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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도

  • 박유동
  • 조회 7684
  • 기타
  • 2008.03.31 18:14
*환생도還生圖  /  詩 외5편
박유동
큰 홍수로 봇물이 터지는 바람에
옛 공동묘지 산이 문척 짤려나가고
싯누런 황토단면이 환이 들어 났네
산우에는 염소가 풀을 뜯고
아이들이 산머루 따 먹느라 돌아가는데
땅 밑에 파해쳐진 무덤엔 누구더냐
수많은 나무뿌리들이 관속까지 파고들었으니
이승과 저승이 고무호스처럼 연결되어 있네

저것이 바로 삶과 죽음의 연결 통로여라
나는 재생의 환생도를 읽고 있었네
죽은 영혼이야 볼 수 없으니 말 못하지만
그 많은 시체의 피와 살은 어디 다 갔나
어떤 무덤은 뼈골조차 흔적 없네
모두 뿌리가 빨아 올려 땅 밖으로 나갔으니
나무와 풀 가지에 잎이 되고 꽃이 되고
주렁 주렁 단 과일과 열매가 되였다네

그것을 짐승이 뜯어 먹으면 짐승이 될거고
벌래가 파먹으면 벌레가 되는 것이고
사람이 따 먹으면 사람이 되는 것 아니냐
아 나도 죽으면 저렇게 환생하려니
그때엔 아예 예쁜 여자로 태여 날가부다
하기야 그깟 팔방미인 공주면 무엇하랴
나는 평생 가난하고 고독한 방랑객이였어도
또다기 랑만과 격정에 찬 시인이 되리라

** 원형原形
소나무 잣나무 하늘을 찌르고
머루다래 칡덩굴 벼랑을 타는데
땅에 엎드려 기는 포복 넌출도 있네
물에는 둥굴넙적 연잎이 구술을 굴리고
갈꽃은 창공에 붓을 치켜들고 휘두르네
뭉개뭉개 구름같은 꽃도 있고
벼랑에 횃불인양 붉게 타는 꽃도 있고
더러는 주먹만한 과일이 주렁주렁 달렸네

아이코! 이건 또 무어야!
침으로 날 콕 찌르는 가시나무도 있었네
내가 가시나무 헤치며 엎뜨려 나가려니
나는 그먼 아!하고 감탄을 터뜨렸네
가시나무 풀숲에 묻치고도 돌짬에 끼여
이름성도 모를 풀꽃이 나를 반기네
탱탱 영근 아들딸 주렁주렁 달고서도
손자고손자도 보련다고 꽃이 방끗 웃고 있었네

꽃도 불수록 신기하고 향기도 독특하거니
나는 덥석 꿇앉아 두 손으로 움켜 잡았네
남은 이 역경 속에서도 제할 짓 다하는데
물어보자 사람은 왜 출세하려 발버둥치고
부자로 팔자 고치려 아득바득하더냐?
왜 부모가 준 제 얼굴을 성형수술하고
왜 부모처자식도 버리고 가출하더냐?
왜 못 살겠다고 이팡청춘 자살까지 하더냐?

***까치둥지
가랑잎마저 홀랑 벗기고
찬바람 폭설도 못 막는 나무가지에
까치둥지가 덩그렇게 얹쳐 있네
앙상한 겨울나무라 어디서고 환이 보이는데
더러는 한 나무에 옹기종기 까치동네도 있네

사시절 푸르러 무성한 저 소나무에는
설한풍 막고 눈비 가리련만
어찌하여 까치는 둥지를 틀지 않더냐?
호독호독 솔잎을 타는 콩새도 있고
때로는 백로가 하얗게 날아 앉고
송학도松鶴圖를 보듯 학도 앉았었는데
어찌하여 소나무엔 까치둥지 하나 없다더냐?

검푸른 소나무의 기상 세상이 다 알거늘
구불구불 몸통는 험상궂게 비틀고
입에는 여의주를 물었나 옹이가 밖히고
손발은 한늘로 치뻗어 활개치고
과시 등천登天하려는 네발용龍이였으니
용이 때를 타고 정말 등천하는 날에는
소나무는 뿌리체 하늘나라로 날아 갈 것이니
까치둥지 있었다간 천국에 딸려 갈 것 아니냐?

아무리 꿈동산 별천지 천국이 좋다마라
비록 설한풍에 떠는 겨울나무에 살지라도
나서자란 어머니땅을 떠날 수 없노란다
정말이지 지금 저 언덕에 깍깍대는 까치를 보소서
갈퀴발로 고향산천 꼭 붙잡고 있지 않은가!
꼬리를 달싹이며 이땅을 다독이고
뾰족한 부리로 콕콕 이 땅에 입을 멎추고있잖은가!
아 그래서 까치를 보면 언제나 고향처럼 반갑더냐!

**** 회심悔心
강가 모래밭에서
옥같은 조약돌 하나 주었네
하도 고와 입도 쪽 맞추었고
집에 가져다 두고두고 보려했는데
아뿔아 깜박 강우에 팔매 쳐 버렸네

그 조약돌 강물 속에 안 들어가려고
통통 수면위에 몇번 튕겨 오르더니
그만 쏠롱 물속에 사라지네
천길만길 깔아 앉은 물속
내 강물에 뛰어든들 어디가 찾으랴

흐르는 강물 따라 구울고 굴러서
여기 강기슭에 오기까지 몇 천만년
한순간 나의 실수가 안타까운데
물어보자 세상에 사람을 죽여 놓고도
눈 하나 깜박 않은 자 어느 누구더냐!!!

*****누나
하늘만큼 땅만큼
때로는 엄지손가락 추켜들고
누나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했오
어화 둥둥 안아 주고 업어도 주었다오

늘 깨엿과 호떡도 사 주었고
명절엔 색동저고리도 만들어 주었고
남과 싸우면 언제나 내편을 들어 주었다오
나는 무슨 일이 있으면 누나부터 찾았다오

그런데 우리 누나 가매타고 시집 가단 날
우리 엄마 붙들고 울고불고하더니
나는 보지도 않고 떠나갔다오
우리 누나 나를 까맣게 잊었더라오

언젠가 도둑괭이 같은 새신랑인지 찾아 왔을 때
우리 누나 문 닫아걸고 못 들어오게 했는데
나는 그 때도 이상타했더니
이제보니 우리누나 날보다 더 사랑하는사람 있었다오

******아이스탄 뇌 전시관
사람이 죽으면 빈손으로 간다지만
대과학자 아이스탄은 죽으면서
우주의 비밀을 가져갔나보네
그의 뇌는 외려 남보다200g 적다지만
깊은 주름 면적은 넓다하는데
어느 구석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어느 갈피에 어떤 신비의 노다지가 박혔을까?

사람들은 그의 뇌를 전시관에 내 놓고
요리조리 자막대기로 짚어보는데
더러는 확대경으로 비춰보고
더러는 사진을 찍어 두고두고 연구하려네
아이참 나같이 무식한 놈이야
그 속의 비밀을 어이 찾으랴
나는 어서 그대가 환생還生하기를 바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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