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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파고다공원(시:최강)

  • 김형효
  • 조회 9970
  • 두만강여울소리
  • 2005.10.05 05:20
지하철 종로3가역 3번출구를 나와 도보로 백보쯤이면 만날 수 있는 파고다공원은 일요일의 허둥댐으로 아침을 맞고있었고 잠 설친 새들이 뜀질하며 자그만 석탑이 떨어뜨리는 귤색쪼각들을 쪼아먹고있었다. 조용한 벤취에는 할아버지들의 소박한 앉음이 연변의 어느 모퉁이로 착각케 했고 가이드와 관광객의 조선말과 일본말이 담벽에 굳어진 일본군인들의 표정을 쫓고있었다. 비둘기무리가 류관순렬사의 부조(浮彫)앞을 평화스럽게 날아지났고 흰 중절모할아버지의 룡의 세발가락이야기와 룡의 네발가락이야기가 내 메모지에 콩콩콩 뛰여들고있었다. 갑자기 만세소리가 덩어리, 덩어리채로 분출되고있었고 귤색으로 타번지는 공원안 어디선가 한 청년의 랑독소리가 서리발처럼 내 가슴을 후려치고있었다.

                                      - 1998년 파고다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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