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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천장초등학교 33회 동창회 축시

  • 김형효
  • 조회 5132
  • 2008.12.07 23:49
왜목마을 앞 바다 풍경이다. 한 해를 넘기는 해가 따뜻했다. 동창회가 열린 장소이다.

*30년을 넘어 만나는 친구들을 위해 쓴 시.
 친구들 앞에 서서 시를 낭송하는 기분은 사뭇 달랐다.


고맙다. 친구야! 반갑다. 친구야!

 

친구야! 반갑구나.
날마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이 있었지.
다스운 바람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지.
너의 향기와 나의 향기가
바람이 되어 불던 곳이 있었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따라가 보니
아련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거기 너의 자리가 있더구나.
 
이제 너도 나도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되었구나.
이제 나도 너도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구나.
그렇게 우리가
그때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구나.
 
어느새 첫 서리 같은 흰 머리카락이
너와 나를 깨닫게 하는 날
오늘 흰 눈이 내려
너와 나의 삶을 되돌아보라는 구나.
 
그때의 아버지가
그때의 어머니가
지금은 백발의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그때의 나와 같은 우리의 아이들과
그때의 나와 같은
우리의 조카들을 쓰다듬는 겨울날
너와 나는 그때의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 부둥켜 안자구나.

돌아온 날만큼
앞으로 갈 날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우리가 갈 길은
지금의 우리의 어머니와
우리의 아버지가 서 있는
청춘이 무르익은 마을이다.
 
너와 내가 흐른 세월만큼 깊어져서
너의 자리에 내가 섰고
나의 자리에 네가 섰다.
 
반갑구나.
오늘의 축배는 너와 나를
채우는 추억의 향기로다.
 
친구야!
세월은 흘러도
우리의 마을은 사라지지 않듯이
아직은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월이다.
우리네 고향을 지키듯
너를 지키고 나를 지켜 가자구나.
 
그렇게 너와 나 사이에
아버지의 고향, 어머니 고향
어머니의 마을, 아버지의 마을이 있으니
너와 나는 한 날, 한 시의 울음을 울었던
같은 땅, 같은 바람의 향기를 맡고
그 갯벌의 향기를 기억하는 텃밭과도 같이
철석같고 얼척없는 하나의 동산과도 같구나.
 
친구야! 고맙구나.
오늘 너를 반겨줄 수 있어서
오늘 너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친구야! 반갑구나.
오늘 너를 바라볼 수 있어서
오늘 너를 불러 볼 수 있어서
 
친구야!
그럼 안녕!
다시 볼 날을 위해 친구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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