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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 주향숙
  • 조회 6717
  • 기타
  • 2009.10.26 14:36
도망

나는 늘 도망을 잘 다니군 합니다. 도망가는 모습보다는 돈 끼호떼처럼이라도 무언가를 향해 무찌르는 모습이 더 멋지고 아름다울지도 모르지만 또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더 긍정적인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늘 도망을 많이 다닌것 같습니다.   

먼 예전엔 엄마의 품으로 기여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품에서 내 작은 아픔이나 슬픔을 녹여내군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였던가 더는 엄마의 품으로 기여들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품은 하냥 내 하나만 껴안고 살아가는 변함없는 사랑이지만 나는 더는 그 품에서 나만의 아픔을 가볍게 버려낼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엄마가 이 세상 가장 허리굽혀 살아가는 그래서 내게 별로 힘이 되여주지 못하는 사람이여서도 아닙니다.  엄마마음을 타들게 하지 않기위한 그런 작은 리해심때문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젠 내가 엄마에게 징징대지 않고 스스로 그 아픔을 당당히 이겨낼수있어서도 아닙니다.

어쩌면  나는 자신의 속에 하나의 방을 갖추기 시작했기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는 그런 단단한 방 하나를 갖추어가지고 그곳으로의 도망을 다니기 시작했던것같습니다.

누군가 정면으로 충돌해와도  나 너랑 싸우는거 내가  아까워서 안 싸워 하는 식으로 그냥 내가 피해버립니다. 아직 지혜롭게 피해버린적은 많지 않지만 정말로 그래야지 하면서 자꾸 자신을 달랩니다. 그렇게 누군가와도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는건 악착스럽게 무언가를 챙겨가는 세상에서 참으로 외로운 일이지만  마음만은 항상 편해져 느긋한 하품을 하고있습니다.

또 피곤하게  자꾸 무언가를 따지고 계산하며  자신을 고단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 눈빛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그것의 그 효능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재주가 없는걸 미리 알아 그냥 둔한 내 반응으로 어리둥절하게 살아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걸 모르고 산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우쳐갑니다.

또한 닥쳐오는 불행이나 아픔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일줄도 알고있습니다. 뚜렷한 의식으로 자신을 점수매길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한 내게 다가오는 착오라며 위로할줄도 알고있으며 그를 잊고저 무관하게 다른 일에로 재빨리 빠져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과잉으로 슬퍼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무언가에 부딪칠 때마다 그속을 뚫고 나가려고 애쓰기보다는 항상 도망쳐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자신을 다그쳐왔습니다.  복수심으로 무찔러보고싶어하는 욕망을 달래고 그런 자신을 치사하다고 비웃고 저주하고 분노하며 말입니다. 이것이 어쩌면 나의불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당히 자신의 욕망을 시원히 배설하지 못하고 끝끝내는 자신을 되돌이켜 세워놓고  고개돌리고 살아가는것입니다. 그래서 더 일들을 복잡하게 벌려가는 일은 없지만  철없는 오기로 무모한 모든짓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며  자신을 이기는것이 제일로 강하다는 그토록 엄청난 일을 내가 해낼수 있다는건 시시한 내게는 되려 불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항상  신나보지도 오기스럽지도 못했습니다. 또 항상 땡볕아래 살아움직이는 치열함조차도 없었습니다. <<측은지심 인지단야>>라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로라도 만들어주어야겠지만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채 비실비실 뒤걸음친것같은 자신에 선뜻 위로도 나가주지 않아서 나는 불행했습니다.

잠자리에 들어누워선 가끔 이런 자신이 안쓰러워질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는 사실 자신의 힘 그것의 보잘것없음에 눈 떠 있기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태 도전보다는 도망 그것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여왔습니다. 부딪친 벽위로 하늘이 솟고있다며 나는 그렇게 초월하고있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말입니다. 이것이 나의 고약한 병인줄 잘 알지만 고쳐낼 방법은 없습니다. 아마도 이미 도망에 습관이 된 탓인것 같습니다.

강렬한 해빛이 싫어지면 대낮에 커튼을 내립니다. 다가오는 사람이 싫어지면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대화가 싫어지면 실어증을 앓아버립니다. 그냥 피해버리는게 홀가분합니다. 덕지덕지 안 좋은 일들과 만나 싸우기엔  나는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도망갑니다. 그러고나면 아 원래는 내가 도망간 탓이였지 결국 내 주위의 모두는 나쁠것도 좋을것도 없었구나 하는 위안을 얻습니다. 그렇게 되고나면 아 원래는 세상이란 그래도 살만하다는 그래서 다시금 세상으로 돌아갈수 있을것같아지기때문입니다. 이젠 그렇게 되는 자신에 더 사랑을 느낍니다.

때로는 좀체로 도망가지를 못한채 망설이는 자신과 만나기도 합니다. 그때면 그런 자신을 등 돌려 떠나라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자신스스로에게 더 비참하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선 도망가야 했기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덜 부끄럽기 위한다는건 사실 엄청난 고상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다만 또 하나의 도망 그것이 주는 그 평화를 누리고싶을뿐입니다. 그 유혹을  이겨낼 방법이 따로 없어 도망할따름입니다.

그런 내게 사람들은 마음이 차다고 하거나 세상을 다 살아버린 할머니의 표정이라고 하거나 해줍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결코 차거워서도 또 세상을 다 아는 그런 놈도 아닙니다. 다만 살아간다는거 그냥 그렇고 그렇다는거 그래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살고싶지 않아도 그렇게 살아져간다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내가 세상을 향해 무찔러서 변하는건 하나도 없으며 세상은 그만의 멋대로 나를 조종하며 살아갈것이란는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세상을 향해 무찌를수 있는 그런 용기보다는 차라리 그 용기로 그들을 편하게 바라보고싶은 까닭이라고 여겨버리는것입니다.

그 평화에로의 나의 자유 그것이 바로 내가 여태 도망쳐온 비상구였습니다. 기실 그것은 어쩌면 도망이 아니라 또 다르게 도전해가는 하나의 방식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도망이란 비겁한자의 일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아깝다고 억지를 박박 써가는게 아닐가요? 그것이 되려 정말로 비겁한 내 맘을 지켜가기 위한 억지일지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세상을 포용하고 다시 세상속으로 돌아오기위한 또다른 하나의 비상구였을뿐입니다. 또 내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믿고싶은 노력이였을뿐입니다. 결국 그런 세상속의 한 사람으로 다시 인간들속에 서있기 위한  나의 진지한 타협이였을뿐입니다.

결국 모두는 자신과의 싸움일뿐입니다.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서 하는 도망이라면그래서 조금은 더 괜찮은 내가 되여준다면 오늘도 도망을 해야 한다고 여기면 나만의 억지일가요? 그 도망이 어쩌면 내가 기어이 다른이들을 향해 무찌르고 무언가를 챙겨갖고픈 무의식의 투영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자신을 다스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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