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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 전경업
  • 조회 6875
  • 기타
  • 2005.10.04 13:15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부모를 멀리 떠나서 오래 있다보니 나중엔 효도도 못하고 사업도 바로 못해 결국 고독뿐 남을 것이 없을 번했는데 다행이라고 할까? 뜻밖의 사연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숨막히는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팽팽한 대인관계에서 떠난 마음은 홀가분하기만 했다. 하여 나의 메말랐던 영혼은 그들의 몸에서 새로운 양분을 섭취하여 내 생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나의 혈친, 그들은 내 방황하는 영혼의 화원이었다.

조카딸

조카딸은 대설 날에 태어났다.

그날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조카딸애는 아주 어여쁘게 생겼다. 사람들은 모두 조카딸애가 형님과 아주머니 얼굴에서 어여쁜 곳만 골라서 닮았다고들 했다. 그런 조카딸애인데 학교를 나와서는 천진(天津)에 나아가 절로 일자리를 찾아 벌이를 했다.

혈혈단신으로 천진이라는 대도시에서 혼자 살아가기도 힘이 들 텐데 생긴 것처럼 마음도 어여쁜 조카딸애는 어른들께 효도도 잘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더욱 극진했다.

철따라 갈아입을 옷견지들을 보내왔고 때때로 늙인이들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보내왔고 용돈도 다달이 꼭꼭 보내왔다. 그러면서 귀가 어두운 할머니께 고급 보청기를 사드리고 물건을 받으셨는가, 용돈은 받으셨는가, 할머니께 전화로 꼭꼭 확인을 해보기도 하고 몸은 어떠시고 무엇이 모자라시느냐고 이틀이 멀다하게 문안을 하곤 했다.

그러던 조카딸애가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신다는 기별을 듣고 부리나케 천진에서 날아왔다. 어디서 샀는지 양주 한 병까지 사들고 왔다. 평생 소원이라고는 술밖에 모르시는 할아버지께 돌아가시기 전에 양주 맛이 어떤지 한번 마셔 보시라며 사왔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사람들이 문안을 올 때마다 손녀자랑을 하며 양주를 많지도 적지도 않게 알각잔으로 딱 한 잔씩 따라 드리군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참으로 복이 있소, 어쩌면 손녀가 저토록 효도할 수 있을까? 하고 부러워들 한다. 그러면 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소리 없이 피어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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