룡가미원에 다녀왔습니다 > 문학(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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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가미원에 다녀왔습니다

  • 김영춘
  • 조회 7745
  • 기타
  • 2007.05.04 20:05
연길에서 도문으로 가는 길옆에 있는 아담한 마을 룡가(龙家)엔 화가 필충극 선생이 꾸린 <룡가미원(龙家美苑)>이 있습니다. 외지에서 온 친구가 그곳에 있는 김학철 문학비를 보고싶다해서 내가 안내를 맡아 나섰습니다.

    연길에서 택시를 타고 한 25분가량 가니 도착하였는데 둘레가 한아름이나 되고 높이가 4,5메터나 될듯한 나무토막을 세워서 대문을 한것이 희구하다고 하면서  친구는 자꾸 그것을 만져보았습니다. 나는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연분홍 복사꽃 살구꽃에 취해 도연명의 세외도원에 들어선듯 기분이 붕 떠있는데 말입니다.

    하얀 대리석으로 룡 대가리를 조각한것과 백두산 폭포를 조각해 놓은 곳에는 분홍 진달래가 활짝 피여있어  더욱 아름다워보였습니다.

    푸른 호수로 둘러싸여있는 백옥집 주위에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가 피여있는것이 보였지만 우리는 먼저 호수밖에 있는 오솔길을 따라 김학철 문학비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는 길에 보노라니 화가 한락연 기념비랑 한창 조각하고 있는중이였습니다.

    김학철 문학비는 뒤산에 핀 진달래와 푸른 하늘의 흰구름이 아름다운 배경이 되여주어 더욱 멋진 한폭의 그림이 되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나는 먼저 묵례를 드렸습니다. <편안하게 살거든 불의에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는 김학철 작가님의 그 말씀앞에선 언제나 머리가 숙여지는 나이기에  속으로 많고많은 부끄러운 고백을 하였습니다. 살면서 느끼게 된 회의와 의문도 말씀 드렸지만 작가님은 그저 묵묵히 들어만 주었습니다...

      김학철 문학비앞에서 기념촬영을 한후 우리는 휘청휘청하는 나무다리를 건너 호수로 둘러싸인 <섬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백산의 미인송과 룡정의 사과배나무, 그리고 오얏나무, 살구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그곳에는 아담하게 지은 하얀 집들이 호수가옆에 들어앉아 있었는데 아직 정식 개업을 하지 않아 아주 조용하고 아늑했습니다. 호수가에는 버섯모양으로 된 정자가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 친구와 한참 담소하다가 둘이 약속이나 한듯이 물 가까이에 가 손을 적시면서 장난을 쳐보았습니다.

    그런 우리가 반가웠던지 물오리가 훨훨 날아올랐고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제비 한쌍도 우리 앞에서 자유롭게 춤추었고 아주 오래만에 까치도 보았습니다.  새들이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곳을 제일 잘 안다더니 룡가미원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들도 이곳에 찾아왔을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백옥집뒤에 나무로 만든 <베란다>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면서 두 귀로는 친구가 들려주는  소설책이야기를 흥미진진해서 들었고 두 눈으로는 아주 연하게 피여있는  살구꽃과 연분홍 진달래가 점점이 박혀있는, 연푸른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산과  말쑥하게 닦아놓은듯한 푸른 하늘과 투명한 흰구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백시간이고 앉아있고싶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찌하면 더욱 행복하게 살수 있는지... 그런것을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바로 진짜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돌아가는 뻐스시간을 놓칠가봐 아쉬운대로 일어서는 우리 눈에 산을 오르는 하얀 양떼가 보였습니다. 룡가에 사는 어느 농민이 키우는 양들인가 보는데 족히 200마리는 될듯했습니다. 연푸른 산에 널려있는 그 양떼무리의 하얀 색과  푸른 하늘에 둥실 떠있는 흰구름이 얼마나 조화로운 풍경을 이루는지... 친구는 얼른 저 화면을 담아둬야겠다며 부지런히 사진 샤타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또 그 산기슭아래에 있는 밭에서 황소 두마리로 밭갈이를 하는 어느 농부의 모습도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무슨 나물을 캐느라 여념없는 두 아낙네의 모습도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사는게 워낙 이렇게 아름다운 일임을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돌아오는 석현--연길행 뻐스에서 친구는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면서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덕분에 나도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였는데 감사의 인사까지 받고보니 더욱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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