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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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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시인](2008.4)중국 조선족시인 17인 시특집

  • [시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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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28 20:55
[시와 시인](2008. 4월호)중국 조선족 시특집

** 월간 <시와 시인> 2008년 4월호에서는 만주땅인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에 산재해 있는 중국 조선족 시인 시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역사는 달리 하나 동족이라는 것, 그리고 동질의 민족어인 한글(조선어)로 시를 쓴다는 의미있는 <시의 축제>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삶의 향기를 작품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필독과 성원 있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시와 시인](2008. 4월호)중국 조선족시인 17인 시특집

ㅡ김응준 남영전 김성우 김학송 석화 조민호 리홍규 윤청남 허동식 한영남 림금산 최기자 리옥금 김선희 심예란 김경희 이호원시인

[시와 시인]김응준 시-'꽃 한 송이와 호랑나비' 외1편

꽃 한 송이와 호랑나비

김 응 준

봄바람의 싱숭생숭에
들뜬 젊은 꽃 한 송이
바람난 호랑나빌 불러들이다
꽃송이는 작은 몸이지만
야드러운 화심의 얽힌 핏줄로
나비를 꿀독에 감아넣다
두 몸 하나로 뒹굴어대는
환락의 요란한 소리에
옆에서 잠자던 아기 잎새들이
파아란 깃발 들고
만세 부르며 뛰쳐나오다

나비에게

김 응 준

두 폭 비단치마로
꽃송일 포근히 감싸안았지
아롱진 꽃무늬
꽃과 한몸이 되어
나비도 꽃인가
꽃도 나비인가

뜨거운 포옹으로
숱한 사람 잉태시키고
취한 겸에 기약도 없이
어딘지 정처없이 가버리는
무정한 나그네

네가 떠나가면
꽃은 밤낮 없이
외로운 등불 켜들고
기다리고 기다림에
속절없이 늙어간다

네가 직조한
어여쁜 풍경은 순간이었어도
사랑의 생명선은
계절을 넘어
세월을 넘어
이어지고 또 이어져 간다

<약력>

1934년 길림성 훈춘시 밀강 출생.
1954년 처녀작 발표.
1959년 연변대학 중문학부 졸업.훈춘시 제2고중, 훈춘시외사 판공실에서 근무.
1979년부터 연변인민출판사 근무, 편심.
1994년 은퇴후 창작에 전념. 연변작가협회 회원.
2007년 연변시인협회 창립, 현재 연변시인협회 회장.
2008년 중국 장백산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별찌>, <사랑의 향토>, <남자와 여자와 사랑과 시>,<그리움 삼만리>,<사랑의 애가> 등이 있음.


[시와 시인]남영전 시-'나비' 외1편

나비

남영전

애오라지 얼과 얼의 만남이어서
하천의 물보라와 호수의 잔물결로
산악의 굽은 줄기와 언덕의 주름살로
그리고 해의 금빛과 달의 은빛으로
쬐꼬만 두 날개를 그렸으니
신비한 우주의 축도인가 하노라

애오라지 얼과 얼의 만남이어서
옅은 새벽빛과 짙은 저녁 놀빛 묻혀
초목의 신록과 꽃의 요염을 묻혀
그리고 비 온 뒤의 칠색무지개를 묻혀
아롱진 두 날개를 그렸으니
대천세계 색채의 축도인가 아노라

애오라지 얼과 얼의 만남이어서
하늘에서 춤추면 아롱진 노을로
땅에 내리면 아롱진 산꽃으로
봄날의 대문 활짝 열어제치고
빙설을 어서 녹으라 재촉하고
생명들 싹 트라 재촉하고
세상의 평화와 안녕 불러오네

나비와 함께 날자
나비와 함께 춤을 추자
나비의 길은 아름다운 삶의 길
나비의 길은 죽은 후 부활의 길
나비의 길
나비의 길
나비의 길.




남 영 전

우람한 산악을 끄는 그림자
 엉기적
  엉기적 
      엉기적

덩쿨풀 뒤얽힌 어두운 수풀을 지나
물풀 우거진 황량한 수렁창 건너
    유구한 세월 엉기엉기 기어나와
    쓸쓸한 굴속에 갇혀 살았더라
쓰고 떫은 쑥맛 볼 대로 보았고
창자 끊는 마늘맛 씹고 씹었다
    별을 눈으로
    달을 볼로
    이슬을 피로 삼아
련꽃처럼 예쁘장한 웅녀로 변하여
이 세상 정령의 시조모 되였어라

도도한 물줄기 현금 삼아 팅기고
망망한 태백산 침상으로 꾸렸나니
천궁의 천신들 모셔다
      신단수 아래 즐기게 하고
숲속에서 황야에서 바다가에서
      아들 딸 오롱조롱 자래워
사냥, 고기잡이, 길쌈도 하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즐거이 노닐었거늘
      세상은 일월처럼 빛나서
      천지를 쨍하게 비추었더라

더운 피와 열물 젖삼아 마셨기로
어진 성미에 너그러운 풍채 갖추고
억센 의지와 의력은 근골이 되고
발톱은 쟁쟁 소리나는 도기와 활촉으로 되어
      애탄이 무어랴
      구걸이 무어랴
      길 아닌 길을 헤쳐
      죽음길도 뚫고 나갔어라
일월을 휘여잡은 자유위 넋이여
신단수 아래서 장고치며 춤추던
우리네 시조모,시조모여

 엉기적
  엉기적 
      엉기적
우람한 산악을 끄는 그림자
태고의 전설 속에 엉기적
백의의 넋속에 엉기적 
요원한 미래속에 엉기적.

<약력>

▲1948년 길림성 휘남현 소의상 출생.
▲1971년 중국 문단 데뷔.
▲시집 『상사집』,『푸른꿈』,『산혼』,『천지인』등이 있음.
▲중국소수민족문학창작상, 중국당대소수민족문학연구상 수상.
▲중국작가협회 민족문학상, 길림성 최고문예상 수상.
▲『세계명시인백과사전』,『국제명인록』,『세계500인사전』등에 수록됨.
▲현재, 대형문예잡지 『장백산』주필 겸 길림신문 사장.



[시와 시인]김학송 시-'봄•산촌•아이들' 외1편

봄•산촌•아이들

김학송

노오란 바람이 애기달래 손끝에서 살랑거릴 때
버들개지 코구멍으로 아이들은 봄의 미소를 숨쉰다

아침의 노을이 살구나무아지에 빠알간 꿈을 찍을 때
꽃잎같은 입술에 아이들은 봄의 노래 굴린다

락수물이 똑똑 계절의 첫대문 노크할 때
신비로운 눈길로 아이들은 깨여나는 풋병아리 바라본다

아이들의 까아만 눈동자에 연한 꿈살이 무너져 내릴 때
향기로운 웃음속에 산촌은 높아가는 래일의 하늘을 본다


하늘에서 보는 땅

김학송

하늘에서 내가보는 땅은
몽롱속에 헤염치는 두둥그런 꿈이였다

하늘에서 내가 보는 땅은
뿌리깊은 연극이 침묵속에 응고된 시간이였다
색갈 많은 바람이 이슬끝에 잠자는 공간이였다

하늘에서 내가 보는 땅은
성패도, 시비도, 영욕도, 애락도…
엇갈린 마음들이 한곬으로 흘러
사라지는 깨우침을 곱게 눈뜨는 언덕이였다

하늘에서 내가 보는 땅은
뭉게이는 구름아래 해살을 헤집는 하아얀
무궁화의 꽃꿈이였다
긴긴 소망이 그리움을 입맞추는 피맺힌 입술이였다
갈라진 쪼각들이 아프게 신음하는 무던히도
안타까운 모습이였다
내가 알고 너만이 아는
그 어떤 짜릿한 영욕에 몸부림치는…

하늘에서 내가 보는 땅은
모든 과정이 잠자는 모든 흐름이 응고된
영웅도, 호걸도 미인도… 바람끝에 사라진
오직 갈망하는 마음의 색갈만이 보이는

하늘에서 내가 보는 땅은
하아얀 옷고름 만지며
흩어진 자식들을 헤아려보며
고요히 눈물짓는 불쌍한 우리의 어머니였다! …

<약력>

1952년 도문시에서 출생.
장춘야금지질학교 지질학과 거쳐 연변대학 조문학과 작가반 졸업.
시집 20권, 기타 저서 3권, 번역서 8권 상재.
가사창작전국대상, 해외동포시문학상 수상 외 다수.
아세아시인대회 중국측 대표. 현재 연변가무단 작가, 연변작가협회 이사.



[시와 시인]김성우 시-'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외1편

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김성우

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뭇꽃보다 먼저 꽃 피우는 데만 있지 않다
이른 봄 남 먼저 반긴다는 데만 있지 않다
아니, 매화면 겨울에도 아니 피랴
아니, 뻐꾸기면 이른 봄에 아니 울랴

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나의 가슴을 설움으로 터뜨렸던
박팔양, 김소월 때문만은 아니다
그 처절한 피맺힌 역사
누군들 가슴에 어혈의 꽃 아니 피웠으랴

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흙덩이같은 새들도 깃 안드는 곳에
험한 산 바위틈이건 달갑게 여겨
풀 아닌 춘목으로 뿌리 박았기 때문

진달래를 노래하는 이유는
끈덕진 정착으로 삶을 영위한
1세대 피가 반죽 되었기 때문이다


랄라리인생

김성우

인제는 옛말이 된 옛날옛적
말 타고 칼 쓰던 할배들이
그 용맹 그 지혜 사나이 배짱을
모두 다 관속으로 갖고가 버렸는지

아래재마을 남은것은 노래와 춤일뿐
다른건 하지도 생각도 않는다
허널러리 널러리 널러리널러
놀고 보는 이 세상 랄라리세월

모든것 다 던지고 빼앗겨도
가슴속 노래만을 잊지 못했거니
그것이 혼이란다 널러리널러
대물림보배를 술독에 우린다

볼것있냐 보겠으면 저기 북망산
사루우의 만두같은 무덤을 봐라
인생이 한번 가면 다시 또 오나
흠뻑 놀고 먹으란다 널러리널러

한번 잔치에 부자도 찜쪄먹고
거리에 나서면 일등멋쟁이
하지만 집에 가봐 뭐가 남았나
삐걱이는 찬장우의 대부금문서뿐

그래도 좋단다 널러리널러
천지를 종횡했던 할아버지들 걱정없지
좋은 유산 후대들이 넘겨받아서
노래판에 술판만 차레지게 됐으니

비뚤어진 세월에도 널러리널러
잘살라는 세월에도 널러리널러
개 한마리 잡으면 사흘널러리
사람이 죽으면 삼년 널러리

놀다난 뒤끝에 멋적은 싱거움을
슬기로운 할배들 문훈담들로
술상에서 제것처럼 잔뜩 불다가
또 나온다 널러리널러 배운게 그것뿐

그래서 남도집 한과부 자살을 했대
남자 같은 남자라고 다섯을 봤는데
모두 한본새 주정뱅이 랄라리여서
랄라리 뒤끝의 주먹매 못이겼대

그래서 앞대집 이쁜이가 탈가했대
말도 통치 않은 낯선 남자 따라갔대
유서 아닌 유서에다 글 한줄 썼대
《남자들이 약하면 녀잘 뺏겨요.》

<약력>

필명 김상, 김하 등. 흑룡강성 목단강 태생.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 졸업. 흑룡강성정부문예상, 《해란강》문학상, 《두만강여울소리》문학상 등 수상.
《은하수》주필 등 력임.
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작가협회 회원.
현재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문예편집으로 사업.


[시와 시인]석화 시-'거울을 닦습니다' 외1편

거울을 닦습니다

석 화

당신 닮은 모습으로
저희를 마드셨다하셨기에
당신을 보고지고
거울을 닦습니다
호오호— 입김불고
빠악빡— 소매깃으로 문대며
알른알른 빤들빤들
잘 닦아진 거울 한장
들고 보고 놓고 봐도
이리보고 저리 봐도
당신 같은 모습은
어데도 없습니다
아직도— 정성이 모자라서일가요
거울속이 너무 깊어서일가요
당신대신 나타난 꾀죄죄한 저 모양
거울에 비춰진 볼꼴없는 저 모양
거룩하고 성스러운 당신일순 없는데
당신과 닮은 모습
저희들이라 하셨기에
당신을 보고지고
그래도 열심
거울을 닦습니다


돌 하나가

—《두만강여울소리》시비 제막에 부쳐

석 화

하얀 넋 한줄기 쫓아
서둘러 달려가던 바람이
잠간 여기 발길 멈추었다가
하나의 돌로 굳어졌습니다

여울목마다에서 구슬프던
옛님의 노래가락이
가셔지지 않는 체중으로
텅 빈 가슴 반공중에
드리워져 있는데

흘러가는 물결과
흘러가는 구름과
흘러가는 세월과
흘러가는 모든것들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는
돌 하나…

《두만강여울소리》에
가만히 귀를 연
돌 하나가
《나랑
좀 쉬였다 가시지요》
옷자락을 잡습니다

<약력>

1958년 중국 길림성 룡정 출생.
1982년 연변대학 졸업.
《천지》문학상, 《두만강여울소리》시인상, 《진달래》문예상, 지용문학상 ,《장백산》문학상,재외동포문학상 등 50 여차례 수상.
시집《나의 고백》,《꽃의 의미》,《세월의 귀》간행.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연변시인협회 이사. 연변대학 겸임교수.
월간 《연변문학》편집원.


[시와 시인]조민호 시-'개산툰진 광소촌' 외1편

개산툰진 광소촌

조민호

검붉은 장닭의 홰치는 소리로
마을이 깨어나고 있다
두만강 안개는 집집마다
토지만큼의 안개를 나누어주고
촌길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강남에서 온 제비는 낮게 날며
날개 짓으로 새날을 연다
초가 용마루아래 단칸
연변농업과학연구소를 
퇴직하고 하천평에 들어와
친환경생태농업을 연구하는 김교수
그의 발이
안해의 다리우에 올려져있다
발바닥의 굳은살은 쓴 안경만큼 두껍다
삿이섬, 하천평의 하루가 시작되면
바지를 한쪽만 종아리까지 접고
혼자 말을 하며 붕어떼 살고 있는 논에
논물 보러 간다


부르하통하

조민호
     
겨우내 부르하통하는 얼음궁전을 품고 있다
연길교를 지나는 행인은 더 낮게 웅크리고 바쁜 발걸음이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부르하통하에 천막을 치고 얼음낚시를 하는 강태공 두 세
사람이 겨울민물고기를 낚고 있다
추위는 좀처럼 물려가지 않고 세찬 바람만 스크럼을 짜고
빙판우를 날쌔게 썰매를 타고 있다
다리우를 지나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과 바람이 다리
란간에서 강을 바라보고 있다
부르하통하는 노을을 궁전 우에 풀고 더 붉어지고 있다
강은 노을 꽃을 피우고, 그 우에 봄눈이 폭설로 부르하통하의
얼음궁전을 희게 덮어주고있다

<약력>

연길 거주 신조선족시인.
<연변문학>, <시향만리> 등 작품발표.
연변작가협회,연변시인협회,연변시창작연구회 회원.
 

[시와 시인]리홍규 시-'세월의 강은' 외1편 

세월의 강은

리 홍 규

송화강이 얼어버렸네
석 자 깊이 빙판 우에 새하얀
눈이 쌓이고 쌓여
강북과 강남이
하나의 세계로 이어졌네

강남의 도심을 빠져나온 나는
강북을 향해 크게
새하얀 입김을 한번 내뿜고는
설탕같은 숫눈길을 헤쳐 건넜네

태양도라는 멋진 이름의
강북의 작은 섬에는 그러나
태양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네

세월의 강도 이와 같을가
언젠가 드디여 건너고 보면
그리운 사람은
희미한 그림자마저 찾을 길 없을가

세월의 강은 그래서
얼어붙지 못하는가
아무리 령하의 추위에 비틀대도
기어이 얼어붙지 않는 건가

세월의 강은 그렇게
흐르고 흐를거라네
이 세상에 사무친 정과 한이
한줌의 재로 강물에 둥둥 떠서
열두 자락 여울로 꺼이꺼이 울 때까지
세월의 강은 얼지 않고
흐르고 흐를거리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리 홍 규

하늘 끝까지 가리라 믿었다
가다가 갈대숲에 들렀다
새하얀 갈대꽃이 온몸의 세포까지 간지럽히고
그때 나는 알았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편견들이 난무하는가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밀란 쿤데라의 체스꼬에는
하늘길 열어놓는 갈대숲이 없었던가
진정 가벼운 존재는
진정 자유로와 가벼운 존재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움에 뿌리를 두었거니
결코 가벼워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흔들린다고 뿌리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나니
그날 운명은 갈대의 몸짓으로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가벼워진 내 영혼의 깃털을 쓰다듬었다

<약력>

ㅁ흑룡강성 방정현 출생.
ㅁ치치할사범대학 수학과 졸업.
ㅁ수필집 2권 출간.
ㅁ윤동주문학상, 해란강문학상 등 수상 다수.
ㅁ현재, 하얼빈 흑룡강조선어방송국 부국장.
 

[시와 시인]윤청남 시-'내 마음' 외1편

내 마음

윤청남

가물에 나약한 꽃잎의 심사
난 정말 알길 없더라
슬퍼지지 않으리
않으리
백 번 다시 말해 놓고
한 굽이도 못 돌고 돌아서는 이 몸
어이하리
난들 어이하리
해거름 파도는
또다시 기슭을 향해
밀려가고 있었다


개화

윤 청 남

돌아 못갈 길 걸어와놓고
그렇게 이뿔수 더는 없었다
나를 떠난 모든 꽃들이
그렇게 갔다
자라서 떠난 들꽃같은 꽃
껍질속을 비집고 나온 그대에게
더는 갈 길 없었던가
꽃은 나무밖에 흘러나온 나무의 눈물
아직 봄은 모르리.

<약력>

1959년 6월 22일 출생. 오상 4중 졸업. 군인생활 5년. 연변대학 조선어전업 졸업. 「지용문학상」,「해란강문학상」등 수상. 현재 도문시체육장 근무.
 

[시와 시인]허동식 시-'진달래'외1편

진달래

허동식

이른봄 비바람 언덕에서
파란 하늘은 얼마나 멀가
눈길을 고이 드는
부름이여

계절이 가는 소리는
어떤 그리움의 아픔을 낳을가
깃을 펼쳐 날아가려는
새여

분홍빛 사랑을 다하여
동해바다 노을은 누구의 장려함일가
천년을 만년을 불타는
빛이여

무너지는 해빛의 울음아래
여름과 가을의 의미는 무엇일가
옛터를 길게 펄럭이는
기발이여

숙명의 뿌리를 흔들며
찬연히 우거지는 소망은 무엇일가
마음의 가난을 매장하려는
이야기여


우리에게 먼 옛날이 있다면

허동식

부름이 있다

창문을 열고
보이지 않는 멀리까지
바라보아라
울부짖어라

우리에게 먼 옛날이 있다면

마음의 감금을
활짝 열어주는
피를 끓이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부름이 있다
답을 하자

창문을 열고
크게 울부짖어라


<약력>

1966년 길림성 화룡 출생.
1990년 북경재정무역학원 졸업.
2001년 시집 <무색여름> 간행.
2007년 중국 장백산문학상 수상.
2007년 장백산문학상 수상시집 <진달래> 간행.
현재, 란주에서 관광업 종사.


[시와 시인]한영남 시-'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외1편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한영남

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 계절
내게 꽃멀미나 시켜라

사람사이에 찡기면서 풀이 그리워
서러운 살몸 여미는 초라니 인생
한번쯤이라도 꽃멀미나 시켜라

쟁그런 해살이 부서지는 기껏 부드러운 하늘
파겁을 못한 소녀인양
오무리고 서서 바시시 떠는 가난한 심장
순간이나마 꽃멀미나 시켜라

개나리 복사꽃 개불알꽃 노루궁뎅이
우리 꽃들이 다급히 피는 계절
이슬이 싱싱해 그만두는 민들레의 아픔
양지에서는 저리 픽 웃는 달래의 쨍한 향
더도 말고 그저 꽃멀미나 시켜라
저쯤 바라보이는 저 꽃멀미나 술렁술렁 해보리


꽃잎으로 불러보리라

한영남

해빛 쟁쟁한
오전 아홉 시

이슬이 아직
사라지기 전

그 이슬진 꽃잎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설핏한 향이 코날을 스치는
그 섬섬한 꽃잎으로

<약력>

1967년 길림성 안도현 출생.
중고시절부터 시를 발표.
'갈대는 저렇게 싱거워가지고', '환절기에 건강을 주문받습니다', ‘굳이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수선화는 꽃으로 아름답다’, '무깍지동네', '우리 서로 얘기 좀 합시다', '보리밭은 바람 아니더라도 설레이는것을' 등 시, 수필, 평론 500여만자 발표.
연변일보 제일제당상, 두만강여울소리 시탐구상,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 중국조선족동시 탐구상, 중국조선족수필상, 도라지장락주문학상 등 다수 수상.
시집 <하나님 눈을 너무 깊이 감으셨습니다>(2006) 출간.


[시와 시인]림금산 시-'산으로 가는 소녀야' 외1편

산으로 가는 소녀야 

림금산

소녀야 넌 왜서 그냥
산으로만 찾아가나

풀잎끝에 맺힌 눈물같은 이슬에
네 마음의 가벼운 설음 헤아리려나
항긋한 메새알 냄새에
네 속심의 피곤을 풀려나

오해하지 말라 소녀야
자연의 족속들이 모여앉은 곳에서
산꽃이 고운것도 깸나무 싱싱한것도
나는 알고 있다
뱀의 껍질, 거미줄, 노란다람쥐가
그토록 정다운것도 나는 안다

내 맘의 작은 벌가에는
예나 다름없이 사랑의 슬픈 얼굴이
고집스럽다

소녀야
하늘처럼 깨끗한 우리의 눈동자에
고뇌의 오색무지갤 떠올리지 말자
우리 약속에 노래하며 흐르던
작은 시내는
내가 더럽힌것도 아니다
네가 더럽힌것도 아니다
노을이 비낀 시내에
티끌이 묻은건
회오리 바람이 불어치던 날
바람이 가져온거야


산의 풍경

림금산

소나무가
지켜주는
산바위가
듬직하다

해살은
아지에 걸려
바위벽에
이슬처럼 부서지고

산새는
나무와
바위사이를 날으며
숱한 사랑을
줄줄이 흘린다

락엽 몇잎이
바위우에 굴러다니며
청신한 바람을 마신다
산앞에서
나는 나무가 되고
내 몸에선
새 순이 자꾸 돋아난다

<약력>

<정지용문학상>,《연변일보》장수문학상, 《두만강여울소리》시인상,
중국청년월간지우수작품상,
한국백두아동문학상 등 다수. 수상
시집:<불새>, 동시집:《사랑의 동그라미》,<옹달샘>등 출간.
연변작가협회시분과 부주임. 중국조선족소년보사 편집부 주임 등 력임.
 

[시와 시인]최기자 시-'강자의 미로' 외1편 

강자의 미로

최기자

수억의 적수를 물리치고
시공의 한순간에

세상에 나왔으나
내가 갈 길은 어디
공기는 혼탁하고 물은 썩고
오존충 페는 구멍이 뚫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빛을 잃은 반디불과 숨죽은 개구리
기침을 쿨룩이는 창백한 사나이
도시는 피를 토한다
아파트마다 걸려있는
젊은 팬티는 피임을 선언했다

아, 어디로 가야 하나
깊은 밤 미궁을 헤매다가 잠을 청한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한모금의 신앙으로
할머니적부터 넘겨받은 표주박을 들고
생수 마시러 산으로 가는
록색의 꿈을 찾아 잠을 청한다

성에꽃(1)

최 기 자

퍼렇게 멍든 바람과
멀겋게 부은 공기가
유리에 붙어 먼 옛날처럼 결혼한다
솔, 이깔, 아카시아
그리고 이름모를 나무들이
졸레줄레 들어선다
쑥, 냉이, 민들레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이
반짝반짝 꽃을 뿌린다
한마당 풍성한 잔치다

뜨겁게 몸살 앓는 고독
하얀 그리움과 입 맞추는 사이
동그랗게 잔치상이 무너진다

<약력>

1947년 연길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72년 시로 문단에 데뷔.
시, 소설, 수필, 재담 등 100여편 발표.
현재 《중국조선어문》잡지사 부주필, 편심.
연변조선족녀류시회 회장 력임.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와 시인]리옥금 시-'별의 사연' 외1편 

별의 사연

리옥금

어머니 가신 날 밤
하늘의 별들은
유난히도 밝게
반짝반짝 빛났네

반짝이는 별들은
어머님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우리들의 효성으로
밝혀드리는 등대라네


과 거

리옥금

마을앞 개울가에
맑은 물 돌 돌 돌
흘러 흐르네

빨래하는 아낙네들 웃음소리
청아한 빨래방치소리 타고
들려 들려오네

빨래터에서는
무서운 시어머니 효도하는 며느리
춤을 추네

앞집 총각 뒤집 처녀
사랑이야기도 드문드문
끼여드네

마을 앞 시내가에는
맑은 물이 찰랑찰랑
흘러 흐르네

<약력>

1952년 길림성 돈화 출생.
장춘사범학원 중문학보 연수.
길림시 제 40중학교 교원.
시집 『 별을 줍는 여인』(연변인민출판사),수필집 『단풍잎에 붙이는 추억』잇음.
「도라지」선정작가.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와 시인]김선희 시-'연가 '외1편

연가

김선희

모락모락 
쟈스민 찻잔에 어린 당신 모습이
내 입술을 적시고 있네요
꽃잎에 이슬이 머문지도 이슥한데
이렇게 지척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줄을
마주보는 당신인데도 자꾸 이슬이 고이고

아,
사랑이 바다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밀물과 썰물처럼 
때로는 당겨가고 때로는 밀려오면서
표연히 날으는 저 추억 속의 순간을
당겨올 수는 없을까요

이밤, 파도소리가 그리워지네요
당신의 바닷가에
나는 어디쯤 닿아 있을까요 


솔잎차 향기에 실은 여운

김선희

경상북도 어느 산사 한모퉁이 찻집
솔잎 향기 가득 실은
찻잔 하나 마주하고 앉았다

이따금씩
내안의 나를 끄집어 내는 듯
정적을 깨뜨리는 목탁소리
점점 취기 오르는  솔잎차 향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차향기에 취해서가 아니였다

무념무상의 고요 속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
사실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건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그 순간이였다

<약력>

▲1963년 길림성 도문시 출생.
▲연변대학 조선어언어학부 졸업.
▲연변시조상 수상.
▲중국 조선족 어머니 수필상 수상.
▲ 2006년 한국 월간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작품으로 시<비 >가 <<중국조선족명시>>집에 수록.
▲그외  시 <울바자> 수필<빈손에 내려앉는 행복> 등  있음.
▲연변작가협회 회원.
▲현재, 도문시교육국 근무.


[시와 시인]심예란 시-'역사 교과서'외1편

역사 교과서
                 
심예란

책장을 번지면
자모음들은 삽날이 되어
천년 묵은 시간을 파헤친다
검게 봉인된 살창문들이
요란한 삽과 괭이질 소리에
아득히 눈 뜬다
죽은 자의 녹쓴 추억이
석관의 뚜껑을 열어 제낀다
어둠속에서 제국을 무너뜨린 갑옷이
비늘을 번쩍인다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글줄을 달린다
땅속에 매몰된 자들을
흔들어 깨운다
눈 뜨고 하늘을 쳐다보면
까마득이 시간이 샇여있다
죽음들은 숨을 몰아쉬며
뚜벅뚜벅 시간의 계단 밟고
 책속에 들어 간다

령수증 보관함

심예란

청소하다 문뜩
령수증 보관함 뚜겅을 열어 보았다
여러 해 함께 살아 온
물세 가스비 전기요금… …

좁은 방안에서 돌아 누울 때면
서로서로 발등 밝히우고
네 귀 모서리 밀고 당기며
제몸 비틀어 왔다

틈난 뚜껑 속으로
송송 달빛이 빠졌다
빛을 모아 촘촘히 짜인 멍들이
보관함 몸뚱이를 살찌웠다

함속에서 둥근 산이 커간다
짐승이 욱실거리는 숲에
뚜껑만큼 하늘이 내려 앉는다

<약력>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위원회 근무
연변작가협회회원.
연변시인협회 회원.

[시와 시인]김경희 시-'느낌' 외1편

느낌

김경희

가난은 무섭지 않았다
내 배고픔을 알아주는 이가 있어서
그것으로 난 이미 충분하니깐

홀로 가는 외길이 서럽지 않았다
내 외로움을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그것으로 난 너무 충만하니깐

동녁에서 뜨는 해을 보며
어느때쯤 서산에 해가 질거라는 그 사람
해가 있는 동안만이래도
해빛의 혜택을 감사해하자는 그 사람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아직 샤유하기전에
자기가 먼저 느끼는 사람

아 하늘이 사람을 내릴때
한사람을 둘로 잘못 내리셨나보지.
느낌과 느낌과의 부딫임은
하나를 둘로 가르는 일이였다.


별밤

김경희

하늘에는
어린 날의 내 눈동자가 걸려있다
물소리가 하늘을 감싸 안으면
도도록이 살아나는 저 기억들

소음의 연기 흩어져 가고
소망의 꽃망울 잠드는 밤
첫날 새 악시 고름 풀 듯
하늘은 그윽한 같은 원색 드러낸다.

하나 둘 눈뜨는 별
그 뒤로 차분한
아기엄마의 맑은 눈빛

순간
강바닥 모래알이 보이고
동년의 내가 보인다

어린 날의 나의 눈동자는
오늘도 저렇게
파란 하늘에 은하처럼 걸려서
흐려져가는 내 머리를 튕겨주고 있다.

<김경희 약력>

1961년 생,
연변작가협회회원,
시와 수필 소설 백여수(편) 발표,
제20차 두만강여울소리! 시 탐구회 우수상 수상,
해란강문학상 수상.
길림성 도문시 국가세무국 공무원.



[시와 시인]이호원 시-'달의 이면' 외1편

달의 이면

이호원

이제는 우리가 용서를 해주자
관용을 베풀어주자
망각의 선을 그어주자

수많은 밤 어둠의 몸짓들을
멈춤의 간헐도 벼룰틈없이
치정의 도가니로 몰살시켰던
저 죄악의 달을

숨막히는 상현으로 여자의 가슴을 훔치고
낫 같은 하현으로 남자의 혀를 베어서
대보름 둥근 멍에로 유부녀를 희롱했던
저 몰락의 달을

지금은 태양의 존엄도 등지고
바람도 에돌아 불어가는
별들도 뛰쳐나와 질탄하는
저 사이비한 달을

너의 거룩한 무위는
바람을 얼구었던 차가움도
별들을 짓밟았던 음흉함도
태양의 밝음을 도용한 알량함도 아니다

십오야 짧은 계절을 포섭하고
포옹의 만남을 설레이게 한것도
거친 비약을 진화시킨것도
번거로운 너의 면죄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용서를 해주자
관용을 베풀어주자
망각의 선을 그어주자

구구한 리유를 물어선 무엇하랴만
우리가 너를 그리고
기도할수만 있다면
... ...


빈 집의 풍경   

이호원

정원 앞 개울너머 길 쫓던 강아지는
숨죽은 뒤 뜨락  아카시아 서러움 아래
옹졸히  버섯으로 괴여난지 오랜데
고양이 훔쳐보던 우물 안 뜨래박에는
시름에 울먹이는 몇잎의 낙엽일 뿐


덩그리 바람에 녹아버린 놋쇠 고리도
음침히 늘어진 대문을 지킬수없어
쓸쓸히 빈집에 고독한 먼지 마냥
앙증히 정적만  펴고 앉았노라면
애닮픈 넋두리에 모지름만 괴로울 뿐


페허를 사려보는  한올의 슬픔에는
늙고 석쉼한 유령의 지친 애탄뿐이고
처량히 노을의 임종을 지켜가던
얼룩진 아낙의 절망한 눈빛에는
불안만외로운 뜰안을 거닐뿐이다     
 
<약력>

▲흑룡강작가협회 조선족창작위원회 비서장.
▲흑룡강성 하얼빈 <송화강> 잡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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