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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외5수)

  • 허동식
  • 조회 6853
  • 기타
  • 2005.10.18 15:59
진달래

이른봄 비바람 언덕에서
파란 하늘은 얼마나 멀가
눈길을 고이 드는
부름이여

계절이 가는 소리는
어떤 그리움의 아픔을 낳을가
깃을 펼쳐 날아가려는
새여

분홍빛 사랑을 다하여
동해바다 노을은 누구의 장려함일가
천년을 만년을 불타는
빛이여

무너지는 해빛의 울음아래
여름과 가을의 의미는 무엇일가
옛터를 길게 펄럭이는
기발이여

숙명의 뿌리를 흔들며
찬연히 우거지는 소망은 무엇일가
마음의 가난을 매장하려는
이야기여

      아리랑

민요로 부르기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감히 생각을 한다

님이 넘는 재로 알기에는
천년을 제단에 놓고
감히 울어도 본다

작은 곡조 하나에도
긴 여운 하나에도

하늘을 내리는 찬바람이 보인다
황토를 씻어가는 강물이 들린다

아주 말하는
한일가

싫다면
만세라도 부르랴

    우리에게 먼 옛날이 있다면

부름이 있다

창문을 열고
보이지않는 멀리까지
바라보아라
울부짖어라

우리에게 먼 옛날이 있다면

마음의 감금을
활짝 열어주는
피를 끓이는
시간도 있어야한다

부름이 있다
답을 하자

창문을 열고
크게 울부짖어라

    우리는

녹이 쓴 청동거울을 추억에 묻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산정에
등정하기를 바랐다
작은 꿈이라 할지라도

해묵은 전설을 하나하나 불사르고
별찌가 흐르는 언덕을 지나
날아가기를 바랐다
여윈 새라 할지라도

공명(空明)한 하늘처럼 거룩한 나날을
번뜩이는 칼로 길게 가르는
령혼이기를 바랐다
아프다 할지라도

피와 땀으로 흥건한 령혼을
뜨거운 해빛아래 바로 쪼이는
久遠이기를 바랐다
슬프다 할지라도

    겨울밤

산과 물의 전설을 싣고
바람은
무겁게 달리는 마차처럼
온다

산발의 음울한 그림자와골짜기 나무숲 설레임이
바람소리가 전하는 풍경이
서서히 펼쳐진다

빙설에 덮힌 하천의 잠꼬대와
언덕을 울리던 여름의 추억이
소리로 회귀하는 풍경이
자욱하게 들린다

하얀 빛 옛이야기를 자맥질하다가
별들이 번뜩번뜩 깨이는 밤하늘을
길게 지키며
불면을 달래던 나는

산과 물의 전설을 마중하는 길목을
바장인다

      고전으로 가는 길

고전으로 가는 길은
안개비 내리는 산마루에 올라
할아버지 혼을 다시 부르고
하천이 얼어든 산굽이에서
아버지 아픔을 크게 감지하는
머나먼 길이다

고전으로 가는 길은
나에게만 속하는 풍경일가
추억의 노쇠한 가지에
파란 신록이 반짝이면
머나먼 하늘가 어디에
하나의 려명을 부른다

고전으로 가는 길은
시간만을 역행하는 거듭나기일가
흘러간 옛노래의 자락이 펄럭이면
무거운 눈길을
높게 들어야 한다

고전으로 가는 길은
사서(史書)에서 할아버지에게 차려진 이름을 매장하고
할아버지가 지었다는 아버지 이름을 다시 지으며
래일이라 부르는 풍경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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