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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찐방/장정일

  • 김영춘
  • 조회 7236
  • 기타
  • 2007.01.26 18:16
탁월한 찐방
     
        *  장정일(평론가)

음식업체가 수풀을 이룬 연길에서 하남식당은 별로 인기가 없다. 허지만 나도 여러번 사먹어봐서 잘아는 사실이지만 하남식당의 찐빵(饅頭)만은 최고다. 이집의 찐빵을 사자면 보통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식당안은 아무때 봐도 좀 썰렁한것 같기는 해도 찐빵을 파는 이 식당 창구밖만은 늘 문전성시이다.

이 식당의 찐빵광고를 본적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이 식당을 찾는다. 이 식당의 찐빵이 맛이 좋고 무공해음식이라는 믿음이 사람들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서서히 확산되고있는것 같다.

인기가 별로인 하남식당은 찐빵의 박리다매로 인기가 급상승하고있어보인다.

그 어느 식당도 비교될수 없는 하남식당고유의 탁월한 찐빵! 이것이 년말년시 요즘 하남식당의 대표적인 메뉴요, 이미지가 아닐가 한다.

사실 한식의 담백함이 아니라도 괜찮다. 중식의 다양함이 아니라도 별문제이다. 양식의 신선함이 아니라도 출로는 있다. 찐빵 한가지라도 탁월하기만 하다면 그것으로 이렇게 승부를 걸만 하기도 한것이다. 경쟁이 심한 음식업계에서 이렇게라도 살아갈수 있다면 그것은 일종 행운이요 지혜일것이다. 이런 단일품종의 박리다매도 경영으로서는 이색경영, 특색경영이 아닐가싶다.

하남식당의 인기메뉴를 떠올리느라니 기실 작가의 인생이라는것도 그런 사정과 닮은데가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생활의 주변부에서 고전하는 작가들은 정신위기의 현대사회를 살고있다.

중국작가 주국평의 말과 같이 《축감(縮減)은 일종 숙명인것 같다. 생활의 모든 령역이 정치에 축감당하던 시대와 금방 작별을 고하고 난 우리에게 새로운 축감의 소용돌이가 더 사납게 덮쳐들고있다. 이 소용돌이속에서 사랑은 성으로 축감되고 우의는 교제와 공공관계로 축감되고 독서와 사고는 텔레비죤시청으로 축감되고 대자연은 고급호텔의 실내풍경으로 축감되고 땅에 대한 미련은 관광업으로 축감되고 진정한 정신적모험은 가짜모험의 위락시설로 축감되고있다. 요컨대 모든 정신적가치는 실용가치로 축감되고 영원한 그리움과 추구는 찰나적인 관능향수로 축감되고있다.》허지만 결과적으로 삶의 풍요는 문화의 향기와 함께 한다는것을 나는 믿는다.

인간의 행복이 령혼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고 할 때 령혼의 작업을 하는 작가의 사명은 외면될수가 없는것이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생활의 진리를 탐구하는 가치있는 작업은 헛되지 않을것임은 믿어도 좋을것이다.문학지들의 생존여건이 어려워지고있고 비록 낮은 표준의 원고료이나마 그것마저 제때에 내주지 못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사람들이 건강챙기기나 먹고노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나 잡지나 서적 구매에는 린색하다는 설도 있기는 하다. 거의 해마다 저서나 역서들을 출품하고있는 주국평같은 작가들에 비하면 나는 작가라는 명색을 띤것이 퍼그나 쑥스럽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정신적인 자기를 찾는 령혼의 작업을 그만두고 무사안일에 빠질수도 없는것이 말하자면 나의 딱한 사정이다.경제문화의 주변부에서 정신적으로 주변부적인 영양부족까지 앓으며 사는 나로 말하면 고관대작의 연회상에 올려놓을 진수성찬을 만들지는 못할것은 분명하다.  여러 체인점을 둔 대규모식당경영주로 군림할 능력은 더구나 없는 형편이다. 그렇기는 해도 나에게 정신적인 굶주림은 없을것이다.

나는 기왕과 마찬가지로 자기발견과 자기성장의 노력과 함께 할것이다. 나는 자신의 령혼의 작업이 출구가 막히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나는 은근히 기대해본다. 작품의 진수성찬은 몰라도 탁월한 찐빵쯤은 도전해볼수 있지 않을가를. 적어도 모든 사람의 하루 세끼가 다 진수성찬일 필요는 없을것이다. 아침식사때면 혹시 찐빵 하나, 콩물 한고뿌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것이니 문학의 찐빵을 만들기 위해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볼수는 있을것이다. 박리다매까지는 몰라도 나는 좋은 밀가루를 장만하고 표백분같은 첨가제를 쓰지 않는 맛갈스러운 무공해음식을 만들만한데까지 만들며 살아갈수는 있을것이다.

설사 나의 찐빵을 살 사람들이 장사진은커녕 몇사람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흔연히 그 몇 사람을 위한 정신의 수작업을 멈추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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