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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시인- 남철심

  • 김영춘
  • 조회 7838
  • 기타
  • 2006.12.23 22:18
내가 만난 시인-남철심

-김영춘(김충)


<<시를 쓰는 것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고 하던 남철심 시인이 첫 시집 <우리에게 하늘
이 있습니까?>를 출간하게 된 것도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래일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엔 차겁고 인정없어 보이지만 마음이 유달리 따뜻하고 자상한 철심입니다. 문
학상을 받게 되면 두만강시회 회원들에게 예쁜 노트와 멋진 시집을 사주군 하던 철심이는
일본에 가서도 두만강시회 회원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두만강시회 홈페지를 만들어놓았고
연변의 명시 홈페지도 꾸려놓고 연변의 명시들을 한수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두만강시회와 중국조선족시단을 위해서 할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중국에 있을 때 정몽호선생님의 <개똥철학>을 겉으로만 수긍하는체 했었는데 인제 와서
야 선생님의 말씀이 천만지당한 줄 알았다>>며 <<철학을 하면 하나의 눈이 생긴다>>고 하
던 철심이는 일본에 가서 시밖의 공부인 철학, 력사, 인간학, 심리학 등등에 더 열중하고
있다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지식구조를 최적화하여 자신의 시창작을 더 높은 차원에로
승화시켜 보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김경희 시인에게 전화를 할 때면 언
제나 <<지금도 그냥 시를 씁니까?>>라는 첫인사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니겠습니까.

두만강시회에서 유일한 동갑인 저하곤 평소에 응응 야자하다가도 전화 할 때면 <<여기 연
길의 xx신문사입니다…>>고 존경어를 써가며 익살을 피우군 합니다. 하지만 보내온 편지에
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어를 례로 들면서까지 진지하게 시에 대해 얘기하고 ,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마지막엔 <<…기실 눌러서 눌리우고 고립되여 외롭고 상처가 있어
슬픈 것이 시인이 아니지. 오히려 스스로 만사에 머리 숙이고 군속에서 외로움을 찾고 행
복했던 추억마저 한사코 꼬집어 아픔을 만드는 바보스러운 그것이 곧 시인의 아름다운 흠
집이 아니겠니? 그러니 너는 시인이고, 언제나 시인일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훌륭한 시인이
될수 있는거야>>라고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하던 철심이였습니다.

도문에 있을 때 연길의 일부 문인들한테서 책을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그 책을 친구들
에게 선사하고는 제 호주머니를 털어 책 판 값이라고 돈을 건네주군하던 철심이는 두만강
시회 모임 때나 타고장의 시인, 작가, 편집선생들이 도문으로 오실 때면 언제나 윤청남 시
인과 함께 큰 몫의 경제부담을 나눠 지군 했으며 시회의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치르는데
박성훈 회장의 든든한 뒤심이 되여주군 했습니다. 두만강시회 활동경비도 마련할 겸 박성
훈, 홍순룡 선생의 일터도 해결하고자 <복떡집>을 꾸리자고 제안하고 회원들이 적극 호응
해 나서자 함께 경영하다 결손만 보게 되니 제 잘못인듯 무척 괴로워하던 철심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심이의 사내다운 도량과 풋풋한 마음가짐에 탄복하군 했습니다.

스스로 <녀자들 보기에 미안하게 생겼다>고 하던 철심이는 무슨 모임에나 예쁜 안해를 <달
고 다니기> 좋아했습니다. 몇해전에 보기 드문 류성비가 내릴 땐 잠든 안해를 깨워 함께
류성비를 보며 <저두 빨리 소원 비우 …>하더랍니다. 하지만 서점에서 책을 사면 안해에게
척 안겨주곤 자기는 빈몸으로 씽씽 걸어가군 해서 녀성문우들한테서 핀잔을 받기도 했습
니다.
일본에 류학 간다니까 그 어떤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무척 기뻤는데 안해가 <유미아
빠 돌아올 때면 우리 유미가 중학생이 되겠음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에 속이 쓰르르해 나
며 어깨가 무거워지더라는 철심이는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대학공부도 다 잘하느라 더더
욱 힘들었을 겁니다. 누구도 시인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지금 세월에 오히려 더욱
열심히 시를 쓰고 <<북경은 동경에서 멀지 않다>>는 장편소설까지 써낸 철심이의 그 문학
에 대한 애착심은 저로 하여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게 하군 합니다.

세상엔 별의별 만남이 다 있지만 시로써 이루어진 만남처럼 소중하고 값진 만남이 또 어데
있겠습니까? <전화 한통하면 / 언제나/ 흐르는 내물처럼 한데 어울려 /목소리를 합치며/
한달에 한번/ 한달에 두번/ 두달에 한번/ 십여년을 모여온> 우리 두만강시회 회원들에겐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별처럼 많고 많답니다.

두만강변의 모래불에서 강너머의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시랑송을 하고 갈대꽃이 하느작이는
까울령고개에 올라가 맥주 한잔에 즉흥시 한수씩 읊고 아이들처럼 등산시합을 하기도 하
던 우리였습니다. <<원로시인 초청 문학강연>>, <<봉오동전적지 탐방>>, <<일광산 단풍보
기>>, <<벽수 화토불 모임>>, <<5월시회와의 만남>>, <<두만강문학상 시상식>>… …등등
모임을 만들면서 소중한 우정을 쌓아온 우리에게 있어서 철심이의 첫 시집 출간은 우리 모
두의 기쁨이고 우리 모두의 자랑입니다.

아직도 몇해전의 그 일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두만강시회 작품합평회날인 토요일에 도문
시문련에 들어서니 언제나 먼저 와 있던 김경희 시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 오늘
은 지각생이 아니네…>>하고 했더니 철심이가 <쳇, 경희선생은 먼저 와서 청소랑 싹 해
놓고 명시 복사하러 금방 나간거야…>라고 했습니다. <<어느 나라 명시?>>하고 물으니 이
번엔 박성훈씨가 <<이제 보면 알겠지유>>라고 했구요. 그런데 웬걸, 김경희 시인이 복사해 온
건 철심이의 노트에 적은 남철심 시인의 시였습니다. 명시감상을 멋지게 하려던 제 꿈이 수
포로 돌아가자 괘씸해난 저는 속으로 김경희 시인을 나무랐습니다.
-- 철심이의 시가 뭐 좋다고 … 저 경희 선생은 시 볼줄 몰라. 이다음부턴 나한테 전화로
시를 읽어주며 <가르쳐달라>면 모른척 할거야…
저보다 뒤늦게 두만강시회에 가입한 철심이가 저 혼자서 <<연변일보 제일제당상>>이요, <<
천지>>신인문학상이요, <<연변작가협회 화림신인문학상>>이요 하는걸 자꾸 받아서 무척 시
샘 났는데 글쎄 또 이렇게 고차원의 팬 한 분이 더 불었으니 심통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문인상경(文人相輕)이 문인들의 통병이라고는 하지만 오늘만은 철심이를 질투하지 않으렵
니다. 언젠가 진지한 모습으로 <<김충이 우리 둘이 함께 시집을 낼까?>> 하던 철심이가 저
혼자 먼저 시집을 냈는데도 하나도 시샘이 나지 않고 기타 두만강시회 시인들과 함께 그
저 진심으로 축하 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축하합니다, 남철심 시인님!


(이 글을 쓸수 있게끔 자료를 제공해주신 두만강시회의 윤청남, 김경희, 박성훈, 최영옥,
석택성, 조정균 … 등 시인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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