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향
- 여강 최재효
사람만 고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분도 이 땅이 고향이고
긴 여행을 떠난 천둥과 번개 또한
이 땅이 고향이며
나 역시 이 땅에서 태어났다
그 분이 인정사정없는 풍백(風伯)을
앞세우고 돌아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들녘은 갈색과 황톳빛으로,
도시는 잿빛으로 서서히 물들이고 있다
벌레들은 그 분의 서슬에 놀라
이미 땅속으로 몸을 숨겼고
중무장 했던 가로수들마저
철저히 무장해제를 당하고 전율하고 있다
전사(戰死)한 낙엽들이
도로변과 공원에 아무렇게나 뒹굴며
비 오는 날이면 거머리가 되어
행인들의 피를 빨아 댄다
세상에 나와 할 일을 마쳤으면
그냥 조용히 바람이 되면 좋을 것을
순간을 더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낙엽이나
조그마한 손으로 세상을 훔치려는 나나
조금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동장군(冬將軍)은
아직까지 한번도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다
2005. 11. 30. 00:05
- 여강 최재효
사람만 고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분도 이 땅이 고향이고
긴 여행을 떠난 천둥과 번개 또한
이 땅이 고향이며
나 역시 이 땅에서 태어났다
그 분이 인정사정없는 풍백(風伯)을
앞세우고 돌아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들녘은 갈색과 황톳빛으로,
도시는 잿빛으로 서서히 물들이고 있다
벌레들은 그 분의 서슬에 놀라
이미 땅속으로 몸을 숨겼고
중무장 했던 가로수들마저
철저히 무장해제를 당하고 전율하고 있다
전사(戰死)한 낙엽들이
도로변과 공원에 아무렇게나 뒹굴며
비 오는 날이면 거머리가 되어
행인들의 피를 빨아 댄다
세상에 나와 할 일을 마쳤으면
그냥 조용히 바람이 되면 좋을 것을
순간을 더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낙엽이나
조그마한 손으로 세상을 훔치려는 나나
조금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동장군(冬將軍)은
아직까지 한번도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다
2005. 11. 3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