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수 > 문학(시, 소설)

본문 바로가기

시인 김형효
김형효 작품집
김형효 작품집 < 시인 김형효 < HOME

시 5수

  • 허동식
  • 조회 6782
  • 기타
  • 2007.07.02 16:41
라일락

달이 밝은 밤
라일락 아래를 서면
바람이
가슴을 흔드는
라일락 향을
펑펑 내리고

너를 그리는 생각도
라일락 향속에 
줄기차게 폭발하고 있음을
흠칫 발견한다

세월이 가면
좋았던 얼굴도
희미하게 떠오르고
추억의 그림자도
허옇게 바래여 가지만

라일락 사랑을 즐기던
너의 마음만을
잊지 못함은

라일락 사랑이 무엇일가는
의문처럼
알고도 모를 일이다

      아카시아 꽃

달이 밝은 밤
아카시아 아래를 서면
꽃이 별처럼 핀다는
어느 시인의 말씀을
드디여 깨친듯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마다
어머님 말씀처럼 피어나고
부처님 향기처럼 사라지는
아카시아 꽃이
넘 좋아서
마음에 지니련다 서두르면

아카시아 꿀을 빚는 벌이
나의 전생이 아닐가는
이상한 이야기 하나를
누구하고
나누고 싶다

          장미

사람 손에
가꾸어지는 장미는
자연에서 받는 조화를 잃지 않을가는
근심을 앓았다

정자아래
숲을 이룬 
장미들을 지켜보면
밤새 내린 비물이
이파리에
검은 흙점을 보이기도 하고

장미들 얼굴 어딘가에는
어느덧 오는
늦여름를 이겨내지 못하는 내색이
분명하고
땅에 시든 잎이
하나 둘 지저분하지만
 
나의 근심을
아주 모르는척
나를 바라고
능청스레 웃어뵈는
장미야
송이송이야

이맘때면
나도
귀여운 아기 같이
제가 만든 조화를
마음껏 드러내는
너를
친하고 싶다


              창턱의 진달래

피느라면
무척 힘들거다
물을 주면
사시절 잘 피는 꽃이지만
조금은 하얗게 보이는 모습이

고향 산에 떼지어 피는
추억과는 달리
나로서는 너에게
의젓하다는 낱말 하나를
선물하기가
어딘가 무엇하지만

눈길을 주면
듬성듬성 망울을 터치는
너는
언제부터
내 마음속
한폭의 그림이다

오늘도
높은 빌딩 창턱에서
나와 함께
먼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야기 하나

              모란

정원 꽃밭에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소리없이 피고
질 때
나는
모란도 아니고 목단도 아닌
함박꽃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식물학에서는 이야기하는 모란과 작약이
함박꽃과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지만

이 봄에
너의 웃음이
함박꽃이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 깊이에
성큼 다가옴을
거절할 방도가 없다

어머님 얼굴과
누님의 눈길이
꽃밭에 터쳐오르는


무슨 말 한마디라도
중얼거리고 싶어
너의 곁을
자꾸만 바장인다
함박꽃 이름을
길게 부른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547
  • 어제 : 608
  • 최대 : 18,497
  • 전체 : 1,22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