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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빈 자리가 주는 여운

  • 김경희
  • 조회 7057
  • 기타
  • 2009.09.18 22:27
수필
                  빈 자리가 주는 여운


쌀알만큼한 노란 꽃송이를 손에 들고 유심히 들여다보며 친구가 말한다.
이것봐, 작아도 갖출건 다 갖추고있잖아?
하긴, 이름없는 꽃이라도 가질건 다 가지고있겠지.이름이 없는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고있겠지.오밀조밀하게 생긴 아름다운 꽃을 들여다보노라니 생명의 신비앞에 무색해진다.누가 보아주던 보아주지 않던 생명이란 이름으로 빛을 뿌리는 작은 꽃.
밤이면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을 쳐다보면서 저 무수한 별중에 어느 하나를 그냥 따로 놓아도 그별빛은 유난히 밝으리란걸 난 의심치 않는다. 빛이 있어 이름이 별이 된 생명, 작던 크던 별은 저마다가 빛을 뿌리게 만들어졌음을 누구도 의침치 않으리.
사람 역시 사람마다의 그로서의 남다른 빛이 있을거다.자기를 가꾸어가는 그 빛이 주위를 밝게 하고 주위에 따뜻함을 전파하고, 그래서 어느날엔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그는 지금 어디 가 있을가? 언제면 다시 미발 간판을 걸고  나타날건가? 정녕 남들의 말처럼 그는 도박에 또 빠졌을가? 미발해서 돈을 벌어서는 문 걷어닫고 마작판에 빠져들고 돈 다 날리면 또 다시 간판 걸고 미발해서 돈 벌고 돈 손에 좀 쥐면 또 도박판에 빠지고, 진짜 그럴가?
십여년전부터 난 그에게서 머리를 잘라와서 그가 있는 한 다른 리발소에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종적을 감추는 때만은 할수 없이 다른곳에 가 리발하는데 남들이 잘한다고 소개하는 어떤 곳에 가 리발해도 어딘가가 어색한구석이 있었다.
아주머닌 머리를 기르지 마십시오, 약간 반양머리여서 귀밑머리가 안으로 굽어들기에 머리를 곧게 쭉 처지게 내리 빗을수가 없습니다.
머릴 기르고퍼 하는 내게 그가 권하던 말이다.
그럼 다마를 좀 주면 어떤가고 내가 묻자, 다마가 있어도 제멋대로 싹 가기에 머리가 질서없을것이니깐 아예 파마같은것도 하지 말란다.
아주머니에겐 짧은 머리가 어울립니다. 어려도 보이구 좋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난 기분이 좋아진다. 어려보인단 말이 가히 기분 나쁘진 않다. 젊어보인다는 어휘대신 그는 어려보인다는 어휘를 쓰고있다.
그는 머리칼을 다스릴때 가위를 사용한다. 머릴 깎는것도 그냥 막 깎는게 아닙니다. 사람을 보고 저 사람 머린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해야겠다고 설계를 한답니다. 그리고 가위질을 오래하고 오래 다듬는다고 머리가 잘 깎아지는것도 아니구요.
확실히 그는 머릴 빨리 깎는다. 그에게 머릴 맡기는 만큼 시름놓이는데가 없다.그냥 대충 깎는것 같은데 깎아논 머리는 나무랄데없이 내 얼굴에 어울린다.
그에게서 깎은 머리는 씻어서 수건으로 깨끗이 물기를 묻혀낸후 그냥 손으로 자연스럽게 툭툭 쳐서 내려놓음 된다.그렇게 마르면 머리발이 자연스럽고 얼굴에도 어울린다.
나는 머리 자르는데에도 그 어떤 경지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그만이 갖고있는 그 어떤 개성이 있다고본다.머릴 자르면서 쌓아온 지혜와 머릴 다듬을때의 그의 정신과 령혼이 어우러져 마지막 효과로 나타난다고생각한다.
내가 왜 아직도 결혼을 안하느냐구 묻자, 그가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출국했습니다. 출국할때부터 그렇게 막았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친구 셋인데, 다 외국에 녀잘 보내구나서 깨졌는데, 저도 그래서 그게 무서워, 못가게 말렸는데, 기어이 가보고싶다며 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깨졌습니다.내가 버는 돈만 갖고도 우리 충분한데 그렇게 갔습니다.
삼십대초반의 남자넷이 약혼녀를 다 출국바람에 잃었단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재빛일가? 그래서 도박에라도 빠지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을가?
그리고 그는 다른 미발청보다 늘쌍 조금 더 값이 비싸다. 남들이 다 오원일때 어느날 갑자기 그가 십원을 받았는데 그후부터 그냥 십원이 되였고 또 어느날 부턴가 15원 받기 시작하더니 15원으로 정해졌다. 짧은 머린데 15원은 그 어디에도 없는 값 같았지만 난 그가 달라는대로 주는데 습관되였다. 왜 이리 비싸냐 그런 말 절대 안한다. 그가 얼마 받아도 의견없을만큼 그는 나의 머리를 잘 아니깐.
인제 손에 있는 돈 다 날리면 그는 다시 나타나겠지? 그렇다고 나는 그가 어서 다 띄웠음 하고 바라지는 않는다.하지만 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내 머린 아침마다 세수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볼때마다 그가 비여있는 흔적마냥 이마살이 주름잡혀있다.
그는 이렇게 한번씩 문 닫았다가 자릴 옮겨 다시 문 열때마다 고객을 많이 잃는다.
얼마나 많은 손님이 자기 때문에 즐거운 기분으로 사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영업하길 눈빠지게 기다리는데, 그는 모르진 않겠지.
어느날, 손에 갖고간 돈 다 날리고나면 그는 다시 미발청 문 열거고, 그러면 나같은 고객은 소식접하는길로 다가가겠지.
난 그가 돈 때문에 만은 머릴 깎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가 머릴 깎을때의 그 진지한 표정이나 손 놀림은, 틀림없이 어떤 작품을 만들때의 그런 심취한 모습이니깐.
문득, 그의 삶이 값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빈 자리를 느끼는 사람이 필경은 한둘이 아니겠으니, 그 하나의 사라짐때문에 내가 당한 불편함만으로도 나는 그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싶다. 아니, 내가 인정을 안한다해도 모든 존재하는 것은 그로서의 존재가치가 있음을 난 알고있다.
문득, 내가 어느날 저렇게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의 빈 자린 어느만큼 할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직장에서 내 빈 자릴 메울 사람은 있을거겠지, 그 일은 내 아니면 대체할 사람 없을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니깐.
그리고 내 남편은 내가 사라짐 나의 빈자릴 어느 정도 아파할지?
또  어느날 갑자기 내가 사라져서, 나의 글 읽고퍼서 안달아하는 사람은 있을지? 단 한사람이라도 내 글 읽고퍼서 날 애타게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정말 있을지?
돌이켜서, 난 그럼 그렇게 훌륭한 글을 써낸적은 있을가?
사람이 한 사람을 기억하고 기다리는것은, 그 사람이 내게 필요한부분이 있기 때문이거늘, 그리고 그 한사람의 빈자리때문에 오는 불편을 견딜수 없음이거늘, 난 시를 쓰면서, 수필을 쓰면서, 진짜 신문이나 잡지에서 내 이름을 먼저 찾아보는 그런 독자를 진정 가졌을가? 단 한사람이라도. 그리고 난 시를 쓰면서 진짜 심신과 영혼을 기울였을가? 여러달째 지면에서 살짝 숨어버린 나의 이름석자때문에 나의 빈자리를 느끼며 나의 글 기다리는 사람이 이 시작 정말 있을가? 확신이 없다.
나의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이름자를 기억못하는 누군가가 나의 작품 이름을 기억해주는 그런 행복을 난 만끽하고싶다.
그 미발사는 모든 고객에게 마음 드는 머리형을 선물해주는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고있다. 글 쓰는걸 최상의 행복으로 간주하는 나는 단 한편이라도 좋은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것을 내 존재의 이유로 간직하고싶다.
모든 존재하는것은 다 그 자체의 존재이유가 있음을 생명으로 말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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