하게 쳐진 우리의 민족관과 일본과의 관계 과거역사에 대한 단절의식 등을 생각할 때, 시인 허남기의 울음은 우리의 눈물 샘이 아닐까.
그러면서 시인은 우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바람에 맞서는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시인 허남기는 시인의 이상으로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한밤중의 노래소리
귀를 기울이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한밤중에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저 멀리 구름 위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소리도 없이 창을 열고 창호지문을 열고
나의 가슴의 단추를 때려부수며
심장 한구석에 메아리친다
그래서 눈꺼풀 위에 작은 이슬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그 노래소리는
저것은
동해도선(東海道線)과 산양선(山陽線)*에서 큐슈의 하카다까지 가서
거기에서 또 3만엔의 밀선 비용을 내고 현해탄을 건넜다
저 멀리 저편 나라에서 일어난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것은
고춧가루 냄새가 난다
따라서 그것은
나의 온몸을 떨게 한다
내 고향의 산이 노래한다
내 고향의 냇물이 노래한다
그래서 많이 슬퍼하는 촌사람이 노래한다,
그래서 많이 가련한 역사가 노래한다,
오랜 세월을
어둡고 차가운 밤중에서 지내고
오늘 또 어둠 속으로 쫓겨 보내졌다
조선의 땅이 노래하는 노래소리가 틀림없다
그래서 그것은
한밤중, 구름에서 메아리 쳐
먼 타향에 잠을 깨운다
나의 심장까지 두둘겨 깨운다.
아아
한밤중에 일어나는 노래소리여
나는 너를 위해
또 얼마나 눈물을 참아야 하는 것일까
노래소리는, 나의 마음을 조인다
노래소리는, 나의 눈물을 조인다
바람
한 알 한 알을 손에 쥐어 보면
단순한 수증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어디에도
그 바람은
지금 화난 표정으로 변해
지평 저 멀리에
무리 지어 불어대고 있다
아마 저 지평의 건너 편에는
터무니 없이 바보스런 저기압이 일어났기에
그래서 그 착한 바람놈도 화나게 된 것이 틀림없다
바람은
초속 80미터의
정말로 화난 목소리를 내며
뒤에서 뒤에서
덩어리를 이루며 간다
이미 그 힘을
막을 수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약아빠진 인간놈들이여
허무하게
이 화난 바람 앞에 서지 마라
온종일 바람이 불고 있다,
풍량계 막대의 꼭대기에서
닭이 흔들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달라붙어
슬픈 시각을 알리고 있다
닭은 울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닭은
바람을 향해 눈물을 말리고 있다.
허남기(許南麒 : 1918 - 1988),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다. 시집 『조선의 겨울 이야기(朝鮮冬物語)』,『조선해협』이 있다. 『열도』창간호 편집위원으로 1, 3호에 기고했다.
일본에도 문학적 항거 시기가 있었다. 문화적 충돌시기 혹은 문학적 진보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동경대학교 교수로 있는 시인 김응교 님에 의하면 <열도>라는 잡지는 일본 문학계에서 우리의 70년대 창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시인 허남기는 그 중심에서 <열도>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구심적 문학잡지였던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가 그런 잡지들을 소개하고 민족 대동의 구심으로 삼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된다.
시인 허남기는 재일한국인 1세이다. 대개의 실향민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고향인 한국과 일체감이 강하여, 망향(望鄕)에 대한 생각이 온몸에 넘실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향의 한 밤중을 생각해 보라. 많은 재일교포 시인이 망향을 소재로 시를 쓰듯 그도 그랬던 것이다.
두번째 시 `바람`은 화난 민중의 폭풍같은 에네르기를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디에도 있는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지만, 부당히 억압당할 때 그 분노는 모여 거대한 힘을 발산하게 된다라는 저항하는 조선인의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해방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아마도 통일이 오고 우리가 완벽한 결합을 이룬 후에나 그러한 해방 투쟁의 고행은 끝날 것이란 생각이다.
시인은 <시인>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과 고뇌의 사슬을 끊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민감하게 시대의 슬픔에 울고, 시로 노래하는 존재인 자신을 대신 시에 비추고 바라보고 있는 자화상 같은 시는 아닐까. 평이하게 쳐진 우리의 민족관과 일본과의 관계 과거역사에 대한 단절의식 등을 생각할 때, 시인 허남기의 울음은 우리의 눈물 샘이 아닐까.
그러면서 시인은 우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바람에 맞서는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시인 허남기는 시인의 이상으로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한밤중의 노래소리
귀를 기울이면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한밤중에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저 멀리 구름 위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소리도 없이 창을 열고 창호지문을 열고
나의 가슴의 단추를 때려부수며
심장 한구석에 메아리친다
그래서 눈꺼풀 위에 작은 이슬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그 노래소리는
저것은
동해도선(東海道線)과 산양선(山陽線)*에서 큐슈의 하카다까지 가서
거기에서 또 3만엔의 밀선 비용을 내고 현해탄을 건넜다
저 멀리 저편 나라에서 일어난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것은
고춧가루 냄새가 난다
따라서 그것은
나의 온몸을 떨게 한다
내 고향의 산이 노래한다
내 고향의 냇물이 노래한다
그래서 많이 슬퍼하는 촌사람이 노래한다,
그래서 많이 가련한 역사가 노래한다,
오랜 세월을
어둡고 차가운 밤중에서 지내고
오늘 또 어둠 속으로 쫓겨 보내졌다
조선의 땅이 노래하는 노래소리가 틀림없다
그래서 그것은
한밤중, 구름에서 메아리 쳐
먼 타향에 잠을 깨운다
나의 심장까지 두둘겨 깨운다.
아아
한밤중에 일어나는 노래소리여
나는 너를 위해
또 얼마나 눈물을 참아야 하는 것일까
노래소리는, 나의 마음을 조인다
노래소리는, 나의 눈물을 조인다
바람
한 알 한 알을 손에 쥐어 보면
단순한 수증기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어디에도
그 바람은
지금 화난 표정으로 변해
지평 저 멀리에
무리 지어 불어대고 있다
아마 저 지평의 건너 편에는
터무니 없이 바보스런 저기압이 일어났기에
그래서 그 착한 바람놈도 화나게 된 것이 틀림없다
바람은
초속 80미터의
정말로 화난 목소리를 내며
뒤에서 뒤에서
덩어리를 이루며 간다
이미 그 힘을
막을 수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약아빠진 인간놈들이여
허무하게
이 화난 바람 앞에 서지 마라
온종일 바람이 불고 있다,
풍량계 막대의 꼭대기에서
닭이 흔들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달라붙어
슬픈 시각을 알리고 있다
닭은 울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닭은
바람을 향해 눈물을 말리고 있다.
허남기(許南麒 : 1918 - 1988),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다. 시집 『조선의 겨울 이야기(朝鮮冬物語)』,『조선해협』이 있다. 『열도』창간호 편집위원으로 1, 3호에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