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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십대(외1수) / 김현순

  • 김영춘
  • 조회 12419
  • 추천시
  • 2009.11.26 12:03
벌써 사십대

      *김현순


아파라
못에 뚫린 손가락 감싸쥐고 돌아눕는 사이
도적놈처럼 살금살금 새벽이 다가오고
마흔두해의 찬서리가
세집앞마당 찢어진 포대기로 덮어준다

밤새도록 창문을 잡아두드리던 꿈이 물러간 자리
빨갛게 멍든 락엽 몇잎 지저분한데

몰랐다
그게 내 젊은 시절 화려한 사랑이였던것을

환한 아침
수라상에 상큼 뛰여오른 따가운 해살 몇오리
나는 떨리는 저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훌훌 불며
입가로 가져간다


오늘 한낮 쾌청할건가
일기예보가 
아지랑이 되여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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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 김현순

어떤 날은 그냥 걷기도 했다

울퉁불퉁한 시골길도 청계천 산책길이라 생각하며


어떤 날은 그냥 발을 담가보기도 했다
족발안마방 소랭이에 발을 담그고도
고향마을 앞개울물이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을 속이며 사는것도 멋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의 냄비우에 자글자글 나를 끓이며
내 고기가 익는 냄새를 구수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비게덩이우에 분염(粉鹽)을 뿌리며
실신하던 그날
노을속으로 씨앗 한톨 지고 사라지는
까만 개미를 보았다
하얀 유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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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순략력:
    1968년 6월 5일 중국 길림성 안도현 만보향 공영촌 출생. 연변대학 조문전업졸업.
    중국 연변작가협회 리사.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아동문학학회 회장. 연변인민출판사 계간 <<아동문학>>잡지 주필.
    시집 <<나무잎신화>>, <<계절찾아 가는 길>>, <<꽃은 울어도 향기롭다>>.
    동시집 <<풀아이들의 여름이야기>>, <<겨울 파는 아줌마>>.설화집 <연변관광명소전설 > 출간.

    한국 계몽아동문학상, 한국 월간아동문학상, 백두아동문학상, 리영식아동문학상, 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상, 윤동주문학상, 해란강문학상, 라지오문학상, 연변시조상 등 해내외문학상 수상 수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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