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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시가 있는 창]석화 시-'옥수수밭에서'

  • 시나무
  • 조회 7287
  • 기타
  • 2007.10.02 19:53
[대구신문/시가 있는 창]석화 시-'옥수수밭에서'

옥수수밭에서

석 화

옥수수밭머리에 멈추어섰다
시골길 가다가

하나씩
둘씩
서너씩

등에
그리고 가슴에
아기를 업고 또 안고 있는
내 엄마 같은 옥수수여

큰절이라도
드리고 싶다
달구지바퀴에 깊숙이 패인
길 한복판에
그대로 넙적 엎드려
절하고 싶다

남들에게는
너무나도 화사했던
그 한시절도
있었던 듯 없었던 듯…

눈에 띄우는
꽃잎 하나 피우지 못하고
벌써 오늘의 계절에
휘어질 듯 서 있는
옥수수여

철없던 시절의 수수께끼가
언제나 가슴을 허빈다

잠자리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이 늦은 여름의 오후
그대의 어느
푸른 잎사귀 한 자락 잡고
빨간 댕기라도 매여 드리고 싶다

내 엄마 같은 옥수수여

**석화: 조선족 시인.「연변문학」편집위원.연변대학 겸임교수.

<해설>

-  연변교육출판사에서 최근에 발행한 의무교육 조선족학교 교과서 《조선어문》 9학년 하권(초급중학교 3학년 후학기)에 수록된 연변조선족 시인인 석화시인의 시 '옥수수밭에서'이다.
  새천년 새세기를 맞아 중국학교 국정교과서들이 대폭 수정, 재편성되었는데 연변교육출판사에서 새로 편찬하여 출판한 이 교과서는 전국조선문교재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여 발행하는 의무교육 조선족학교 교과서로 중국 내 모든 조선족 중학교, 소학교에서는 향후 15년간 의무적으로 이 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며 모든 조선족 중, 소학교학생들은 이 교과서의 내용에 따라 수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조선어문》 9학년 하권에 수록된 이 시《옥수수밭에서》는 1992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40주년기념 응모작품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표창까지 받았으며 월간《천지》 1992년 11월호에 처음 발표되었다.
  그럼 이 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땀 흘려서 가꾸어 놓은 '늦은 여름의 오후'  옥수수밭의 옥수숫대 행렬을 보고 '아기를 업고 또 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것도 '등에 그리고 가슴에'. 시인은  '내 엄마 같은 옥수수'로 느꼈던 것이다. '휘어질 듯 서 있'다 했으니 더욱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 너무나도 화사했던 / 그 한 시절도  / 있었던 듯 없었던 듯…', '철없던 시절의 수수께끼가 / 언제나 가슴을 허빈다' 고 했는데 이는 자식을 키워온 모성애와 자식으로서의 눈물겨움을 뜻하며, '눈에 띄우는 / 꽃잎 하나 피우지 못하고' 대목에서도 보면 오로지 자식을 위해 일평생을 바치는 화사하지 않은 어머니의 자화상을, 꽃 피우는 식물이 아닌, 옥수수 열매를 풍성하게 키우듯 그런 어머니 심정 다름아닌 것으로 읽힌다. 
 보라. 이 시의 배경은 만주땅 간도의 끝없는 벌판 옥수수밭이 그 무대이다. 만주땅 간도는 어떤 곳인가. 일제치하 한국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정착한 곳이 아니던가. 이러한 조선민족의 애환도 서려 있는 것이다.
 시인은 흥얼거리는데 그 사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민족의 삶을 껴안고 함께해 나가는데 있는 것이고 보면, 문학작품의 진한 감동은 가장 향토적인 데어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월시인/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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