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2 > 문학(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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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2

  • 전경업
  • 조회 6899
  • 기타
  • 2005.10.04 12:59
어머니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부모를 멀리 떠나서 오래 있다보니 나중엔 효도도 못하고 사업도 바로 못해 결국 고독뿐 남을 것이 없을 번했는데 다행이라고 할까? 뜻밖의 사연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숨막히는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팽팽한 대인관계에서 떠난 마음은 홀가분하기만 했다. 하여 나의 메말랐던 영혼은 그들의 몸에서 새로운 양분을 섭취하여 내 생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나의 혈친, 그들은 내 방황하는 영혼의 화원이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당신 손으로 노인 넷을 보내셨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친정 아버지, 친정 어머니, 아버지까지 하면 모두 다섯 노인이시다.

효성이 그렇게 끔찍했으나 어머니는 복은 하나도 무리지 못하신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한 번은 어머니께 물어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그렇게 효성이 지극하신데도 왜 복이 없으세요? 아마도 우리 자식들이 효도를 하지 못해서 그런가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주 담담하셨다.

《복이 따로 있겠니? 한 넝감(령감, 아버지를 가리킴)하구 죽을 때가지 같이 살구 자식들이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보지 않았구 손자, 손녀들이 잘 자라면 그게 젤 큰복이지 복이 따루 있겠니?》 그런데 그런 어머니께 요사이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다.

《여보, 넝감! 당신 숱한 사람들의 혼을 불러 주었는데 이제는 당신 혼자 남아서 누가 당신 혼을 불러 주겠소? 혼 불러 주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혼자 가겠소?》
아버지의 생각은 외려 다른 듯 했다. 《당신만 있으면 돼!》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하는 아버지의 대답이었다. 《당신만 있으면 돼!》

나는 저 멀리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오는 만고의 사랑의 메아리를 들었다.
산악 같은 맹세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어 사랑이라는 말을 한 적이 한번 도 없을 수도 있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에서 나는 가장 순결하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보았다.

사랑은 극치에 다달으면 수식이 없이도 얼마든지 더 아름답게 피어날 수도 있는가 본다. 그래서 나는 삼 년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왜 수십 년을 살아오실 수 있으시고 그 사이 수많은 가난신고를 이겨오신 힘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도 깨끗한 마음에서 오는 순결한 사랑의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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