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손녀의 성장일기를 쓴 림정자 녀사 > 문학(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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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손녀의 성장일기를 쓴 림정자 녀사

  • 김영춘
  • 조회 7725
  • 기타
  • 2005.11.26 12:25
내가 지금 책임편집을 맡고있는 연길텔레비죤방송국의 프로그램 <불타는 석양>에 <<손자 손녀 키우느라 힘드시죠?>라는 내용을 담았는데 11월 11일에 방송된후 시청자들의 전화도 오고 하면서 반응이 좋아서 그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은 사람중의 하나인 나는 솔직히 참 기분 좋았다.

    그러다가 내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안동명가>에서 점심을 먹다가 나는 그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 선색을 잡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식사하면서 텔레비죤방송국 사업터에선 원로에 속하는 한 선배님이 그 <손자 손녀 키우느라 힘드시죠?>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를 잘 쥐였다며 칭찬하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후배가 자기네 학교의 한 학생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장 8년이나 손녀의 성장일기를 써오다니?!> 그 선생의 이야기는 좌중을 놀라게 하였다.

    아름다운 시구와 글귀를 담담한 그림에 어울리게  십자수로 수놓은 액자를 보기좋게 걸어놓은 <안동명가>의 환경이 아름다워서인지 아니면 매너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은 분들과 담소해서 그런지 술을 적지 않게 마셨는데도 나는 헤여질 때 그 친구보고 꼭 그 할머니의 연락번호를 알아달라고 부탁하는걸 잊지 않았다.
 
    그렇게 그 친구가 알려준 전화번호를 눌렀고 림정자라는 멋쟁이 녀사의 집을 방문하게 되였다. 만나자마자 림정자 녀사의 일기책을 펼쳐들었다.

                      1998.12. 8
      쥐며느리가 구들에 있으니 할머니가 <저 광미야 저것을 죽여라>하니깐 <죽이지 마시요. 우리 어머니와 이름이 한가진데 왜 죽임다?>라고 한다. 하하하
                     
                    1999.2.11 아침 7시 20분
    광미 일어나면서 눈을 비비며 <눈물이 남다. 엄마아빠를 보고싶어서 눈물이 납니다. 왼쪽 눈으론 엄마를 보고싶구 오른쪽 눈으로는 아빠를 보구 싶슴다.>라고 한다.
               
                1999. 3.16 밤 8시 10분
    <天龙八部>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날아다니는것을 보던것이 자기도 쏘파에서 풀쩍 뛰여내린다는것이 넘어졌다. 무릎이 아파서 낯을 찌그리니 할머니 <너 어째 그래니?>라고 하니 광미 <어머닌데루 날아간다는게 그랫슴다>고 하는것이였다.
           
                  2001 . 8. 31
    광미 성장이 정말 재미있다.
    어제부터는 1원 주는 돈으로 30전씩 내고 보는 책 2책 보구 20전씩 한책 보구 10전으로 놀이감 책을 쌌단다. 책내용을 말한다.
(1) 어디에나 마구 물건을 두지 말아라 (2) 팔 장말 (3)잔디밭을 사랑하라 (4)진달래꽃 사전 (5)생동한 구절 (6)일기쓰기 (7)할미꽃 (8)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앉으세요 (9) 아버지 어머니 나무를 보호하자 (10)선녀와 나무군 등이다.

        철자 틀린 곳도 있고 순통하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너무 진실해 가슴이 뭉클해났다.  어떻게 되여 손녀 광미의 성장일기를 쓰게 되였는가고 물으니 림정자 녀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 광미가 네살 때 우리 집에 와 있게 되였는데 그 쬐꼬만 입에서 나온 말들이 어쩜 그리 재미있습니까? <광미야, 저녁에 쇠탕 먹겠니?>라고 물으니 <쇠탕 안먹고 네탕 먹겠슴다> 이러젭니까. 글쎄 네살인데 벌써 유모아적인데 있더란말입니다…그리고 파란 채소를 많이 먹어야 골이 좋아진다니깐 <사과는 왜 빨간데 먹으면 골이 좋아진다 합니까?> 이러는겁니다… 그런걸 적어뒀다가 이다음 광미가 나이 먹은 다음 보면 별로 더 재미있고 엣말이 될것같습디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겁니다…>

      그렇게 손녀가 네살때부터 쓰기 시작한 림정자 녀사의 손녀 성장일기는 이미 11권이나 되여있었다. 그속엔 손녀 광미가  6.1절에 공원문앞까지 갔다가 다른 아이들은 자기 아빠엄마손을 쥐고 공원 들어가는것을 보고 공원에 안들어가겠다해서 백화에 가 이쁜 옷을 사주던 이야기도 있었고 삐뚠 나무를 보고 어릴 때부터 삐뚤게 앉아 공부하면 저 삐뚠 나무처럼 삐뚠 사람이 된다며 타이르던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엔 재미로 쓰다가 광미 부모가 일본에 가게 되니 그다음엔 좀 어깨가 무거워지고 그 애의 성장일기도 책임감을 갖고 쓰게 되였다고 한다. 광미 부모들이 돌아오면 <나는 이렇게 광미를 키웠소>사업회보도 할겸 또 옆에서 광미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한 아들며느리가 그 성장일기를 보면 그동안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랐구나…> 알게 될거라는 생각에 정말 정성들여 한자한자 적어놓았다고 한다.

    일기책 표지에 <현명한 부모 훌륭한 자녀 만들기>라는 글이 새겨진 그 일기책들을 어찌 한낱 평범한 수첩으로만 볼수 있으랴. 거기엔 출국한 엄마아빠를 그리워하는 손녀를 키우면서 느낀 한 할머니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깃들어있다.

      손녀 광미보고 광미의 할머니는 어떤 분인가고 물으니 <우리 할머니는 다른 애들 할머니와 다릅니다. 평소엔 친근하고 공부할 땐 영 엄한양 합니다. 할머니는 내가 독서에 흥취를 붙이게끔 도와줬고 글짓기지도랑 잘해줬습니다…>라고 한다. 이제 할머니가 광미의 성장일기를 쓴걸 광미도 알게 되였으니  어쩌지? 하고 물으니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하고 수줍게 대답한다. 지금 할머니에게 제일 하고싶은 말이 무언가고 취재마이크를 들이대니 제꺽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한다.

    3년반 광미의 담임교원으로 사업한 윤선희 교원을 찾아 광미의 정황과 광미할머니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았다. <…제목을 주고 그 자리에서 쓰라고 하면 다른 애들은 쓰기 어려워 하는데 광미는 아주 쉽게 쓰고 잘 썼습니다. 어려운 설명문이나 응용문도 아주 술술 써내는데 웬만한 초중학생보다도 더 수준높다는 평을 받군 했습니다…

    광미의 할머니는 참 특수한 할머니입니다. 60이 넘었지만 젊은 학부모들보다 더 젊은 마음입니다. 겨울에 먼거리달리기 훈련을 할 때면 아침마다 허리에 목수건을 질끈 동이고 그냥 광미와 함께 달리면서 련습시키군 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학생들을 보면 할머니들이 너무 애지중지 곱게만 키워서 자립성이 약한데 광미의 할머니는 이 방면에선 또 다르더란말입니다. 아이들이 자기절로 할수 있는 일은 시킬것은 시키고 그래서인지 광미는 자립성이 아주 강합니다… 광미의 할머니가 광미의 성장일기를 쓴걸 보고 정말 놀랬습니다. 우린 엄마인것두 제 아이에게 정말 그렇게 사랑을 몰붓지 못했습니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손녀 광미도 일기 쓰기를 좋아한다 했다. 손녀가 최우등학생이 되고 먼거리달리기에서 2등을 하고 각종 글짓기경연에서 금상, 은상을 따올 때마다 림정자부부의 가슴은 뿌듯했다. 이제 소학교 5학년생인 광미가 따온 영예증서는 자그만치 한보따리가 되였다…

      림정자 녀사는 손녀를 사랑하는만큼 자기도 사랑할줄 아는 지혜로운 분이였다.  모든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는 늘 <한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가야지> 라고 했다. 세집에 살아야했던 세월에도 림정자 녀사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당뇨병으로 고생한지 5년이 되는데도 언제 한번 얼굴을 찡그려본적이 없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삶을 즐길줄 아는 림정자 녀사는 워낙 천성이 락관적인 분이였다.

      오전엔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하고 오후엔 혼자 조용히 앉아 바느질을 한다는 림정자 녀사는 낡은 옷을 모아서는 우스꽝스러운 옷으로 개량해서 오락모임에 입고나가 숱한 사람들을 웃음도가니에 빠지게 한단다. 오늘도 윷놀이판을 만드느라 한뜸한뜸 정성을 들여 바느질한다. 그리고 밤이면 손녀의 성장일기를 적는게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이제 일기쓰기는 그의 생활의 한부분이 되여버렸다.

    <연변에 손자 손녀를 키우는 로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일기같은건 누구나 다 쓸수 있는게 아니고 뭡니까. 써보면 확실히 재미있구… 늘그막에 한가지 운동이구…>라고 하는 림정자 녀사를 보고 <할머니가 자기의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는걸 광미가 알게 된후 행동거지가 이전과 달라지진 않았습디까?>고 물으니 <아직까진 그런걸 발견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애가 거짓행동을 하면 그런건 쓰면 재미없잽니까? 진짜 우러러나오는걸 써야지…. 그래서 금후엔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는걸 골라 쓰려고 하는데… >라고 한다.

      <언제까지 손녀의 성장일기를 쓰시려 합니까?>라고 물으니 <광미도 저절로 일기를 쓰지만 본인의 각도에서 쓰는것과 옆에서 보는것을 쓰는게 다르제 뭡니까. 나는 어떻게 하나 6학년까지 견지하렵니다.  광미가 중학교에 올라가면  자기 아버지랑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면 이제 제 부모가 다른 세계를 펼쳐가겠지므…>라고 한다.

      내가 만약 어느 출판사 사장이라면 꼭 림정자 녀사의 일기와  손녀 광미의 일기를 묶어 <할머니와 손녀의 일기>라는 책을 묶어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취재후기를 적어놓았습니다. 후에 시간적여유가 있으면 잘 다듬어보겠습니다. 텔레비죤프로그램은 저의 글보다 훨씬 생동하고 재미있습니다.  혹시 호기심이 동한 분들은 www.yanji.cn  의 关注夕阳(朝)11.25를 클릭하면 시청할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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