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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하기때문인것을

  • 주향숙
  • 조회 6810
  • 기타
  • 2007.05.13 06:16
너무나 사랑하기때문인것을

눈을 감는다.
귀를 닫는다.
숨소리도 죽인다.
혼탁한 인간세상을 떠나본다.
나는 산으로 간다. 이름 모를 꽃들의 아롱다롱하고 향기로운 이야기와 갖가지 나무들의 정직하고 믿음직한 이야기며 수많은 짐승과 새들과 벌레들의 순수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의 싱그러움에 취한다. 나도 한포기의 작은 풀이 되여본다. 꽃들은 미소지으며 바라보아주고 나무는 틈을 내여 이끌어주고 새들은 목청껏 응원을 불러준다.
그런데 왜 가슴 한켠에서 기어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걸가?
나는 바다로 간다. 넓음으로 깊어지고 깊음으로 무거워진 바다앞에서 숙연해진다. 바다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깨달아가며 그냥 풍경자체로 보고싶어 안달아했던 가슴에 부끄러움을 만든다. 바다가의 한알의 모래가 되여 바다의 냄새에 코를 박고 바다의 소리에 귀를 열고 바다의 소금에 몸을 절인다. 그러는 나는 바다의 한갈피 한갈피의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도취될것이다.
그런데 왜 가슴한켠에서 기어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걸가?
나는 하늘로 간다. 서로 명랑하게 만나 조화를 이룰줄 아는 구름과 훌훌 털줄 알아서 자유로운 바람과 아득한 거리에서도 빛이 될줄 아는 해와 달과 별을 본다. 그리고 인간세상에서는 오로지 사전에만 옛날의 흔적으로 말라붙어있는 단어였던 고상하고 우아하고 성스러운 모두가 이곳에서 모두의 몸에서 빛나고있음에 감탄한다. 나도 그들을 닮아본다. 어느날 나도 하나의 별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될것같은 환상으로 감미롭다.
그런데 왜 가슴한켠에서 기어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는걸가?
나는 왜 사람들이 싫다며 한사코 도망와놓고 또 고집스레 파고드는 그리운 얼굴을 어쩔수 없어 해매이는가? 아마도 나는 <<산협에 가까이 왔으매 구름과 함께 즐겁고 시내가에 임하였으매 새와 정다운 벗이 되리라.>>며 오직 산천을 누비며 세상사를 초월한 인자나 지자가 되지 못한 속물이여서 수려한 산이나 맑은 물의 함의도 깨달아가지 못한채 사람에 연연한가본다. 아마도 나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람 사는 흉내를 내며 살아있어서 결국 그렇게 사람을 닮지 않은 탓으로 그들 나름대로 여유로운 행복을 만끽하는 자연과도 일치를 이룰수 없는가본다. 허나 그 모두보다도 나는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세상속의 은은한 사랑을 떨쳐버리지 못해서가 아니였을가? 공기같은 존재로 부드럽게 은근하게 있어주어서 전혀 감각하지 못했던 사랑이 결국 떠나보보니 갑작스럽고 그러나 끈끈하게 다가와버린것일것이다.
그러한 사랑이였기에 세상이 싫어 한껏 팽개쳐놓고 산과 물과 구름과 친구하는 방랑자였던 하이쿠시인인 바쇼도 어느 려인숙에서 <<이 가을밤 옆방은 뭐 하는 사람인가>>며 이웃에 관심을 가져본거 아닐가! 아마도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건 결코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기때문이 아니였을가? 게다가 미움은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이미 누군가 이야기해주지도 않았던가! 우리가 잠시 사람을 등지고 돌아서버린건 기실은 우리의 가슴속의 완벽한 사랑을 향한 절규가 잠시 버거워졌거나 또한 우리를 향해오는 그런 강렬한 사랑에 잠시 부담스러워졌을뿐이다.
사람의  인(人)자는 서로 기대인 두 획으로 이미 인간의 특성을 규정해주었다. 우리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는 삭막한 가슴을 붙들고 목마름에 시달릴뿐이다. 자연의 맑고 순수하고 청량한 공기도 좋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것이다. 함께 웃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손을 잡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입맞추고 함께 목욕하고 함께 잠을 자고… 그렇게 고상하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잡다한 일상들로부터 우리의 가슴은 서로의 체온으로 덥혀지고 서로의 미소로 수놓아지고 서로의 숨결로 영위되는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가슴 깊이에 박혀 무성하는 본성이다. 그런 탓으로 우리가 아무리 어디로 도망가버려도 결코 떼여버릴수도 피할수도 무시할수도 없다. 그런 우리 인간이기에 에이즈감염환자가 사람이 그리운것처럼 그토록 지독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는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군중속의 고독으로 죽어가고있다.>> 그리고는 또 기어이 사랑해야만 살아지는 생명이 아닌줄 잘 알면서도 <<이건 분명 아닌데>>라며 허무해진다.
그러는 나의 가슴으로 딸애가 했던 말이 코끝을 찡하니 자극하며 다가온다. 잠을 잘 때면 늘 나의 목을 안고 머리칼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딸애가 어느날 빨리 자자며 독촉해왔다. 할 일이 남아있는지라 나는 사람의 몸만큼으로 커다랗고 사람의 얼굴처럼 이쁘고 사람의 살결처럼 보드라운 곰인형을 갖다주며 안고 자라고 했다. 그랬더니 딸애가 아주 완강하고 분명하게 <<싫어.>>하고 거부해왔다. 왜냐는 나에게 <<그래도 사람이 좋지.>>하며 철없는 말로 가슴을 쿡 찔러왔다. 그 애는 사실 아직은 사람의 절실함을 다는 모른다. 다만 자신을 따스하게 안아줄수 있고 입맞춤을 해줄수도 있고 가끔 장난도 쳐줄수 있는게 좋기만 해서일것이다. 그러는 애가 지금 너무나 강하게 사람이 수요된다고 호소하고있다!
하다면 우리는 더 절실하게 사람을 바라는거 아닐가! 마주보는 눈빛에서 서로를 읽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여줌을 느낄줄 알고 따스하게 잡은 손길에서 함께 하는 행복을 느낄줄 알고 입맞춤에서 영원으로 가닿는 사랑을 느낄줄 아는 우리가 아닌가! 가슴속에서 본능으로 무성하는 그런 무언가- 사람에 대한 사랑을 우린 분명하게 알아야 하며 소중하게 껴안아야 한다. 우린 결국 사람이니가!
함께 어울리는 모든것은 아름답다. 하나의 꽃으로 피여 단조롭기보다는 비록 그다지 향기롭지 못한 꽃들이 더러 끼여있더라도 함께 어울려 꽃밭을 이룬 모습은 아름답다. 하나의 별로 돋아 처량하기보다는 그다지 밝지 못한 별들이 더러 끼여있더라도 많은 별들이 어울려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은 아름답다. 사람이 홀로 외롭기보다는 비록 그다지 다스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조화를 출연해내는 모습은 아름답다. 결국 별무리중의 별이 아름답고 꽃밭속의 꽃이 아름답고 사람속의 사람이 아름다운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자. 비록 시끌벅적하고 험악하고 졸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속에는 진실된 사랑이 웃고있고 따스한 위안이 깃들어있으며 아름다운 축복이 무지개빛으로 비껴있다. 결코  풍경만으로 스칠 용기가 없지 않는가! 그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적당히 미워도 하면서 사랑을 나누며 살아보자. 미움은 기실은 너무나 사랑하는 탓이였던것임을 떠올리며.
그리고 먼 후날
사랑을 하는건
사랑을 하느니보다
행복하니라
라는 누군가의 시구절처럼 사랑하는 능력으로 행복하자. 그리고 사랑이라는 인간적인 부름앞에서 덜 부끄러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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