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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이

  • 최재효
  • 조회 7309
  • 기타
  • 2005.11.24 14:19
팽    이



                                                  - 여강 최재효           




        세상에 돌지 않는 사람 보셨는지요
        굳이 코페르니쿠스의 입을 막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요

        할아버지도 돌다가 가셨으며
        아버지 또한 그러셨고
        이 순간 저 또한 정신없이 돌고 있습니다
        돌지 않으면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도는 속도가 말이 아닙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돌지 않아 무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 여자와 같은 이불을 덮을 때만 해도
        그럭저럭 참을 만 했습니다

        아이가 둘씩 생겨나고
        이력(履歷)이 점점 쌓여가면서
        예고 없이 날아오는 각종 준조세고지서들
        단군이래 한번도 떨어진적 없는 그 값들
        자고나면 새로 출몰한 문명이라는
        고상한 가면을 쓴 이기(利器)들은 차라리 애교입니다
        서서히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면
        제일 빠른 속도로 돌아야 합니다
        잠시 쉬려고 하면 비틀대거나
        채찍으로 사정없이 얻어맞기도 하고
        이웃의 발길에 채여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지요
        돌려면 확실히 돌아야 합니다

        교과서에는 분명히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돈다고 써 있습니다
        그런데 도는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굳이 갈릴레오의 의견을 반박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2005. 11. 24.



 



 



  [주] 아리스타르코스는 BC 270년경에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 그후 1543년에
    코페르니쿠스에 의해서 지동설이 다시 제안되었고
    같은 주장을 했던 갈릴레이는1633년 종교재판에 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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