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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압해도에서

  • 박관서
  • 조회 7353
  • 기타
  • 2005.11.08 02:23
시 한 편 올려봅니다. 그날, 압해도에서 먼 동지나해 바다를 보면서 전경업 형님과 시를 썼었지요. 형님은 <압해도 선돌>인가를 썼고, 저는 아래 시를 썼서 서로 낭송했지요. 며칠 간을 고민해서 간신히 한 편의 졸시를 만들었길래, 이렇게 올려 봅니다. 마약 맞은 것처럼 자꾸 밀려오는 그날의 감동을 밀치지 못해 이리 올려 보는 졸시입니다. 부디, 혜량 있으시기를^^

 
가을, 압해도에서
 - 길림성 경업형과 함께
 
먼 송전탑과 나 사이엔
연푸른 바다가 있고
밀물에 천천히 제 모습을 감추는
갯벌이 있고
흘러가는 구름에 이리저리 쫓기는 목 긴 갈대가 있다
부서져 내리는 금빛 햇살에 젖어
이마 빛나는 異國의 친구가 있다
서로가 낯 선 모국의 언어 뚬벅뚬벅
서로의 가슴에 소발굽으로 남기며
나누어야할 동족의 피 아금아금
새김질 하는 친구가 있다
백년 전에 우리가 하나였듯이
백년 후에도 우리가 하나일 것인가
조선족으로 반도민으로 나뉘어
흔들리는 안부를 어쩌지 못해
우리들은 잠시 후에
다시 헤어질 것이다 찰랑찰랑
금세 차오른 천길 동지나해 바닷물에 목까지 내맡긴
슬픈 조국의 내력과 나 사이엔
찌릿 찌릿 저린 무릎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가을날의 짧은 만남이 있고
언젠가, 어떻게든 다시 만나
보듬고 뒹굴어야 할
속 깊은 울음이 있다 웃음이 있다 뜨거운
혈관이 있다 우리가 있다


/ 박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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