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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아름다운 세상

  • 김경희
  • 조회 6523
  • 기타
  • 2007.05.25 00:40
선이에게,  나 수필을 잘 몰라요. 그냥 어떤 강한 느낌이 오면 쓰고요.

선이의 글이 나에게 없는 어떤 말할수 없는 참신함과 해빛아래의 이슬같은 반짝임과 매력이 있다고 저 생각하면서, 난 수필을 보통 어떤 격식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쓰는지 보여주면 혹 도움이 되겠는지 해서요 올려요. 도움이 안되더라고 나란 사람을 선이가 알수 있잖아요. 일본이란 발달한 나라에서 보고들은것이 많은 선이가 부러워요. 글이 넘쳐나올 믿바탕이 있고 선이 원래 기초가 좋아 문학에서 크게 한몫 막으리라 기대해요.

서른살의 녀자가 안 아플수가 있나? 누가 나와 이런 얘기를 했던지는 아리숭한데 그즈음하여 어디가 아프다고 찍어말할수 없이 그저 해나른하고 아프고 흐리터분한것이 늘  무작정 눕고만 싶었다.
    그러던 하루, 퇴근하여 오니 문밖 림시용으로 만들어 놓은 다락 등대우에 무언가 눈에 들어오는것이 있었다. 살며시 비닐주머니를 헤치고 얼핏 들여다보니 피가 즐벅한 덩어리가 들어있는것이 대뜸 속이 선뜩했다.
필경 고기는 아닌데,아무틈 감각이 이상하게 오싹했다. 그 순간 나의 뇌리로는 누가 방토하느라고 락태한것을 들어다가 이렇게 남의 집 문앞에 가져다 놓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찰나에 일어난 생각이 였지만 아주 섬찍했다. 정작 여유가 없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서 그걸 냉큼 들여다 던져버렸다. 그러고서도 한참이나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저녁 무렵, 문밖으로부터 들려오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에 두이어 인츰 나타난 남편의 물음이 여의치가 않았다.
____덩대우에 있는걸 못 보았소?
난 어정쩡 해졌다.
____뭔데요?
____아까 돼지간을 사다가 올려놓았는데….
하느님 맙시사, 나는 입이 얼어붙고말았다.
____이것 참, 산사람 눈 빼먹겠다, 못 살 동네라니깐.
맛난 저녁 한끼를 은근히 기대했을 남편은 얼마나 맹랑했을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또 애매한 동네 인심만 괜히 팔고, 그렇다고 그대로 여쭈기는 너무도 무엇하고….
생각하면 너무도 부끄럽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나절로도 내가 어느사이 돼지간을 본적도 없는 태로 볼만큼 잘못되였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는 심신이 병들어있었나보다. 흐린 눈으로 보는 나의 세상은 늘 흐려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난 그때 죽어 살았었다. 여기저기 아파도 그렇고 작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늘 누구의 탓인것처럼 원망스럽고 기분이 엉망인채 하루하루를 보냈었다.왜서인지 남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이 이 세상에서 홀로 불행하다는 느낌으로 꽉 차있었다.
그때, 난 늘 어딘가 훌쩍 떠나고픈 생각이 났다. 려비라도 두둑하면 정말 먼길을 떠나 잡다한 삶의 번거로움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서 결칠것 없는 하늘의 구름처럼 마음껏 떠다니고싶었다. 그럴 때면 난 내가 옛날 사람으로 태여났더면 얼마나 좋았을가고 아름다운 환상도 해본다. 김삿갖처럼 산천경개나 구경하고 시나 읊조리면서 가는데까지 가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걸리는게 없이 발가는대로 가다가 길가의 초가집에 찾아들면 밥 한끼 먹여주고 두말없이 재워주던 풋풋하던 옛날인심이 참으로 그립다.
삶에 지쳐 시 와 인정과 그리고 또 그 어떤 먼 지향과 본의 아니게 멀어져가고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길가던 사람이 문득 들어와 하루밤 자고갈수 있는가 물어오면 시끄러움을 둘째치고 의심부터 드는걸 나부터도 어쩔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더냐 싶게 난 심신이 많이 맑아졌다. 하늘은 예나제나 없이 푸르고 태양은 날마다 아침이면 떠오른다. 기실 찬히 보면 세상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많은것이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것이다. 떠올리기마처 끔찍한 수년전이 그 밤, 차사고로 교외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나와 남편을, 그 마음씨 고운 책시 기사가 실어다주지 않았던들 피를 많이 흘린 나는 언녕 저 세상 사람이 되였을것이다. 시교에서 시내까지면 몇십원은 받아야했겠는데 돈도 안받고 성씨 하나만 남기고 떠나간 사람, 피를 많이 흘려 차안이 많이 어지러워졌을텐데.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은 많이 달라졌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것을 나는 여태껏 모르고 산것이다. 그 사람말고도 그후 쭉 살아오면서 내 삶의 길에는 많은 귀인이 나타났었다. 요즘따라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녀자라는 생각을 늘 해본다. 마음을 부드럽게 가지니 세상 돌아가는것이 마음 편하고 할일도 있고하니 말이다.
나에게 꿈이 있다면 단 하나, 언제든 준비가 되면 먼 려행을 떠나고싶다. 이런 꿈 같은 얘기를 하면 초중생의 딸애는 자기가 이다음 미국이나 카나다에 류학을 가게 되면 엄마의 꿈이 꿈으로 그치지는 않을거라고 그런다.
이래서 세상은 아름다운가보다. 세상은 그래서 살만한거고. 아름다운 꿈을 안고 사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녀자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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