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연변땅을 가다]27.연변조선족여류시회 여성시인들 > 문학(시, 소설)

본문 바로가기

시인 김형효
김형효 작품집
김형효 작품집 < 시인 김형효 < HOME

[제5편/연변땅을 가다]27.연변조선족여류시회 여성시인들

  • 시나무
  • 조회 7531
  • 기타
  • 2007.10.02 20:19
■제5편/서지월시인의 연변땅을 가다   

[제5편/서지월시인의 연변땅을 가다]27.연변조선족여류시회 여성시인들

27. 연변조선족여류시회 여성시인들

연길대학예술학원에서 열린 ‘지용문학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여인들은 ‘두만강 여울소리’ 시동인들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나는 한국 대구에서 ‘낭만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름도 낭만적인 ‘두만강 여울소리’ 여성시동인들인 것이다.

지용문학세미나 현장을 들어서는 복도 난간에 테이블을 놓고 행사 안내를 하며 행사책자 및 팜플렛을 나누어주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만 먼저 “한국에서 오신 서지월 선생님 아니십니까?” 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었는데 세미나장 입구 계단에서 이분들을 알게 된 것이다.

나를 먼저 알아본 여성시인은 김충 시인이었다. 인터넷사이트의 ‘시사랑’ 홈 ‘두만강 여울소리’ 동인 앨범에서 보았던 얼굴로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 반가웠다. 그리고 김충 시인이 곁에 있는 여성시인들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회장을 맡고 있다고 하는 리순옥 시인이었다. 두 여성이 더 있었는데 강성자씨와 또 한 여성은 아주 앳되게 보이는 소녀 같아 보였는데 동시를 쓴다고 했다. 나는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하는 동시인이기도 하다고 말해주었다.

이분들은 모두 연변작가협회 시분과 산하의 ‘중국조선족여류시회’의 문학단체로 2000년 4월21일에 고고성(성황리에 발족)을 울렸다고 중국조선족여류시회 시선집인 ‘란아, 너의 이름으로’ 후기에서 적고 있다.

내가 이 귀하고 값진 시선집을 손에 쥐게 된 건 제3찬 만주기행 도문에 갔었을 때 그곳의 김경희 시인으로부터 받은 것인데, 그로부터 인연이 되어 김경희 김충 시인의 경우 인터넷의 ‘두만강 여울소리시회’에서 더욱 익숙해진 분들이다.

나는 ‘란아, 너의 이름으로’라는 시선집을 받아들고 굉장한 감동을 받았는데, 우리말이 아닌 중국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의 말을 지키고 보전하며 시를 쓴다는 게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중년여성들이 두만강을 배경으로 하여 살아가면서 우리의 전통의 숨결과 자신들의 일상의 삶을 페이지 넘기듯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수시수감의 심상을 문학작품으로 표현해 내며, 시선집으로까지 묶어내는 장한 일이 만주땅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연변교육출판사에서 2001년도에 펴낸 이 시선집 머리말을 보면 중국조선족여류시회 고문인 리성비 시인이 다음과 같이 기술해 놓았는데 귀 기울여 볼만하다.

새 세기 벽두에 중국 조선족 녀류시인들의 시선집이 자랑과 영광과 축복과 모대김 속에서 출판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독특한 지역적 특성과 민족적 특성을 갖고 있는 이 땅은 시대의 개벽을 맞아 녀류시인들이 용솟음쳐 나올 수 있는 조건이 여러 면에서 이미 충분하게 구비되였다.

중국 조선족 녀성들은 이전부터 가정이란 이 무거운 십자가를 가냘픈 어깨에 짊어지고 남성들과 같이 사회에 진출하였다. 개혁개방 그리고 물질문명과 더불어 그녀들은 무거운 가무로동과 낡은 전통관념에서 점차 벗어나 자기들의 위상을 구축해 가고 있다. 그녀들은 가정에서, 사회에서 때때로 왈칵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가슴속으로 삼키면서 중국 조선족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녀들의 시는 그대로 백두산 기슭에 피여난 한 떨기 싱싱한 꽃이며, 꽃에 내린 이슬이며 또한 가슴속에 맺혔던 응어리를 풀어가는 우리의 변형된 가락이며 판소리이다. 녀성들은 천성적으로 언어감각이 령민하고 정감세계가 풍부하고 섬세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과 미래에 대하여 련상과 동경을 하기 즐긴다. 그녀들은 본질상에서 시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녀들의 따뜻한 품은 아기를 안듯이 언제나 우주를 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녀들의 독특한 시세계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 시문학이 본체회귀에 있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름길을 개척하는 것과 같다.

모든 사물의 질적 변화는 내용의 변화인 것만큼 과정이 소요된다. 시의 질적 변화는 더욱 과정이 소요된다. 중국 조선족녀류시회가 창립 한돐을 맞으며 여려 면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선집을 펴내게 된 것은 최기자회장님과 김추월비서장의 사심없는 노력과 갈라놓을 수 없다. 시선집을 편집하는 과정에 일부 직설적이고 미숙한 시들이 보이긴 하였으나 시인으로 클 수 있는 싹수가 보이기에 그저 이쁘기만 했다.

푸드득! 푸른 하늘로 비상하는 아름다운 새무리를 련상케 하는 그녀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2001년 2월 5일

-중국조선족녀류시선집 ‘란아, 너의 이름으로’ 머리말 전문.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수록 여성시인들로는 김경희 김득희 김미화 김추월 김충 김영애 리순옥 박설매 박명순 박춘자 송미자 전춘매 조혜선 주향숙 천애옥 최기자 최길록 최홍매 최혜숙 최영옥 최애화 우연애씨 등 22명이며 한 사람의 작품이 5∼10편 가량 수록되어 있었다.

후기는 당시의 중국조선족여류시회 회장인 최기자씨가 썼는데 이 시회의 여성시인들이 ‘두만강 여울소리’시탐구회, 제2차 세계시인 시낭송 문학연구회 2000년 중국 연길대회, 그리고 일본에서 열린 ‘세계시인제 2000 동경’, 한국 충북 진천에서 열린 ‘조명희문학제 추모식’, 한국 동양일보와 충북 진천 청주 음성 옥천 단양 충주 등에서 조직한 ‘명사시낭송회’ 등의 문학 활동에도 참여하며 활동한 기록도 세세히 적고 있다.

평론으로는 연변대학 조문학부의 김경훈 박사님이 이 시선집을 분석했는데, ‘란아, 너의 이름은 꽃이런가?’,  ‘란아 너의 이름은 숲이런가?’,  ‘란아 너의 이름은 꿈이런가?’ 등 이렇게 세 단락으로 나누어서 중국조선족 여성시인들의 시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시선집에 수록된 이번 연길 지용문학세미나에서 만난 인연의 김충 시인의 시를 한 편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애기엄마 되던 날 / 난 엄마가 보구펐다 / 남편의 따스한 손 / 이마의 땀 닦아주어도 / 먼곳의 엄마손이 그리웠다 / 어릴적 내 뺨도 때리던 손이지만 / 그 뼈 앙상한 손이 그리웠다 / 애기엄마 되던 날 / 난 엄마가 보구펐다 / 시어머님의 다정한 목소리 / 조용조용 아픔을 씻어주어도 / 먼 고향집 엄마 말소리 듣고팠다 / -춘아, 조금만 더 힘내 / 애엄마된 애가 울기는... / 애기엄마 되던 날 / 난 엄마가 너무너무 그리웠다 / 엄마의 포근한 숨소리가 그리웠다  / 맨 딸만 키우느라 고생 많던 엄마 / 외손주 안고 기뻐할 모습 보고팠다 (김충 시 ‘애기엄마 되던 날’전문.)

이처럼 그들도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고 친정엄마의 전화음성 듣고 울기도 하고, 이런 게 사는 것이지만 시로 쓰며 가지런하게 살아가는 삶이 그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나는 너무도 반가워 이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리성비 시인이 계단을 올라 입구로 들어가시며  “한국에서 오신 서지월시인이셔!” 라며 나를 또 소개해 주시는 거였다. 그때 충북 옥천에서 오신 옥천문화원장님도 막 들어서고 있었는데 카메라에 잡혔다.

눈물겨운 만남이라 해야 옳을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문학하며 살아가는 연변조선족 여류시인들의 삶이 장하게 보였던 것이다. 우리 한국에도 많은 주부들이 시를 쓰고는 있지만 환경도 자유자재하고 좋은데 호사로 여기며 게을리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런 면에서 비교가 되더라는 것이다.

연변 조선족 여성시인인
김충시인을 만났네
연길대학예술학원 지용문학세미나가
열리는 현장에서
중국조선족여류시회 회장인
리순옥시인, 김성자시인 등
두만강여울소리시회 동인인 이분들
만난 건 처음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네
내가 잘 알고 지내는 도문의
김경희시인은 그날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오신 서지월선생님 아니십니까?’
라고 먼저 말 건네준 김충시인의 인사말에
나는 두만강 여울물소리가 세차게
흐르는 듯한 짜릿한 전율 느꼈으며
연변예술음악당에서 성대히 열린
지용문학제 행사장에서는
‘서선생님의 자리 리순옥회장이 마련해
두었습니다‘ 라는 그 다장다감한 여성시인들
아낌 없었던 배려도 고마웠네
이 눈물겨움의 한때같은 동족의 마음씨를
저 두만강 강둑의 보랏빛 풀꽃에 비유할까,
뿐만 아니라 민족정서의 극치를 보여준
조선족무용가들의 항아리춤과
애띤 연변처녀의 어깨 들썩이는 도라지춤이
가이 일품이었던 그 연변처녀의
어깨선과 치마물결과 표정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어가 헤어져 나오지 못했던
그런 날이기도 했네

-서지월 시 ‘연변 여성들’ 전문.

<계속>

http://www.idaegu.co.kr/seo/seodefault4.html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411
  • 어제 : 676
  • 최대 : 18,497
  • 전체 : 1,228,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