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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악수

  • 김영춘
  • 조회 6607
  • 기타
  • 2007.07.01 15:25
아름다운  악수
                          *김영춘

매일 저녁 일곱시 뉴스에 나오는 위대한 분들의 악수장면을 보다가 문득 (저분들은 일생동안 몇천번 악수하게 될가?)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할머니랑 처녀시절일 때는 어느 누가 시골에 내려온 총각선생과 악수 한번 하는것을 보아도 마을 로인들이 <<저런, 시퍼런 대낮에 남녀가 맘대로 손을 쥐다니…>>하면서 두고 두고 수군거렸다 한다.

그만큼 백성들에겐 그때 당시 악수라는것은 스스럼없이 인사방식으로 써먹어선 안되는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나보다.

지금도 나처럼 평범한 녀자는 일년 가야 악수하게 될 일이 한두번 생기면 많은 축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악수를 나눈 사람들의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때의 감수도 잊지 않고 있다.

 연변일보사의 12층에까지 지팽이를 짚는 몸으로 힘겹게 오르시여 (1989년, 그때는 그곳에 승강기가 없었다.) 우리 문학도들에게 강의해주던 소설가 김학철선생님과의 악수는 (좀 차겁고 힘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범 다닐 때 <<신록이 푸르러>>시랑송회가 끝난후 있은 김성휘시인님과의 악수는 따스하고 포근해 꿈꾸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또...

그중 진정 내 인생에 영원히 잊을수 없고 내 마음을 한없이 환희와 긴장에 떨게 한것은 십여년전에 한 20세 소년과 나누던 악수였다. 사나이답게 짙은 눈섭에 지혜가 뿜겨나오는듯한멋진 한쌍의 눈을 가진 그 소년은 학생 때 벌써 소설,과 시, 수필을 술술 써내 발표하군 했다.

새벽마다 하얀 운동복을 입고 새벽별을 따러 가는듯 학교운동장을 달릴 때나 황혼이 깃든 연집강변에서 바람을 맞받아 서서 명상에 잠길 때나 한폭의 그림처럼 매력적이였다. 그 모습이 황홀해 가만히 훔쳐보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감히 얘기 한번도 나누지 못한채 나보다 웃학년인 그 소년이 졸업할 시각이 닥쳐왔다.

그 소년이 작별인사 나누러 찾아와 <잘하오...>하며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마주잡는 내 손은 그때 왜 그렇게 떨리던지? 그때 우리는 악수란 그저 잠깐의 손과 손의 마주잡음이라는걸 몰랐었는지 복도 저쪽끝에서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며 다가오는 교장선생님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서야 또 한번 <<잘하오>>,  <<잘 가요...>>그 말을 반복하고 돌아섰었다...

그후에 그 소년의 편지가 어떻게 나를 실망케 했고 그 소년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졌다 해도 십여년전, 그때 그 순간의 진실한 감동과 아름답던 순간은 그냥 추억속에 남아 마음을 담담한 기쁨에 젖게 한다.

그때의 그 악수가 있었길래 나는 너무 천진하다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소녀로부터 까닭모를 애수도 조금씩 머금은, <배움을 아는 녀자가 사랑스럽다>는 소중한 말을 가슴에 품은 처녀로 자라났으며 그때 그 손과 손의 만남이 있었길래 나도 좀 무언가 더 의의있는 삶을 가꿔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아름답게 땀 흘릴줄 알게 되였던것이다.

중국의 철학자 량실추라는 분은 일찍  대부분 악수가 기쁨을 주나 몇가지 부류의 사람들과의 악수는 사람들에게 불쾌감, 지어 고통을 갖다준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내 손을 잡아주고 상냥하게 미소 지어주던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혹은 적게, 혹은 많게 기쁨을 주었고 힘을 주었다.

비록 일생동안 몇백번 지어 몇천번 악수하게 되는 위대한 분들처럼 무게 있고 중대한 의의를 갖는 악수는 못되더라도 나는 나와의 악수도 그분들에게 힘을 주고 따뜻함을 주기를 삼가 바라는 마음이다. 

그만큼 악수는 나에게 있어서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요, 기쁨과 기쁨의 만남이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타이름과도 같이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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