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시평 /김경희 시인의 시<별밤>을 읽고 > 문학(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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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웅 시평 /김경희 시인의 시<별밤>을 읽고

  • 김영춘
  • 조회 8391
  • 회원시평
  • 2006.03.04 17:50
☆시평☆

          올리추어서 기(氣) 살리기(1)
     
            * 김관웅 (연변대학 박사생 지도교수, 평론가)



로신선생이 사람을 올리추어서 죽일 수가 있다고 했지만, 사람을 올리추어서 기(氣_를
살릴 수도 있다. 특히는 많은 노력을 하고 또 일정한 성과도 있는 사람이 오래 동안 칭찬
을 받아보지 못해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을 때 남들로부터
듣게 되는 단 한마디의 칭찬이라도 움츠러들었던 기(氣)를 살려주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의 이 평가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것을 전제로 한다. 일단 나의 문학레이더에 도둑
질했다는 단서가 파악되는 순간 필자의 판단은 그 방향을 달리한다는 것을 먼저 성명해 둔
다. 아래에서 평가하는 김경희의 시도 물론 례외가 아니다.

《연변문학》2006년 3월호에 실린 김경희의 신작시선은 칭찬을 받을 만한 시작들이다.
먼저 《별 밤》을 보기로 하자.

하늘에는
어린 날의 내 눈동자가 걸려있다
물소리가 하늘을 감싸 안으면
도도록이 살아나는 저 기억들

소음의 연기 흩어져 가고
소망의 꽃망울 잠드는 밤
첫날 새 악시 고름 풀 듯
하늘은 그윽한 같은 원색 드러낸다.

하나 둘 눈뜨는 별
그 뒤로 차분한
아기엄마의 맑은 눈빛

순간
강바닥 모래알이 보이고
동년의 내가 보인다

어린 날의 나의 눈동자는
오늘도 저렇게
파란 하늘에 은하처럼 걸려서
흐려져가는 내 머리를 튕겨주고 있다.

이 시는 우선 시적인 주제가 선명하게 부각되여 있다. 별들이 흐르른 밤하늘에서 시인
은 이 풍진세계의 티끌이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동년의 나를 발견하며 때 묻지 않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며 깨끗한 동심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시인의 절절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명한 시적인 주제는 평이하면서도 생동하는 시적인 표현으로 아름다운
시적형상을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선다. 이를 테면 《하늘에는/ 어린 날의 내 눈동자가
걸려있다》는 이러한 상상은 참으로 기발하고도 생동하다. 그리고 《 첫날 새 악시 고름
풀 듯 / 하늘은 그윽한 같은 원색 드러낸다》는 비유는 너무나 생신하고 기억에 남는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련상시키기는 하지만 어색하게 흉내 낸 흔적은 보이지않는다.


다만 시의 제목을 《별 밤》이 좀 어색할 따름이다. 《별이 흐르는 밤》이라거나 ···
좀 다르게 고쳤으면 금상첨화이겠다.


2006.2.28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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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추어서 기(氣) 살리기(2)


김경희의 《장미》도 괜찮은 시이다.

불타는 장미는
그 뿌리가 바다깊이에 이르지 못한다.

저만의 미모에 취해서
장미는 눈 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물결에 흐느적이는 해초에게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있음을
장미의 눈은 뜰 줄을 모른다.
-

인제 장미에게는
귀를 여는 련습이 필요하겠지

그때는 장미의 무게는
우주의 뿌리에 이어지겠지
- 김경희의 《장미》전문

의인화와 알레고리(寓意)적인 수법을 통해 인간사를 말한 작품으로서 이런 표현수법은
옛날 신라의 설총의 《화왕계》같은 작품에서도 널리 쓰이여 왔다. 그렇다고 후세의 사람
들이 이런 의인화와 알레고리적인 수법을 못 쓴다는 법은 없다.

그런데 다만 자그마한 건의가 있는데, 시의 소재에서의 객관성 원칙에 좇아 《장미》보
다는 《해당화》를 등장시켰더라면 더욱 설복력이 있었을 것이다. 《해당화(海棠花)》에
대한 사전의 해석을 보기로 하자.

장미과에 속하는 락엽관목. 높이는 1.5m에 달하고 줄기에는 가시와 자모가 및 융모가 있
으며 ····지름 6〜9cm의 꽃이 5〜7월에 홍자색으로 피며 향기가 강하다.
····해변의 모래밭이나 산기슭에 자라며 우리나라(조선반도)의 전 해안 사지(沙地)에
서 볼수있다. 해당화는 꽃이 아름답고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열매도 아름다워 관
상식물로 좋다. (《한국민족문화백과대사전》24권, 494쪽)

김경희의 시《장미》에서 장미라는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는 이미지는 바로 《물결에 흐
느적이는 해초(海草)》이다. 때문에 장미를 해당화로 바꾸는 것이 더욱 합당하며 해당화의
생태에 맞게 좀만 시어를 다듬으면 이 시는 더욱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다음과 같
이 고쳐 보았다.

바다가 백사장에서
요염하게 웃는 해당화는
그 뿌리가 바다깊이에 이르지 못한다.

아름다운 봄날에 피는 해당화는
저만의 미모에 취해서
오가는 길손들의 칭찬소리에 취해서
추운 겨울 눈 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물결에 흐느적이는 해초에게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있음을
해당화의 눈은 뜰 줄을 모른다.
-

인제 해당화에게는
거슬리는 소리에도
귀를 여는 련습이 필요하겠지

그때 해당화의 뿌리는
우주의 뿌리에 이어지겠지
- 김경희의 《해당화》전문

2006년 2월 28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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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올리추어서 기(氣) 살리기(3)
최 진 사







김경희의 신작시선중에서 이미지화가 가장 잘 된 수작(秀作)은 <<와인 한잔>>이다.

인내한
세월의 크기에 따라서
맛이 틀리다나요

천년숨결 고이 접어
그리움으로 빚어볼까요

흐르는 세월을 랭각시켜
망각으로 빚을 수 있다면

다시 오는 천년을
한잔의 와인으로
그대 발밑에 눕겠습니다.

와인향기는 그렇게
그대 안에서 흐르고

서서히 천지간을
붉게붉게 물들일 테지요.
- 김경희 《와인 한잔》 전문

그렇다, 와인은 진양(陳釀)일수록, 오래면 오랠수록 상품(上品)이고 진품(珍品)으로 된
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오랜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서 쓴맛 단맛을 다 맛보아야 철이 들
고 사람 맛이 들게 되는 법이다. 이 시는 와인을 빌어서 인생을 말하고 있다. 김경희의 《
장미》가 비교적 단순한 알레고리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데 비해, 《와인 한잔》은 보다
다의적인 상징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경희의 《와인 한잔》처럼 하나의 미지를 통해 인생에서의 인고의 작용을 상징적으
로 표현한 시들도 적지는 않은데, 그 대표적인 실례로 황송문의 《간장》을 들어 보기로
하자.

우리 조용히 썩기로 해요
우리 기꺼이 죽기로 해요

토속의 항아리 가득히 고여
삭아 내린 뒤에
맛으로 살아나는 삶
우리 익어서 살기로 해요

안으로 달여지는 삶
뿌리깊은 맛으로
은근한 사랑을 맛들게 해요

정겹게 익어가자면
꽃답게 썩어가자면
속 맛이 우러날 때까지는

속 삭는 아픔도 크겠지요
잦아드는 짠맛이
일어나는 단맛으로
우러날 때까지
우리 곱게 곱게 썩기로 해요
우리 깊이 깊이 익기로 해요

죽음보다 깊이 잠들었다가
다시 깨여나는
부활의 윤회

사랑 위해 기꺼이 죽는
인생이게 해요
사랑 위해 다시 사는
재생이게 해요
-황송문의 《간장》전문


김경희의 《와인 한잔》과 황송문의 《간장》은 내재적인 상징적장치가 류사할 뿐이지
그 어떤 영향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는 아직은 없으며 설사 영향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영향의 수용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며 또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김경희의 《와인 한잔》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부 시어의 어색함이나 잘못 쓴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인내한 / 세월의 크기에 따라서》라는 시행에서 세월은
크고 작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길고 짧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를 《인
내한 세월의 / 길고 짧음에 따라서》라고 고쳤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그리
고 《한잔의 와인으로 / 그대 발밑에 눕겠습니다》는 시어가 좀 어색하한 느낌이 든다. 만
일 《한잔의 와인으로 / 그대 입술로 다가가고 싶습니다》라고 고친다면 어떻겠는지
김경희씨가 참작해주기를 바란다.

김경희의 시《와인 한잔》을 다음과 같이 다듬어보았다.

인내한 세월의
길고 짧음에 따라
그 맛이 틀리다나요

천년숨결 고이 접어
그리움으로 빚어볼까요

흐르는 세월을 응축시켜
감미로운 와인 한잔
빚을 수 있다면

다시 오는 천년을
한잔의 와인으로
그대 입술가로 다가가고 싶어요

와인의 짙은 향기는
그대 안에서 흐르고
와인의 붉은 색조는
서서히 천지간을
붉게붉게 물들일테지요.
- 김경희 《와인 한잔》 전문

2006년 3월 2일 연길에서


*  <우리 동네 문학 동네>에 실린 글을 퍼왔습니다.
  김경희 시인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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