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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없는 녀성

  • 김영춘
  • 조회 7085
  • 기타
  • 2009.12.04 11:50
매력없는 녀성

          *김영춘

어쩌다 어떤 모임에 참가하게 되면 나를 제일 난처하게 하는 것이 술이였다. <술 마실줄 아는 녀성이 매력적이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요즘 세월에 술은 나야말로 점찍어놓은 매력없는 녀성이라는 것을 밝혀주기때문이였다.

    그래서 될수록 술자리를 피하느라 했지만 꼭 참가해야 하는 모임에는 참가하지 않을수 없었다. 매번 술 못마시는 나때문에 술상열기가  식어질 때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들어가고싶은 심정이였고 송구스러웠다.

    그것이 그냥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술>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는데 그 시가 신문잡지에 실리게 되자 학교 때 동창들은 내가 졸업하더니 술군이 되였나 했다고 우스개를 피워댔다. 술군인 아버지때문에 한평생 속을 썩인 어머니도 이 맏딸이 제 아버지를 닮아가는가 해서 가슴이 철렁했다나.

    그런데 결국은 그냥 술 초학자인 나를 놀랍게 발견한 사람들은 <술도 마실줄 모르면서 어떻게 술이라는 시를 써냈을가?>하고 의아해하기까지 하였다. 사랑도 못해보고 아름다운 사랑시를 술술 멋있게(?) 써낸것처럼 술을 마실줄 모르기에 오히려 더 잘 써낸거지. 마치 <장기 두는 쪽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말이 있는것처럼...하고 변명하고싶기도 했지만 그냥 미안한 마음으로 지나쳐버릴수밖에 없었다. 

    내가 술을 못마시기때문에 그런지 나는 술 마시지 않는 남성만큼 멋진 남성이 더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 김학철선생님을 내가 특별히 존경한것도 그분의 작품이 훌륭한것도 있겠지만 그분이 술을 안마신다는 점이 한 30%는 차지했을것이다.

    반대로 이전엔 그렇게 매력적이고 훌륭해보이고 내게 적지 않은 시적령감을 주었던 한 친구가 술을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을 멀리에서 딱 한번 본후부터는 아예 나에게 예술적령감을 주기는커녕 그저 반감을 주지 않은것만도 다행이라 할 정도로 인상이 령점으로 내려갔다.

    이토록 나는 술을 무서워하고 미워했다. 술은 인자하고 말수적은 우리 아버지를  말씀많은 밤나라의 <연설가>로 되게 했고 내 마음속에 세워놓은 완벽한 우상을 내가 철저히 실망케 하는 수수한 사람으로 바꿔버렸다.

    나는 지금도 술에 취한 남성들의 그 <진실함>을 대할 용기가 없고 술 마신후의 내 모습에 대해 책임질 신심이 없다. 그래서 용케도 만난 귀인들과 오래오래 얘기 나누고싶지만 그 소중한 모임에서 술때문에 가만히 도망칠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먼 후날에 가면 나도 <술 마시는 매력적인 녀성>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술을 멀리하고싶다.
    매력없는 녀성이 쓴 이 글도 매력없을가봐  조금 걱정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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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0년전에 쓴 이 글을 보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그도그럴것이 이젠  "술맛"이란 제목으로 글 써보고싶은 시절이 왔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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