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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형효
김형효 작품집
김형효 작품집 < 시인 김형효 < HOME

  • 허동식
  • 조회 7441
  • 기타
  • 2006.04.10 12:04
도시에서의 둔감 1 0

나의 아들놈 미술교과서에서
숨이 차서 헐덕거리던 구름이
탈세라는 오늘의 류행을 따라
검으락 푸르락 행세하는 하늘에서
벌벌 기여다니는 날

나는 어느 전생의 빚을 갚으려고
도시의 모퉁이에 자리잡은 절앞을
자꾸만 배회하고 있을가

푸르지도 못하고
흐리지도 못하고
높지도 못하고 낮지도 못하는
도시의 하늘을
배꼽같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가

뿌리라는 말에 금칠을 하여
주고받는 오늘의 세상
화분에 키운 작은 꽃을 파는
골목시장 할아버지마저
뿌리를 상하면
곧 죽어버린다는 말씀을
심상찮게 내뱉는
도시인데

가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는
저 구름을 대신하여

아들놈의 미술교과서에서
나는 살아가는것이다
 

도시에서의 둔감 12

나는 이 도시에서
제일 귀여운 울음은

제일 귀여운 울음은
<<자연 프로그램>>에 중계되는
멀리 남쪽나라 개구리 울음도 아니고
화학이라는 단어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모기의 앵앵 울음도 아니며
삼대독자로 태여나는
어느 아가의 울음도
남자앞에서 실컷 짜보이는 녀자의 울음도
아니라 생각한다

깊은 밤
깊은 땅밑에서
들려오는 도기의 울음이야말로
이 도시의
제일 좋은 울음이라 생각한다

박물관 도기의 울음은
학구적인 멋밖에 없고
서재 겸 침실에 모셔진
모조품 도기의 울음은
인공의 관습밖에 없어
나를 깊은 고독으로 몰지만

먼 옛날
깊은 땅에 묻혀서는
해빛을 등지고 있지만
진실하게 지나갔다는
그 하나의 뜻만으로도
그리고 진짜로 해빛이 그리워서
마음을 울음으로 조각한다는 이야기에서
베개머리가지 청아하게 들려오는
도기의 울음은
나를  미치게 한다

완벽한 음이든
깨여진 음이든
색채가 있는 률이든
색채가 없는 률이든
모두가 조용히 합성되여
마음의 노래를 부르는
도기의 울음이
정말로 좋다

나는 도기의 울음에 따라
덩실덩실 어깨춤이나 추어볼가

도시에서의 둔감 13

계절을 잊어버린 도시에게
권력으로 지은 꼬까옷을 입히고
돈으로 만든 구두를 신겨
내 아이와 같이
학교로 보내여
하나 둘 셋 넷을
배우게 하는 날

나는
시장거리 앉은뱅이 걸상에 앉아
계절의 의미을 꼬챙이에 꾀어들고
식어머린 양고기를 씹듯이
땅바닥에 뱉어버린다

계절이 첩첩 깔리는 거리로 가서
마음의 수확을 의논하는 사람들 무리에
가담 신청을 내고 있다

도시에서의 둔감 14

도시는 어느 계집애처럼
고운 이름을 가지고있다
나는
농군인 아버지가 지어준
투박한 이름과 무거운 그림자를 지니고
도시의 이름 뒤에 서있는 무엇을
자꾸만 쳐다본다

위대한 변증법의 이야기는
모든것이 변이고 흐름이라 하는데
례를 들면 내 안해의 새파랗던 웃음도
이제는 제법 푸르딩딩 늙어가는데
도시의 이름도 변한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명사에는 반대어가 없다는
어학 선생님의 말씀이
책에서 퐁퐁 뛰쳐나오는 날일수록
도시의 이름은
명사가 아니라는
아는 주정을 한다

도시라는
나와 내 친구의 무덤은
그리고 가슴속의 못된 출렁임은
동사의 이름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마른 부름을 울부짖는다

작은 필기장에 도시와 나의 이름의
반대어를 한번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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