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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아이(시:전경업)

  • 김형효
  • 조회 6579
  • 두만강여울소리
  • 2005.10.02 22:52
너는 엄마 아빠도 모르는 섬에서 태어난 아이, 난데없이 하늘땅을 쪼개는 천둥소리에 소스라쳐 비로소 메마른 땅과 손에 닿을 듯 울창한 하늘을 보았다.

너는 세상에 보모라는 것 있는 지도 모르는 섬에 버리운 아이, 그날부터 바위를 깨쳐 흙을 일구고 버드나무 가지로 눈보라를 휘젓는 너는 돌을 친구하고 구름을 벗삼았어라.

어느 날 똑딱거리는 아기말 발굽소리에 눈을 말뚱말뚱 뜬 너는 섬 아이, 돌밭을 달리는 발부리를 다라 너는 망아지를 자기로 알았어라. 말갈기 부여잡고 팽이 같은 섬에서 휘휘 몰아 달리면 땅의 진동은 너의 심방 고동소리였고 쏟아지는 빗줄기는 너의 혈관을 달리는 피였어라.

문득 들말은 바람 같이 사라지고 하늘도 땅도 자취를 감추었다. 고독과 외로움을 알지도 못하는 너는 섬 아이, 오로지 칼바위 꼭대기에 털썩 주저앉은 너는 온 세상이었다. 바람도 돌도 흙도 풀도 구름도 소리 없는 그림자 같이 암흑 속으로 없어졌다. 가냘픈 별빛에 후줄근히 젖은 너, 당은 땅땅하고 하늘은 한 많아 눈만 큰 얼굴에 캐드득 거리며 앙상한 고사리 손으로 짝짜꿍으 치는 너는 섬 아이, 너는 시간과 공간 모두였다.

쏴르르-- 파도의 물갈기, 파돗소리에 귀를 뜨고 머리칼 성긴 골을 돌리던 너는 섬 아이, 뿌리운 듯 나는 듯 고래등 잡아타고 파도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너는 바다를 달린다. 휘여- 휘- 여- 바다의 족속들을 휘몰아 흰구름을 달리는 말떼를 굽어 보며 고래 등에 버텨 서서 태풍마냥 질주하는 너, 너는 섬 아이, 침묵의 유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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