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누님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4 > 문학(시, 소설)

본문 바로가기

시인 김형효
김형효 작품집
김형효 작품집 < 시인 김형효 < HOME

큰누님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4

  • 전경업
  • 조회 6988
  • 기타
  • 2005.10.05 05:26
영혼의 화원- 나의 혈친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부모를 멀리 떠나서 오래 있다보니 나중엔 효도도 못하고 사업도 바로 못해 결국 고독뿐 남을 것이 없을 번했는데 다행이라고 할까? 뜻밖의 사연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숨막히는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팽팽한 대인관계에서 떠난 마음은 홀가분하기만 했다. 하여 나의 메말랐던 영혼은 그들의 몸에서 새로운 양분을 섭취하여 내 생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나의 혈친, 그들은 내 방황하는 영혼의 화원이었다.

큰 누님

아버지께서 찾으신다는 전화를 받고 오후 차로 금방 떠나겠다던 큰 누님이 인차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가 어떤가 물었다. 너무 급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 차로 오겠다고 했다.

원래 큰 누님은 촌에서 촌장을 맡고 있었는데 촌에 갑자기 일이 생겨 내일 아침에 떠나면 어떠냐 했다. 아버지보고 그래도 되겠어요? 하고 물으니 그러라고 했다.
이튿날, 누나가 왔다. 아버지 머리맡에 앉아서 누나는 아버지의 바싹 마른손을 쥐고 슬피슬피 울었다. 실컷 울고 나서 누님은 아버지보고 오후에 자기가 집으로 가도 되느냐 물었다. 내일 아침에는 시조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원래 큰 누님 네 둘째 시형이 한국으로 가면서 병으로 앓고 있는 아들을 큰 누님께 맡겨두고 가 큰 누님은 편한 날 없이 매일 시름시름 앓고 있는 시조카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 시조카가 갑자기 병이 중해져 내일 아침에는 꼭 병원으로 가야 한단다. 그래서 큰 누님은 번개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집으로 돌아갔다.

원래 걸음걸이가 빠른 큰 누님의 풍상고초로 얼룩진 뒷모습은 안개처럼 거리에 사라졌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574
  • 어제 : 431
  • 최대 : 18,497
  • 전체 : 1,23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