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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 김영춘
  • 조회 7170
  • 기타
  • 2007.03.16 17:44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한희철


전쟁 중 한 사람이 수도원으로 피신을 했답니다.

수도원에서는 피신 온 사람을 받아 들였고,

그는 그 날부터 수도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가 수도원에서 지내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도자들 사이에선 피신 온 사람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덩치가 큰 탓인지 피신을 온 사람은 밥을 너무나 많이 먹었습니다.

전쟁 중인지라 양식이 부족하여 수도원의 모든 수도자들은 식사 양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는데,

그런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피신을 온 사람이 자신들이 평소에 먹던 양의 두 배를 먹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습니다.

저렇게 양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을 거라고 모두들 수군거렸습니다.

나중에 한 수도자가 천국에 가보니 놀랍게도 수도원으로 피신을 왔던 그 사람도 천국에 와 있더랍니다.

뭔가 잘못됐지 싶어 지나가던 천사에게 어떻게 저런 사람이 천국에 올 수가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천사는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그 때 당신들은 당신들이 평소에 먹던 양의 절반을 먹었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평소에 먹던 양의 반의 반 밖에 먹지를 않았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남이야 어찌되건 말건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곱절로 먹는 양심 불량자로 보였지만

사실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식사 양을 반의 반으로 줄였던 것이었습니다.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아침, 들판을 지나다보니 참새들이 신이 났습니다.

두툼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깊은 겨울잠에 빠진 것처럼 천지가 조용한데

뭘 그리 신이 났는지 참새떼만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시끄러웠습니다.

'다들 조용한데 너희들만 신났구나.' 꾸중을 하듯 참새 떼에게 마음속으로 한 마디를 하고 돌아섰는데,

돌아서다 말고 나는 다시 되돌아서서 참새 떼에게 용서를 빌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지나가는 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참새들은 신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폭설이 내려 모든 것이 눈에 파묻히자 먹을 걸 잃어버린 참새들이

먹을 것을 찾느라 야단이 일어났던 것이었습니다.

먹거리를 찾는 참새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대로 판단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내 생각대로 판단을 하곤 합니다.

모든 것을 나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다보니 무심할 때가 많고

자신도 모르는 채 남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묻지는 못했지만 눈 속의 참새 떼는 분명 신이 난 것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 단강마을 "한 희 철" 목사님 단상일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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