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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부치는 시/박성훈

  • 김경희
  • 조회 7695
  • 두만강여울소리
  • 2006.12.19 18:42
입춘

아픔을 진맥하는
겨울의 문밖에 서서
생화도 들지 않은 너는

너는
얼어서 멍이든 마음을
자꾸 괴롭힌다

초불처럼 유유한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오라고
성에장이 싱갱이질 하는데

성급한 물새 한 마리
성에 낀 버드나무에
꽃잎처럼 내려앉다

우수

오는 계절에는
키 큰 나뭇가지에
하늘같은 소망을 둘럴야겠는데
마음속 음달진 곳에 쌓여있는
적설은 무엇을 의미할가

동면하던 구름과 개구리는
아직도 말이 없고
그리는 임은 삭막하듯 막연하여
입을 벌려도
목소리는 굳어져 혓바닥이 없다

가식없는 봄새는
어디쯤 오고있을가
세월의 가지마다에
살지는 버들개지
--누구의 마음일가

돌같이 응고된 현실 속엔
꿈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
동산에는 동면하던 꽃구름
태양은 초롱불처럼 아름답건만
봄우레는 아직도 지척인듯 멀다


경칩

고요한 발자취에
한심타 놀라 잠을 깬 이

베고 누웠던 땅은
집이 아니였구려

하늘처럼 말쑥 한 꿈
그 어디에 팽개쳤나

이슬진 눈언저리에
횐옷자락만 한 송이…


춘분

이런 날은
정말 없나보다
꽃은 핀다마는
하루같이 피는—
어느 때든
봄은 계절따라
꽃은 제 나름대로
하늘과 땅처럼
그 뉘인가 가식없이
이렇게 말해주는것 같다

잠시나마 안위라도 하자
너나 나나 꼭 같이 웃으며
한자리에 설순 없어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그리며 사나?

이제
이 밤이
달빛처럼 밝으면
별 같은 꿈을 서로
진실하게 얼싸안고
눈물짓는 야향화 같은
그런 사랑을 알자


청명

인젠 술 한잔
고이 부어야겠소

이미 흘러간 사람들과
이제 맞이할 사람들
그리고 당신과 나를 위해…

청초하게 명랑한 일상
따스한 해살은
빨간 그리움을 부채질하며
자꾸만 가까이 다가오고있다

향상하고 있는 만물의 정기가
아지랑이를 밀어내는
서글픈 까닭일가요

인젠 속 시원히
술 한잔 들어야겠소

하얀 뿌리의 향기를 헹구며
산모퉁이 굽이굽이에
옛말처럼 서있는
수양버들 한그루
그 위에 깃  붉은 새 한마디


곡우

비는 그 뉘를 위해 오나

사랑을 싹 틔우기 좋은 때
기다림이 안개처럼 뽀얗다

백곡같은 우리이기에
손잡고 해살처럼 웃어야건만
혼자만이 취할수 없어…

점점이 비가 많아지면
노랫소리에도
이슬이 맻힌다

나 먼저 심어놓은
사랑의 씨앗
홀로 싹 틔울수 없어…
남향 만리

애상으로 젖은 마음 밭에
그래들의 이름을
꿈처럼 심다


입하

오늘부터 진정 여름인가
땀내 나는
인생 호수가—
아픔의 착각으로
무성해지는 5월
무더위 속에서도 썩지 말아야겠는데—

마음은 오열로 끓는데
고요로 흔들리는 바람에
푸른 잎새는 대로 지고—

기다림의 욕망으로 굶주린 고기떼는
잔잔한 수면을
야성으로 뒤흔들다

어데선가 풍겨오는 곰팡 내음
모기와 이름모를 벌레가 성행하는
여름밤은 차라리
불이나 지필가보다


소만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놓으면
보리알 같은 정이 부풉니다

이별과 상봉의 갈림길을
인젠 하나로 접읍시다

정이란 주고받으며
싹 틔우고 꽃을 피우는 법

시선을 흐리우며 불어치던
초봄의 모래바람 인젠 말끔히 잊읍시다

사랑으로 우리의 하늘을
투명하게 씻을수 있다면…

소망의 굽이를 돌아
보리향기 무성한 언덕으로
우리의 거리를 줄입시다


망종

익어 터진 보리향기
하늘을 메우고…

마음이 싱그러워
내일이 파랗다

무새야 날아라
보아얀 안개속—


하지

누구에게든지 정말 그렇게
가장 긴 투명한 기쁨의
홀가분한 몸가짐이 될가

하루나절
자글자글 끓는 태양은
수심의 그림자를 무겁게 드리우다

기다란 허울을
진실하게 걸쳐 쓰고
반가운 듯 웃어주는 얼굴에는

저녁노을 한 자락
부엉이를 거느리고
자취 없이 다가서다


소서

더운 때는
길을 떠나야 하는때
흐르는 냇물처럼
조리조리 졸졸
꽃 같은 열망을 찾아
떠나야 하는 때

마음의 그림자를 저당 잡히고
흐르는 열풍 따라
우리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지

삶의 지팡이 잡고
아리랑 굽이굽이
인생 열두 고개
사색으로 넘어야 하는 때

마중하는 이 없이
자국자국에는
일매진 풀 향기…

이름 모를 벌레가
우짓는 여울소리—

대서

포장도로에 노긋이
바람이 조을고…

개미만이 기여서
그림자를 끄는 정오—

삶의 경적소리는
꿈만큼 묘연하다

서늘한 그늘아래
얼마,땀을 좀 길어주오


입추

시간으로만 계절을
재일수 있을가요
오늘도 벽시계는 틀렸는데
가을이라니

꿈같은 세월
차거운 그 이름으로
나무도 잎도 꽃도
8월도 부르르 떨고

여름을 얹히운 소망이
파랗게 시들어
익지 못한 채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고

참새들ㄹ은 깃을 털며
남쪽을 마주하고
때 이른 떠남의 언덕 위에
점으로 찍혀있고

성숙된 아픔일가
채 나누지 못한 말들과
채 나누지 못한 정한을
땅 위에 유언처럼 남기고

하늘을 보면
하늘은 그래도
높이의 설레임으로
파랗게 솟아있다


처서

그리운 만큼
인젠 그만
잊겠습니다

새록새록 들려오는
세월의 자취가
마음만큼 차거우니—

한여름 그을었던
새의 노래도
인젠 그만 잊어야 할가요

아버지의 후다운 그 손길
이 마음 밝혀줍니다

추억을 불태워 떨어지는 바람
차마 기억에서 못 지우겠습니다


백로

삼복이 무너지는
봄비는 개울가에
주렁주렁 익어가는
혼백의 노래

그 위에
사랑의 별같은
향기로 일어서는
우리의 애명…

어디세 심으리오
우리의 손에
족속이 핏줄 같은
파 씨 한줌…


추분

낮과 밤이
하나같이 똑 같아
의심하리만치 달라 보이다

다문 하루
평성을 이루어도
그것만으로 마음은 족하겠다

무거운 세월의 천평 위에
흘러간 어제와
무작정 밀여올 내일을
반반씩 띄워보며

누구에게든지
노래처럼 부르는 평등이란
한순간의 비취색물방울로
사라지나 본다마는…

영글어오는 언덕위에
깃을 다듬는 첫새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


한로

말없는 나무
그 앞에 주어진 것은
색 바랜 차표 한장

높은 하늘 우러러 부러움 없이
옥토에 묻은 걸을
어이 옮기랴

꽃향기 같은 지난날을
기억 속에 묻으려니
하, 이슬이 내린다

차고 더운 계절
이 밤에는
별을 담고자


상강

오지 마오
이 가을을 밟지 마오

미숙한 이 마음
온다고
익으리오

침묵으로 비어진 동산에
이제 금방
달이 뜨려오


입동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푸르른 잎새처럼 무성했고
단풍잎처럼 빨갛게 익었던
우리의 행운 같던 만남의 이야기들이
운명같은 순종의 계절을 지나
낙엽처럼 추락하고
오늘이라는 이 겨울의 팻말 앞에서
우리들은 잊혀지지 않는 낭만을
간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제
겨울 동화가 시작된 때
아름다움으로 구슬픈 언어들이
기다림으로 헐벗고 선 나뭇가지에
성에꽃으로 맻혀 출렁이는
사랑만이 아닌 그 풍경들을
되살려 읽습니다
그러면서
그 별처럼 반짝이는 이미지들을
오늘부터 얼지 않게
고이 간직하는 연습을
우리들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추위에 쫓기는 바람처럼
나름으로 일어서는 풍경들을
마음속에 앨범으로 걸어놓고
응고된 풍경같이 하얀
그런 투명한 사랑을 합시다
소담소담 내려앉는 눈송이 같은
그런 만남을 기원합시다


소설

지나버린 모든 거서을 정리하면
작은 눈은 온다기에
그리는 마음 언저리에
흩날리는 낙엽은 누구입니까

언 바람은 쫓기듯 날려가고
어이하여 우리는
피기마른 어제의 꿈과 함께
그 뉘인가를 기다려야 합니까

성에꽃이 핀 나뭇가지에
잎새처럼 무성한 새들
서로를 일깨워주며
바래우는 연습을 합니다

계절이 눈을 앞세우는지
눈이 내려야만 계절일가요
하얗게 바래우는
하늘과 강과…

소담
소담
눈이 내립니다


대설

기대한다는 것은 다만
애모쁜 마음뿐인가

오리라던 그 사람은
어느 연착된 역에서
지난 시간의 차표장을 쥐고
요행을 바라고 있는지

기다려도 소식이 없고 대신
지금은 밟기에는 낯이 없고
한 웅큼 쥐기에는 머리가 숙어지는
그런 거울처럼 거짓없는 마음이
꽃무더기처럼 내려앉는다

그러면 나와 너, 나무와 땅은
잠시나마 거짓말 같은 얼굴을 숨기고
하나같이 말이 없다만…

이제 해가 뜨면
우리가 먹다 남은
남은 세월 한 웅큼을
어데로 보내야하리까!


동지

실면의 밤
마디진 기다림은
드디어 끝이 났다

기대하던 믿음이
연인의 발자국소리처럼
마음 한가운데
조용히 다가서고

지난 시간의 모대김을
달빛에 씻어
하얀 기념비로 세우면

밤이 긴만큼
부엉이의 울음소리 같은
소망의 달빛도 길다


소한

필경은 소한인데
성미가 없다

분명은 추운데
진정은 아 니다

지금은
사놓은 남새도
썩어 나가고

그만큼 장군들은
배를 두드리며 담소한다

필경은 소한인데
소한은 어디에가
잠을 자는지

깃을 터는 새 한 마리
하늘을 바라본다


대한

돌각담 같은 현실 앞에서
누구의 부탁처럼
조용히 침묵으로 선다

타이름이 소용없이
악심은 나름대로
믿음은 삭막해지고

그래서 아예
떵떵 얼어붙은
빙산이 되어서

마음속에 대한을 모시고
한번쯤은 얼어 튄 얼음덩이가 되어
내심의 진실을 만끽해보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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